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라디오 출연해 신경전…박원순 성추행 사과 요구에 "후보끼리 바람직 하지 않아"
  •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예비후보. ⓒ권창회 기자
    ▲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예비후보. ⓒ권창회 기자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예비후보가 28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를 향한 사과를 요구한 나경원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에게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앞서 박 예비후보는 서울시장 출마 회견에서 이번 4·7서울시장보궐선거의 귀책사유를 제공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에 따른 사과나 대책을 내놓지 않아 야권의 비판을 받았다.

    이를 두고 "미안한 감정도 없느냐"며 맹비판한 나 예비후보에게 박 예비후보가 "명령하지 말라"며 맞불을 놓은 것이다.

    "박원순 사과 요구? 같은 후보끼리 바람직하지 않아"

    박 예비후보는 이날 YTN 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진행자가 "나경원 예비후보가 '박원순 피해자 외면, 미안함 없나' 이렇게 물었는데, 어떻게 대답할 것이냐"고 묻자 "최근에 야권 후보님을 보면 마치 갑의 위치에서 명령하듯 이야기를 한다"고 말을 돌렸다.

    그러면서 "후보자 간에 그런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한 박 예비후보는 "이 문제와 관련해서 저는 이미 입장을 밝혔고, 저의 이야기를 들어보시고 그런 말씀을 하시는 것이 순서가 아니냐"며 나 예비후보를 나무랐다.

    박 예비후보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공식적인 자리에서 입을 연 것은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날인 26일 저녁이 처음이었다.

    박 예비후보는 이날 JTBC 뉴스룸에 출연해 "민주당은 당연히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에게) 사과해야 한다. 피해자의 상처를 보듬어줄 수 있는 방법이라면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된다"고 말했고, 다음날인 27일에도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민주당이 진심으로 사과해야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출마회견서 '박원순 침묵' 朴, 野 공세에 뒤늦게 입장 밝혀

    하지만 박 예비후보가 이 같은 견해를 밝힌 시점은 야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박 예비후보의 출마선언문을 문제 삼은 직후였다.
     
    나 예비후보는 26일 오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정치인 박영선'이라면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생각했고, 짧게라도 미안함을 전하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듣지 못했다"며 "박 전 시장 성추행 피해자에 대해 일말의 책임감과 미안함이 전혀 들지 않았느냐"고 따져 물었다.

    같은 당 오세훈 예비후보도 같은 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박영선 후보는 자당 소속 시장의 성범죄로 인한 보궐선거에 출마하며 국민과 피해자에 대한 사과는커녕 단 한마디 언급조차 없었다"며 "최초의 아침뉴스 여성 단독 앵커로서 보여줬던 결기는 어디로 사라진 것이냐"고 비판했다.

    그런데 박 예비후보는 이날 나 예비후보가 자신의 견해를 먼저 들어보지도 않고 사과를 요구했다고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현재 여당 서울시장 예비후보들이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정확한 견해를 밝혀줄 것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소속 여성 국회의원들은 27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영선·우상호 예비후보는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에 대해 입장을 밝히라"며 "수백억원의 국민 혈세를 들여가며 서울시장보궐선거를 왜 치르게 됐는지 입장을 밝히고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는 당 소속 전임 시장의 성비위 사건으로 보궐선거 귀책사유를 제공한 민주당의 난처한 처지를 다시 부각하는 것은 물론 강성 지지층과 예비후보들 간 내분까지 기대한 행보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