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고용동향 "실업자 110만, 구직포기 60만명"… '경제 허리' 30~40대 취업 대폭 줄어
  •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지난해 취업자가 22만 명가량 줄면서 22년 만에 최대 감소폭을 보였다는 통계가 13일 나왔다. 

    그러나 불과 이틀 전인 11일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기업들은 (지난해) 최대한 고용을 유지해주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이 객관적 통계지표에 따른 현실인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통계청이 이날 발표한 '2020년 12월 및 연간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취업자는 2690만4000명으로 1년 전보다 21만8000명 감소했다. 이는 IMF 외환위기 국면이던 1998년(-127만6000명) 이래 22년 만에 최대 감소 폭이다. 

    우한코로나(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에 따라 기업들이 인건비를 줄이면서 역대 최악의 고용절벽이 나타난 셈이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에서만 취업자가 증가하고 다른 연령층에서는 모두 감소했다. 특히 한국경제의 허리 격인 30대(-16만5000명), 40대(-15만8000명) 취업자가 대폭 감소했다. 20대(-14만6000명)와 50대의 취업자는 1998년 이후 22년 만에 가장 크게 뒷걸음질했다.

    IMF 이후 최대 감소폭

    실업률과 고용률, 비경제활동인구 등 취업자 이외의 각종 지표도 나빠졌다. 지난해 실업자는 전년보다 4만5000명 늘어난 110만8000명이었다. 통계 기준을 바꾼 이래 연도별 비교가 가능한 2000년 이후로는 가장 많다. 

    실업률은 4.0%로 0.2%p 올랐다. 2001년(4.0%) 이후 최고치다. 지난해 15세 이상 국민 고용률은 60.1%로 전년 대비 0.8%p 줄었다.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는 1677만3000명으로 전년보다 45만5000명(2.0%) 늘었다. 이 중 '쉬었음'이라는 인구는 28만2000명(13.5%) 증가한 237만4000명에 달했다. 역대 최대규모다. 취업을 희망하지만 맞는 일자리가 없어 구직을 포기한 '구직 단념자'도 전년보다 7만3000명 늘어난 60만5000명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민생경제의 핵심은 일자리"라면서도 이 같은 현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문 대통령은 "벤처기업 증가, 고용 증가, 수출규모 모두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며 일부 긍정적 지표를 나타낸 분야만 부각했다. 그마저도 코로나19 확산 전인 1년 전 통계 기준이다. 

    벤처기업 고용은 2019년 말 기준 80만4000명으로 전년 대비 15.8% 증가했다. 2020년 통계는 나오지 않았다.

    靑 참모들 탓에 '불통' 심화… 이제야 변화 조짐

    이 같이 정부의 실패는 침묵하고 잘한 일만 내세우는 문 대통령의 스타일이 바뀌지 않는 것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는 청와대 참모들 탓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통령 연설문이나 회의 모두발언은 1차로 실무진이 초안을 쓰면 문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확인한 뒤 일부 수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공식 연설문을 맡은 신동호 연설비서관과 회의 모두발언을 맡은 오종식 기획비서관이 책임자다.

    특히 신 비서관은 2015년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당대표비서실 부실장으로서 메시지를 담당하기 시작해 청와대 원년 멤버로 현재까지 함께한 측근이다. 문 대통령과 인연을 맺기 전에는 한양대 재학 시절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문화국장을 맡은 경력이 있는 운동권 출신 시인일 뿐이었다. 객관적 사실을 바탕으로 직언을 하기 어려운 사람이라는 분석이다.

    경제현실을 대통령에게 제대로 보고해야 할 이호승 경제수석의 경우 2019년 10월 청와대 브리핑에서 "위기를 너무 쉽게 얘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며 "경제상황을 나쁘게 얘기하면 사람들도 지출을 줄이고 결국 진짜 경제가 나빠진다"는 논리를 내놓은 사람이다. 

    황덕순 일자리수석은 지난해 4월 춘추관을 찾아 고용 악화와 관련한 브리핑을 한 이후 9개월간 다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올해 들어 유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새로 부임하면서 청와대 기류가 조금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소수의 고위급 참모 위주였던 일일 비서실장 주재 현안회의를 '필요할 때' 열기로 바꾼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신년사에서 문 대통령이 부동산 문제와 관련해 이례적으로 사과를 표명한 것도 '공감'과 '소통'을 중요시하는 유 실장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