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시설안전법 처벌조항 충돌 '이중 처벌' 우려… 노동교육 강화 요구에 학부모단체 '좌편향' 반발
  • ▲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지난 14일 오후 세종시교육청에서 온라인으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제76회 총회를 열고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에서 학교장 제외'‧'내년도 개정 교육과정에 노동교육 관련 요소 반영' 등을 교육부에 요구하기로 의결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지난 14일 오후 세종시교육청에서 온라인으로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제76회 총회를 열고 '중대재해법 처벌 대상에서 학교장 제외'‧'내년도 개정 교육과정에 노동교육 관련 요소 반영' 등을 교육부에 요구하기로 의결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전국 시·도교육감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 대상에서 학교장을 제외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고 나섰다.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노동교육 관련 요소를 균형 있게 반영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인 만큼 올해만 교사들에게 성과상여금을 전액 균등 지급해야 한다고도 교육부에 건의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이하 협의회)는 14일 오후 세종시교육청에서 온라인으로 제76회 총회를 열고 '중대재해처벌등에관한법률'(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 시 학교장을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번 결의문은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회는 지난 8일 국회를 통과한 '중대재해법' 중 '중대산업재해'에 학교가 사업장으로 포함돼 법률 해석상 '학교장'이 처벌될 수 있다는 부분을 두고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나 사업장이 아닌 학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학교장을 처벌 적용 대상에 포함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중대재해법 학교장 포함, 학교 특수성 고려 안해"

    '중대재해법'은 5인 이상 사업장에서 노동자 1명 이상이 사망하는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형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처벌 대상으로 경영 책임자뿐만 아니라 사업 발주자 등이 포함돼 있어 학교 관련 작업 도중 사고가 날 경우 학교장이 책임질 가능성이 높다.

    협의회는 중대재해법이 기존 법률과 중복 적용될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해 말 시행된 '교육시설안전법'에 따라 학교에서 안전점검을 하지 않아 인명사고가 일어난다면 학교장을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할 수 있다. 협의회는 "법률에 따라 책무와 처벌이 규정돼 있음에도 또 다시 학교장을 처벌하게 된다면 이는 이중, 삼중의 처벌 입법이 돼 학교 현장에 엄청난 혼란을 몰고 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교육감이나 학교법인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인 학교장이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협의회는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학교장이 학교에서 흔들림 없이 학생 교육에만 전념할 수 있기를 염원하는 의지를 담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 시 적용 대상에서 학교장 제외를 명문화해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결의했다.

    앞서 서울초등학교교장회·한국중등여교장회 등 5개 교장 단체들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법 철회를 요구했으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도 "중대재해법의 졸속 추진으로 학교 교육 활동이 위축되고 학교가 소송의 장으로 변질될 우려도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 현장에서의 반발이 커지자 조희연 서울시교육감과 설동호 대전시교육감은 "중대재해법 학교장 처벌은 입법 취지에 맞지 않다"고 공식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노동 존중 가치 교육" vs "좌익 편향 사상 의무교육"

    협의회는 이날 총회에서 내년에 고시되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노동교육 관련 요소를 균형 있게 반영할 것도 요청했다. 교육과정에 인간 존엄, 노동 존중 등 노동인권 관련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는 취지다.

    하지만 지난 14일 서울교육사랑학부모연합 등 학부모단체들은 서울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학생 보호의 의무를 저버리고 동성애와 좌익 편향 사상을 유·초·중·고교생에게 의무교육하려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사퇴하라"고 주장하며 노동교육에 대해 반발했다.

    그러자 서울시교육청은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는 민주적인 공동체의 시민을 육성하고자 하는 것이지 좌익 공산주의 혁명 사상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학교 노동인권 교육의 내용은 헌법 및 노동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노동기본권 및 노동 존중 가치에 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 100% 균등 지급도 요구

    전국 시·도교육감들은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 지급 지침' 개정도 교육부에 요구했다.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올해만 개인 성과상여금을 100% 균등 지급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현재 교사들의 개인 성과상여금은 대개 50%는 성과에 따른 등급별로 차등 지급하고, 남은 절반에서만 똑같이 나눠 주어진다. 교육계에서는 이 같은 차등적 성과급제가 교사들의 갈등을 야기한다고 우려하는 의견이 있었다.

    교육 전문 직원의 교원 전직 제한 규정 폐지도 요청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교육 전문 직원이 교원으로 전직하는 것은 각 단계에서 1회만 허용돼 시·도교육청의 인사 자율권을 제한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또 학교 환경교육 활성화를 위한 '교육기본법' 개정을 국회와 교육부에 건의하고, 협의회 산하 '(가칭)기후환경교육위원회'를 신설해 기후 위기에 대응한 학교 환경교육을 체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 외에도 ▲재정 투자 심사 학교 신설 소요 물량 인정 요건 완화 ▲원격수업에 따른 안정적인 학교 통신 인프라 구축 ▲첫째 자녀 육아휴직 기간 경력 평정 시 전부 반영 ▲교육기록물 보관 위한 공공기록물법 개정 ▲개발사업 인근 학교 증축비 전출 범위 명문화 ▲유아교육진흥원 교사 배치를 위한 유아교육법 개정 등을 교육부에 건의하기로 의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