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조종사와 모의 공중전 결과, 5대 0으로 인간 참패… 최종목표는 자율 공중전"
  • ▲ 미 공군이 시험 중인 XQ-58A 무인 스텔스 전투기. ⓒ미 공군 공개사진.
    ▲ 미 공군이 시험 중인 XQ-58A 무인 스텔스 전투기. ⓒ미 공군 공개사진.
    2005년 개봉한 영화 <스텔스>는 미군이 극비로 운용하는 인공지능(AI) 탑재 무인 스텔스 전투기를 다뤘다. 영화에 등장하는 것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미군은 현재 AI를 탑재한 무인 스텔스 전투기를 시험 중이다.

    AI 탑재 무인 스텔스 전투기, 유인 스텔스 전투기와 편대비행

    미 공군은 지난 9일(이하 현지시간) 애리조나주 유마성능평가시험장에서 XQ-58A 발키리 무인 스텔스 전투기와 F-22 랩터, F-35A 라이트닝Ⅱ 유인 스텔스 전투기의 시험편대비행을 마쳤다고 16일 밝혔다.

    항공전문매체 '플라이트글로벌닷컴'에 따르면 XQ-85A는 이날 처음으로 유인 스텔스 전투기들과 편대비행했다. 

    미 공군과 제조사 ‘크라토스 디펜스 앤 시큐리티 솔루션(이하 크라토스)’가 이날 실시한 시험은 18가지에 달한다. 하지만 성공한 시험은 9가지였다. 

    매체에 따르면, 미 공군과 크라토스 측이 이날 가장 중점을 뒀던 시험은 ‘게이트웨이 원’이라고 부르는 XQ-58A 탑재 선진형 다기능 데이터 통신망(Multifunctional Advanced Data Link)이 기존의 스텔스 전투기와 잘 호환되는지는 검증하는 것이었다.

    미 공군의 ‘선진전장관리계획(ABMD)’의 일환으로 개발한 ‘게이트웨이 원’은 스텔스 비행 중에도 고도의 보안성을 가진 ‘저감청 암호 데이터 링크’로 전장정보를 실시간 공유할 수 있다고 한다. “이번 시험비행에서는 통신이 도중에 끊겼다”며 “절반만 시험에 성공했으니 완전히 성공한 것은 아니다”라고 미 공군의 에릭 라이트 중령은 평가했다.

    스텔스 비행 중에도 정보 공유…목표는 ‘자율 공중전’ 수행

    기존의 스텔스 전투기나 폭격기는 비행 중에는 아군과 제대로 통신이나 정보를 공유하기 어렵다. 스텔스 전투기나 폭격기가 AI를 탑재한 무인 스텔스 전투기와 전장정보를 실시간 공유한다면 기존의 드론(UAV)과는 차원이 다른 활용성을 갖출 수 있다. 심지어 무인 스텔스 전투기로만 적을 정밀타격할 수도 있다.
  • ▲ 일본이 개발 중인 6세대 스텔스 전투기. 일본은 미국, 영국과 함께 2035년 6세대 전투기를 실전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본 방위성 공개사진.
    ▲ 일본이 개발 중인 6세대 스텔스 전투기. 일본은 미국, 영국과 함께 2035년 6세대 전투기를 실전배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일본 방위성 공개사진.
    이 정도는 증강현실(AR)과 AI를 탑재한다는 6세대 전투기 개발계획에서도 언급된 바 있다. 그런데 XQ-58A의 궁극적 목표는 ‘자율 공중전’이라고 한다. 영화 <스텔스>에 등장한 AI 탑재 스텔스 전투기처럼 스스로 판단해서 적 전투기와 교전할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미군은 현재 그 가능성을 시험 중이라고 한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지난 8월18일부터 20일까지 미국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연구소(APL)에서 전투기 조종사와 AI 조종사 간 모의 공중전을 벌였다. 시험에 참가한 전투기 조종사는 F-16 전투기만 2000시간 넘게 조종한 베테랑이었다. 모의 공중전 결과는 5 대 0으로 인간의 참패였다. 전투기 조종사는 단 한 발의 기총도 맞추지 못하고 격추당했다고 한다.

    “AI만으로 실전 치르기는 아직 일러… 6세대 전투기 보조역할은 할 듯”

    그 비결은 마치 이세돌 기사와 대국에서 이긴 구글의 ‘알파고’와 비슷한 학습이었다. AI 조종사는 40억 번 이상의 모의 공중전을 학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인간 조종사는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고 경험을 바탕으로 전투하는 반면 AI 조종사는 안전을 문제 삼지 않는 데다 나노초(10억 분의 1초) 만에 판단하는 탓에 이길 수 없었다는 후문이다.

    이를 두고 테슬라모터스 창업주 엘런 머스크 등은 “이제 인간 전투기 조종사는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군사전문가들은 “실전에서 AI 조종사가 인간을 완전히 대체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실전은 모의 공중전과 달리 프로그래밍으로 최적화하기도 어렵고, 전장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변수를 생각하면 아직은 인간 조종사가 전투에 더 적합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미국·영국·일본이 2035년 실전배치한다는 6세대 전투기 옆에 AI를 탑재한 무인 스텔스 전투기가 자리를 차지할 것이라는 데는 군사전문가들도 동의한다. 그때 정도면 XQ-58A와 같은 AI 탑재 무인 스텔스 전투기가 유인 스텔스 전투기를 엄호하면서 적진에 먼저 들어가 정찰하거나 레이더기지·대공포대 제거 등의 임무는 충분히 수행할 것이라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