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 보고서, 2019년 사교육 참여율 74.8%·총 사교육비 21조원… 2009년 이후 최고치
  • ▲ 지난 2014년 선행학습을 규제해 사교육비를 줄이고자 '선행교육규제법'이 시행됐으나 이후 사교육 참여율과 사교육비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창회 기자
    ▲ 지난 2014년 선행학습을 규제해 사교육비를 줄이고자 '선행교육규제법'이 시행됐으나 이후 사교육 참여율과 사교육비가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권창회 기자
    지난 2014년 선행교육과 학습을 금지시키는 법령이 제정됐지만 지금까지 사교육 참여율이나 사교육비 감소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간한 '선행교육규제법상 선행교육 및 선행학습 유발행위 금지 등의 입법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과도한 입시 경쟁으로 인한 선행학습을 규제해 사교육비를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하자는 취지의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선행교육규제법)'이 지난 2014년 9월 12일 시행됐다.

    하지만 선행교육규제법의 취지가 무색하게도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과 사교육비 총액은 오히려 늘어났다. 사교육 참여율은 2014년 68.6%까지 줄어들었다가 2019년 74.8%로 6.2%p나 증가했다. 사교육비 총액도 2015년 17조8346억 원에서 2019년 20조9970억 원으로 꾸준히 늘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사교육 참여율과 사교육비 총액 모두 2009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선행교육규제법 시행 이전과 이후를 학교급별로 비교하면 전체 초등학생 사교육비 총액은 2014년 7조5949억 원에서 2019년 9조5597억 원으로, 같은 기간 고등학생은 5조671억 원에서 6조1819억 원으로 증가했다. 중학생만 5조5678억 원에서 5조2551억 원으로 소폭 줄어들었다.

    선행교육 학원 광고만 금지… 사교육 제대로 규제 못해

    전체 학생들 가운데 사교육 참여 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4년 대비 초·중·고등학생 모두 올랐다. 초등학생은 2014년 28만6000원에서 2019년 34만7000원으로, 중학생은 39만1000원에서 47만4000원으로, 고등학생은 46만4000원에서 59만5000원으로 각각 상승했다.

    선행교육규제법 시행 이후 오히려 사교육 참여율과 사교육비가 늘어난 이유는 해당 법이 사교육을 제대로 규제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학원의 경우 선행교육을 직접 규제하지 않고 광고만 금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입법 당시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학원업계 눈치를 보며 '학원 봐주기 법'을 만들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2000년에 내려진 헌법재판소의 과외금지 조치 위헌 결정도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드는 데 한계로 작용했다.

    학부모들 선행교육규제법 효과 낮게 생각…공교육에서는 효과 확인

    학부모들도 선행교육규제법보다는 다른 정책들에 의해 사교육이 줄어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지난해 1월 공개한 교육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교육 경감 효과가 가장 큰 정책은 '수능·EBS 연계 정책'이 21.7%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방과 후 학교'(16.8%) ▲'EBS 강의'(14.7%) ▲'대입전형 단순화'(13.2%) 순이었다. '선행교육규제법'은 9.4%로 간신히 6위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공교육에서는 선행학습규제법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 출제를 금지하는 대학별 고사가 대표적이다. 논술·구술·면접 등 대학별 고사에서 선행학습규제법을 위반한 대학은 2016년 14곳, 2017학년 11곳, 2018학년 3곳, 2019학년 5곳, 2020학년 3곳으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초·중·고등학교에서의 선행 평가·출제 금지 위반 건수도 2016년 23건에서 2019년 5건으로 줄어들었다.

    교육부, 새로운 교육 환경 변화까지 포함해 대책 마련해야

    이러한 분석에 따라 선행교육규제법 개정 또는 새로운 법안 입법 등의 방법을 통해 사교육 참여율과 사교육비 감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교육과정에 앞서서'로 정의된 선행학습을 '교육과정의 수준과 범위를 벗어나서'로 강화하는 내용 등의 방안이 거론된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확대된 원격수업과 오는 2025년부터 전면 도입되는 고교학점제 등 교육 환경 변화에 따른 부분도 법안에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 입법조사연구관은 "선행교육규제법이 학교에서의 선행교육과 선행학습 유발 행위를 규제하는 것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으나 사교육 참여율과 사교육비 감소에는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만큼 교육부가 이를 보완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며 "학원 등에 대한 선행교육을 일부 규제하는 방안의 필요성을 논의해 봐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