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정부 차원 추가 청구 계획 無"… 위안부피해자·일본에 '사태 해결' 떠넘겨
  • ▲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정곤)가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김강원 변호사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부장판사 김정곤)가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에서 김강원 변호사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시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손해배상 소송 확정판결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이 '민간과 일본에 해결을 떠넘긴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한일갈등을 조장해 정치적 이득을 취한 뒤, 정작 우리 법원이 일본 정부에 위자료 지급 판결을 내리자 이에 대해선 '나몰라라' 한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23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제기 손해배상 소송 판결 관련 일본측 담화에 대한 우리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외교부는 먼저 "2015년 위안부 합의가 한일 양국 정부간의 공식 합의임을 인정한다"며 "동시에 피해 당사자들의 의사가 반영되지 않은 정부간 합의만으로 진정한 문제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정부 차원 추가 청구 없지만, 피해 당사자 문제제기는 못 막아"

    외교부는 이어 손해배상 판결이 확정된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는 일본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는 어떤 추가적인 청구도 하지 않을 방침이나, 피해 당사자들의 문제 제기를 막을 권리나 권한을 가지고 있지 않다"며 "우리 정부는 위안부 피해자들과 상의하며 원만한 해결을 위해 끝까지 노력할 것이지만, 일본 측 또한 스스로 표명했던 책임통감과 사죄·반성의 정신에 입각하여 피해자들의 명예·존엄 회복과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진정한 노력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 같은 외교부 입장에 대해 정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에 지나지 않다고 혹평했다. 최원목 교수는 24일 본지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강제집행을 포함해 정부 차원의 책임추궁을 포기한다는 선언"이라며 "'피해 당사자들의 문제제기를 막을 권리가 없다'는 말도 결국 민간 차원에서 해결하라는 얘기에 불과하고 정부가 이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말을 수동적으로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모든 해결방안 민간과 일본에 미루고, 정부는 빠지겠다는 것"

    최원목 교수는 이어 "일본 측의 자발적 노력을 촉구한 것 역시 모든 해결방안을 민간과 일본 측의 자발적 노력에 떠넘긴 것에 불과하다"며 "앞으로의 갈등 증폭의 책임은 강제집행 책임자와 피해자 측에 돌리겠다는 말과 다름없다"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는 국내 법원 판결이 확정된 직후인 23일 새벽 즉각 반박 입장을 냈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판결은 국제법 및 일한 양국 간 합의에 명백히 위배되는 것으로 매우 유감"이라며 "한국에 대해 즉시 국제법 위반 상태를 시정하기 위한 적절한 조치를 강구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지난 8일 "위안부 피해자 1인당 1억씩 지급하라" 판결… 23일 확정

    위안부 피해자에 대해 일본 정부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국내 법원의 판결은 지난 8일 나왔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김정곤 부장판사)는 고(故) 배춘희 할머니 등 위안부 피해자 12명이 일본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1인당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이후 피고인 일본측의 항고가 뒤따르지 않아 이 판결은 23일 0시 최종 확정됐다.

    위자료가 지급되려면 일본 정부 자산에 대한 압류가 진행돼야 한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이미 지난 18일 '강제집행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 압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18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가진 신년 기자회견에서 "강제 집행의 방식으로 현금화되는 것은 한·일 양국 관계에 있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자산이 압류·매각돼야 한다고 생각하는지'란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양국 간 외교적인 해법을 찾는 것이 더 우선"이라며 "원고들이 동의할 수 있는 방법을 협의하고 한국 정부가 원고들을 최대한 설득해내는 방식으로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