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만명이 외국 외교공관·기업·대학에 7만9000개 세포조직 만들어…영문 번역본에 ‘한국 국적자’도 있어
  • ▲ 현재 온라인에서 공유되고 있는 '상하이 중국공산당원 명단' 가운데 일부. ⓒ명단 캡쳐.
    ▲ 현재 온라인에서 공유되고 있는 '상하이 중국공산당원 명단' 가운데 일부. ⓒ명단 캡쳐.
    호주와 영국 매체들이 상하이 소재 중국 공산당원 명단에 대해 폭로한 뒤 각국 언론과 단체들은 자국 정부기관과 기업에 침투한 중국 공산당원을 찾아내려 노력 중이다. 명단을 제공한 ‘대중국 의회간 연합체(IPAC)’에 한국 국회의원은 없는 탓에 한국인 포함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한편 중국은 명단 폭로와 관련해 “모범생인 공산당원이 기업에 채용되는 건 당연한 일”이라는 뻔뻔스런 반응을 보였다.

    “상하이 미국 총영사관부터 보잉·퀄컴, 뉴욕대 분교까지 공산당원 침투”

    미국 우파매체 <뉴욕포스트>는 지난 13일 “명단을 분석한 결과 상하이 소재 미국 기업과 기관에 침투한 중국 공산당원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명단에는 공산당원 195만명의 이름, 출신민족, 성별, 주소, 당원증 일련번호, 근무지, 주소지, 교육 수준 등이 나와 있다. 공산당원 195만명은 7만9000개의 당 지부에 속해 있다. 한 회사에 수십의 공산당 지부를 만들기도 했다.

    신문은 “상하이 주재 미국총영사관에만 중국 공산당원 3명이 근무 중”이라며 “3명은 한족 여성”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모두 ‘상하이 해외기관인력서비스(SFIS)’의 소개로 미국 총영사관에 취업했다. 이곳은 중국 공산당이 운영하는 조직으로 상하이 주재 외교공관, 대학, 언론사에 인력을 소개하고 있다.

    상하이 중국 공산당이 가장 많이 침투한 기업은 방산 및 항공우주업체 ‘보잉’이었다. “보잉 중국 사업부에는 17개 공산당 지부 252명의 공산당원이 근무 중”이라며 “푸둥 소재 보잉 여객기 유지보수 본부에 49명, 푸둥 소재 보잉 화물수송기 유지보수 본부에 33명, 중국동방항공 소속 항공기 유지보수팀에 23명 등 중국 소재 보잉의 사업부마다 공산당 지부를 만들고 활동해 왔다”고 신문은 전했다.

    통신장비업체인 ‘퀄컴’의 중국지사에도 공산당원 229명이 근무 중이었다. 무선통신사업부에 96명, 기업체 대상 반도체 설비 유지보수 서비스 부서, 5G 무선장비 관련 부서에 133명의 공산당원이 있었다. “퀄컴은 2018년 당시 미국 국방부와 다단계 인증 보안체계 개발 계약을 맺었다”며 신문은 중국 공산당원이 퀄컴에서 근무한 것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었다고 우려했다.

    이밖에도 뉴욕대가 상하이에 개교한 동중국 보통 상하이 뉴욕대 교수진과 노조원 가운데서도 71명이 중국 공산당원으로 드러났다고 신문은 밝혔다. 이밖에 화이자 중국 지사에도 69명의 공산당원이 근무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상하이 공산당, 제공 IPAC라 신뢰성 높아…세계 각국, 명단 분석에 열중
  • ▲ IPAC는 중국 공산당의 횡포에 맞서 자유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지키기 위해 만든 다국적 의회 연대체다. ⓒIPAC 홈페이지 캡쳐.
    ▲ IPAC는 중국 공산당의 횡포에 맞서 자유민주주의와 공화주의를 지키기 위해 만든 다국적 의회 연대체다. ⓒIPAC 홈페이지 캡쳐.
    익명의 반공조직 관계자가 2016년 상하이 공산당의 서버에서 빼낸 이 명단은 SNS ‘텔레그램’을 통해 IPAC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IPAC는 이후 영국 <데일리 메일>, 호주 <오스트레일리안> 등 세계 4개 언론사에 명단을 전달했다. 언론이 공산당원 명단에 대해 보도를 한 뒤 미국과 영국 이외에도 인도, 호주, 뉴질랜드, 일본 언론 등도 이 명단에 대해 관심을 갖고 분석 중이다. 명단의 출처가 신뢰성이 높아 더 많은 관심을 끌었다.

    IPAC(Inter-Parliamentary Alliance on China)는 2020년 6월 미국·영국·캐나다·호주·뉴질랜드·일본·독일 등 19개국 국회의원과 EU(유럽연합) 의원 등 150여 명이 모여 결성한 입법부 간 대중국 대응연합체다.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공화·플로리다), 밥 메넨데즈 상원의원(민주·뉴저지), 영국 상원의 필리파 스트라드 여남작 등이 참여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단 한명의 국회의원도 참석하지 않고 있다.

    상하이 공산당 서버에서 추출한 명단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9200만명의 당원을 보유한 중국 공산당에게 상하이는 역사적인 곳이다. 중국 공산당은 1921년 7월 23일 상하이 소재 왕즈루 106호(현재 싱예루 76호)에서 제1차 전국대표대회를 열고 창당했다. 이때 참석한 지방 대표가 마오쩌둥, 리한준, 둥비오 등이다. 때문에 상하이는 표면적으로는 ‘중국 금융 중심지’이지만 정치적으로는 ‘중국 공산당의 발상지’ 역할을 한다. 때문에 세계 각국 언론과 반중단체들은 이번에 공개된 명단을 확보하고 분석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중국 “공산당원, 사회적 모범생이라 취업 잘 되는 것” 망언

    중국 공산당원이 외국 정부기관이나 기업 내에 공산당 세포조직(소지부)을 만들었다는 소식은 미국·영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충격을 줬다. 중국은 이를 두고 “공산당원 개인에 대한 사생활 침해이자 공산당에 대한 모욕”이라며 새로운 망언을 내놨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5일 정례브리핑에서 상하이 공산당원 명단 소식에 대한 질문을 받자 “관련 주장은 일부 반중 세력이 중국 공산당을 노리고 하는 히스테리컬한 훼방이자 모욕”이라며 “중국 위협론의 또 다른 버전일 뿐”이라고 답했다. 왕원빈 대변인은 이어 “중국 공산당원은 사회적 모범생이므로 외국 기관이나 기업에서 데려가는 게 당연한 일”이라며 “중국 공산당은 인민의 행복, 세계 평화, 인류 사회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약속을 지키며 정정 당당한 정치세력”이라고 주장했다.

    중국 측의 주장은 그러나 서방 국가에는 먹히지 않는 분위기다. 한편 상하이 공산당원 명단 가운데 원문 일부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한국 국적자’는 없었다. 하지만 영문 번역본에는 '한국 국적자'로 표시된 사람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