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재산권 침해 '공공 주도 주택정책'… 경변 "독재적 정책, 국민 피해 극심할 것" 성명
  • ▲ 정부가 오는 2025년까지 서울 32만3000가구 등 전국 83만6000가구를 공급하는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한 4일 오후 재개발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 다세대주택 밀집지역 모습이다. ⓒ뉴시스
    ▲ 정부가 오는 2025년까지 서울 32만3000가구 등 전국 83만6000가구를 공급하는 공공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한 4일 오후 재개발 지역으로 꼽히는 서울 종로구 창신동 일대 다세대주택 밀집지역 모습이다. ⓒ뉴시스
    4일 정부가 발표한 공공 주도 주택공급정책은 한마디로 '국가가 토지를 강제수용해 집을 짓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일각에서는 주택 공급의 실효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물론, 국민의 재산권과 주거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토교통부는 이날 '공공 주도 3080+, 대도시권 주택 공급 획기적 확대방안'을 발표했다. 역세권·준공업지역·저층주거지에는 정부가 직접 지구 지정을 하고 공공기관이 공공주택 복합사업을 시행한다는 것이 골자다.

    이는 문재인정부의 25번째 부동산정책으로, 2025년까지 서울에만 32만 가구 등 전국에 83만6000가구의 주택을 공급한다는 것이 목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이 직접 시행하는 개발방식이 도입된 것이다.

    '경제를생각하는변호사 모임’(경변)은 4일 성명을 통해 "문 정부의 공공 주도 주택 공급 확대 방안은 1960~70년대 불도저 개발을 연상케 하는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공공 주도 특혜와 토지 수용 확대에 앞서 규제완화를 통한 민간 공급 확대가 선행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변은 "특히 정부가 발표한 수용사업 확대를 명시한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역세권, 5000㎡ 이상, 승강장 350m 이내), 준공업(5000㎡ 이상,산업쇠퇴지역), 저층노후(1만㎡ 이상, 공공 개입 필요한 노후지역)'은 정부가 '착한 재개발'아라고 홍보하는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사업'과 유사한 형태"라며 "이 사업과 유사하게 재산권과 주거권 침해에 따른 국민 피해가 매우 극심할 가능성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해당 사업에 "재건축 조합원 2년 거주 의무를 적용하지 않고 재건축 초과이익부담금 미부과 등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것 역시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에만 특별한 혜택을 부과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경변은 "(이는) 문재인정부가 '수요자 공급의 부동산정책'을 천명하며 추진한 부동산정책들이 정비사업을 불가능하게 하는 것임을 인정한 것일 뿐"이라고 질타했다. 
  • ▲ 국민주권행동·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경제를생각하는변호사모임(경변) 등 40개 시민단체가 지난달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 국민주권행동·자유인권실천국민행동·경제를생각하는변호사모임(경변) 등 40개 시민단체가 지난달 11일 서울 종로구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유시장경제 원칙 무시하는 아마추어 문재인 정부는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외치고 있다. ⓒ정상윤 기자
    경변은 "60년 전 '산업화'를 명분으로 추진된 공권력의 남용을 이제 '주거안정'을 명분으로 더 광범위하게 공공 주도 사업에 대한 특혜를 더하여 재연하려는 정부와 여당에서 권위주의 정부의 잔영을 발견할 수밖에 없는 것은 참담한 일"이라고 개탄했다. 

    "공공사업 주민 2/3만 찬성하면 땅 빼앗아"

    부동산전문가들 역시 정부의 공공 주도 주택공급 방안에 심각한 우려를 드러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4일 통화에서 "공공이 사업을 하게 되면 각종 혜택을 받는데, 민간이 공공사업을 하면 그런 혜택을 받지 못한다는 차별 논란이 있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심 교수는 "공공사업은 비대한 조직이 움직이고 수많은 단계를 거치다 보니 민간사업보다 사업비가 더 들고 일반적으로 품질도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며 공공 주도 사업의 효율성도 문제 삼았다. 적은 사업비로 훨씬 빠르게 주택을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놔두고 굳이 혜택을 줘가면서 공공 주도 사업으로 진행해야 할 이유가 있느냐는 것이다.

    심 교수는 또 문재인정부가 추진하는 공공 주도 주택공급정책이 국민의 재산권과 주거권을 침해하는 '무시무시한 법'이라고 비판했다. "선진국은 보통 주민의 90%가 찬성해야 개발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 주민의 3분의 2만 찬성하면 공공사업을 할 수 있게 됐다"며 "주민의 3분의 2만 찬성하면 나머지 땅을 빼앗을 수 있는 이런 무시무시한 법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까지 사업을 하려는 것은 정부가 많이 급하다는 뜻인데, 지금까지는 공급이 충분하다고 하지 않았나"라고 꼬집은 심 교수는 "갑자기 태도를 180도 바꾼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다"고 지적했다.

    유튜브 부동산 전문 채널 '아파트포유'를 운영하는 이종원 대표는 주택 공급을 공공이 주도하겠다는 방향 자체가 잘못됐다고 비판했다. 4일 발표한 공공 주도 주택 공급이 문재인정권 임기 내에는 불가능하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 대표는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전셋값 안정 등인데 이번 정책은 3~5년이 걸리는 중장기 계획"이라며 "정권 말기에는 이전 주택 공급 대책들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시기적으로 완전히 어긋난 판단"이라고 지적했다.

    "개인 소유를 너무 싫어하는 것이라고밖에"

    "문재인정부가 왜 이렇게 공공 주도 주택 공급을 추진하는지 모르겠다"며 의문을 표한 이 대표는 "개인 소유를 너무 싫어하는 것이 아닌가라고밖에 이해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4일 발표된 대책에는 재개발과 재건축 등 정비사업에 공공기관이 직접 시행하는 유형이 신설됐다.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주거지 개발사업도 공공주택특별법을 활용해 공공이 직접 사업을 맡게 된다. 특히 법정상한을 초과하는 용적률 인센티브가 주어지고 특별건축지역으로 지정돼 일조권이나 높이제한 등 각종 도시규제가 완화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