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 없이 실전 닥치면 혼비백산" "축소훈련은 북한에 기회" 전직 주한미군사령관들 일제히 우려
  • ▲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7일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해서라면 연합훈련을 포함한 어떠한 문제도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데일리 DB
    ▲ 서욱 국방부 장관은 지난 27일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해서라면 연합훈련을 포함한 어떠한 문제도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데일리 DB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 국방부장관도 북과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최근 주장과 같은 맥락이었다. 반면 전·현직 주한미군사령관들은 실제 병력 기동을 포함한 훈련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욱 장관 "한미훈련 원칙적으로 북한과 협의 가능"

    서 장관은 지난 27일 국방부 청사에서 가진 신년 기자간담회를 통해 "남북 간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을 위해서라면 연합훈련을 포함한 어떠한 문제도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 장관은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 가운데 남북군사공동위 구성 부분을 보면 연합훈련을 포함해 여러 가지를 논의할 수 있게 돼 있다"며 "(문 대통령은) 협의할 수 있다는 원칙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며, 나 역시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한미연합훈련 실시 여부를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서 장관의 발언은 문 대통령의 뜻을 더욱 구체적으로 실현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서 장관은 또 자신의 재임기간에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는 "전작권 전환은 강한 국방, 더 강한 연합방위체계를 위한 시대적 과업"이라며 "전작권 전환을 위해 진전된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내년까지도 전작권 전환 검증을 끝내지 못한다면 전환 시기(연도)라고 확정을 받아내겠다"는 것이다. 

    서 장관은 그러면서 "조만간 (로이드 오스틴 장관과 만난다면) 전작권 전환을 포함한 한미동맹 현안들을 지혜롭게 풀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 "2년간 규모 조정... 연합훈련, 게임처럼 돼"

    그러나 서 장관의 계획이 말처럼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미군은 전작권 전환 역량을 확실히 검증하기를 원하고, 미군 수뇌부는 한미연합훈련의 '정상화'를 요구한다.

    국방부에 따르면, 매년 두 차례 열리던 한미연합훈련은 2018년 2월부터 시작된 화해 분위기와 미북정상회담 추진 등으로 실병력 동원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거의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의 지휘소연습(CPX)으로 대체했다. 2019년부터는 키리졸브(KR)·독수리훈련(FE)·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 아예 사라졌다. 

    때문에 실전경험을 중시하는 미군 수뇌부는 과거와 같이 대규모 기동훈련을 포함해 실시하기를 원한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사령관이 최근 전직 정부 고위관계자를 만나 "연합훈련이 컴퓨터 게임이 돼가는 것은 곤란하다"며 우려를 표했다고 조선일보가 29일 보도했다. 

     전직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야외 기동훈련 없이 컴퓨터 훈련만으로는 연합방위태세를 갖추는 데 차질이 생긴다"며 "실전상황이 닥치면 (연합군) 군인들은 혼비백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직 주한미군사령관 "북한 억지하는 데 한미연합훈련 꼭 필요"

    전직 주한미군사령관들의 의견도 에이브럼스 사령관과 거의 일치했다. 제임스 서먼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휴전 상태가 지속되고 한미연합사령부가 존속하는 한 준비태세를 훈련하고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25일 전했다. 

    서먼 전 사령관은 "우리(한미)가 휴전협정 상태를 벗어나 평화조약을 체결할 때까지는 한미연합훈련을 축소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훈련과 준비태세를 양보하면 북한은 그 상황을 기회로 활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버웰 벨 전 한미연합사령관은 “지난 2년간 조정된 형태로 실시한 연합훈련이 한반도 긴장을 어느 정도 낮추기는 했다”면서도 “하지만 한미연합훈련은 한반도 패권을 차지하려는 북한의 군사적 야심을 저지하는 데 필요한 준비태세를 달성하고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며 정상적인 연합훈련 실시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임호영 전 한·미연합사부사령관(예비역 육군대장)도 "훈련하지 않는 군대는 상상도 못하는 나라가 미국"이라며 "이러다가는 주한미군의 존립 근거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고 조선일보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