외교장관후보자 청문회… '반인륜적 고문 뻔한데, 사실관계 확인도 없이 강제북송' 시인
  • ▲ 정의용 외교부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공동취재단
    ▲ 정의용 외교부장관 후보자가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공동취재단
    정의용 외교부장관후보자가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 법적 규명 없이 북한 선원 2명을 '흉악범'으로 단정해 북한으로 강제추방했다는 사실을 자인했다. 정 후보자는 '강제북송' 당시 국가안보실장을 지냈으며, 사건 책임의 핵심인물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야당에서는 북한 선원 강제북송이 "반인륜적인 '인권침해'에 해당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정 후보자를 향해 "자의적 정치행위로 탈북자의 목숨을 앗아간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인륜적 강제북송"… 그러나 "온당한 결정이었다"는 정의용

    정 후보자는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2019년 11월7일 탈북 선원 2명의 강제추방 사건과 관련, '합당한 결정이었느냐'는 지성호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온당한 결정이었다"고 답했다. 정 후보자는 "(선원 2명은) 보통 흉악범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정 후보자는 그러나 곧바로 "북한에서 일어난 범죄행위에 대해 우리 정부가 그런 사실을 정확하게 규명할 수도 없는데, 범죄행위를 한 것은 (아무튼) 확실한 것"이라며 뚜렷한 근거가 부족한 주장을 반복했다. "북한에서 규명해야지 우리가 규명할 것은 아니다"라고도 말했다.

    결국 정 후보자는 당시 법적 규명과 형사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탈북 선원 2명을 고문이 뻔히 예상되는 북한으로 강제추방했다는 것을 자인한 셈이다.

    이에 지성호 의원은 "자국민의 범죄행위는 자국의 형법을 적용한다는 '속인주의 원칙'과 '형법'에 따라 형사사법 절차를 거쳐 유무죄를 판단해 '무죄추정의 원칙'을 지켰어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정부가 자의적 판단으로 흉악범 누명을 씌워 강제추방한 꼴이 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의용 "정확하게 규명할 수 없지만, 아무튼 흉악범인 게 확실"

    지 의원은 "강제추방의 이유였던 '귀순 의향의 진정성'은 적법절차의 원칙에 따라 법리로 밝혔어야 했는데도 행정절차에 불과한 '합동조사'로 단순 추정해 판단한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또 "눈을 가리고 포박한 채 당사자의 의사에 반해 강제추방함으로써 행동자유권, 신체의 자유, 거주이전의 자유,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했다"고 지적한 지 의원은 "(선원 2명이 북한의) 적대국인 대한민국에 귀순하겠다고 이미 진술했는데 돌아가면 어떻게 되겠나"라고 질책했다.

    이와 관련해 정 후보자는 "정부가 북송을 결정할 때는 고문방지협약 등을 다 검토한다. 그때 사람들은 흉악범"이라고 재차 강조하며 "우리가 (북한에) 받아가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 의원은 "북한의 송환 요구 없이 우리가 먼저 닷새 만에 급하게 추방한 것 자체가 기본적인 방어권 침해이자 신체 자유의 '절차적 보장'이 결여된 '인도에 관한 원칙' 위반"이라며 "우리가 '고문방지협약'에 가입해놓고도 동법 3조1항을 어기고 고문이 뻔히 예상되는 북한으로 강제북송한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법과 질서 없이 정치적 결정만으로 두 목숨 앗아가"

    이제 진상조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낸 지 의원은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결국 그들은 모두 처형됐다고 하는데, 만약 기사가 사실이라면 후보자는 법치주의 국가인 대한민국에서 '법'과 '질서' 없이 '정치적 결정'만으로 무의미하게 두 생명을 희생시킨 것"이라고 힐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