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공영노조 "탁현민 비서관이 '왕PD' 군림… 미디어 악용한 괴벨스 선동선전 떠올라"
  •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집무실에서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 '더 늦기 전에 20050' 연설을 하고 있다. 이번 연설은 탄소 저감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기 위해 컬러 영상의 1/4 수준의 데이터를 소모하는 흑백화면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KBS 화면 캡처/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 청와대 집무실에서 대한민국 탄소중립선언 '더 늦기 전에 20050' 연설을 하고 있다. 이번 연설은 탄소 저감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기 위해 컬러 영상의 1/4 수준의 데이터를 소모하는 흑백화면을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다. ⓒKBS 화면 캡처/연합뉴스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홍보 효과 극대화를 노리고 지난 10일 공영방송사에 문재인 대통령의 '탄소중립 선언' 연설을 '흑백 화면'으로 송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KBS공영노동조합(위원장 이경상, 이하 공영노조)은 11일 '언론자유? 방송독립? 그런 건 개나 줘버려! 청와대 의전비서관 王 피디 시대'라는 제목의 성명에서 "공영방송 KBS가 KTV도 아니고 외주제작사만도 못한, 인력공급 대행 및 송출업체로 전락했다"면서 "이번 '탄소중립 선언' 방송은 청와대가 기획·연출을 맡고, KBS는 제작대행과 송출만 맡는 역할 분담으로 제작됐다"고 밝혔다.

    이는 문 대통령이 10일 오후 7시 35분부터 15분간 청와대 본관 집무실에서 발표한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 선언'을 KBS·MBC·SBS·MBN·YTN·연합뉴스TV 등 6개 방송사가 생중계한 것을 가리킨 것.

    연설 초반 '컬러'로 방송되던 화면은 약 1분 후 '흑백 화면'으로 전환됐다. 이를 두고 청와대는 "산업화 이전, 지난 시절이 천연색 자연을 볼 수 있었다면, 첨단기술이 발전한 지금은 오히려 미세먼지로 인한 회색빛 하늘에 갇힌 현실을 표현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지지율 폭락하자 뜬금없이 '탄소중립 선언 쇼'"


    공영노조는 이 같은 연출을 기획한 장본인이 바로 탁현민 비서관이라고 강조하며 "이 분은 시시하게 공영방송의 경영진 나부랭이가 아니라, 권력의 정점인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고, 청와대의 모든 쇼를 연출하는 '왕(王) 피디'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공영노조는 이날 KBS 제작진과 지역국에 '하달'됐다는 메시지 내용을 공유했다.

    "오늘 BH 중계제작관련 흑백으로 제작됨을 감안 바랍니다. 탁현민 의전비서관 요청사항이며, 행사 2시간 전까지 엠바고(필수). 행사 전에 컬러 제작으로 변경될 수도 있으나 현재로서는 BH입장 확고 함."


    공영노조는 "'행사 전 컬러로 변경될 가능성도 있으나, 현재로선 청와대의 입장이 확고하다'는 메시지는 청와대의 뜻을 거스르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결의를 전하는 것"이라며 "'왕 피디가 되려면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는가'라는 시대정신이 느껴진다. 이런 게 180석을 만들어준 국민의 뜻이 아닌가 싶다"고 조소를 퍼부었다.

    공영노조는 "문재인 정권이 자행하고 있는 반민주적 행태와 '막장 국정'에 국민들이 분노를 표시하고, 그 결과 지지율이 폭락하는 사태가 벌어지니 이를 수습한다고 내놓은 카드 중의 하나가 '탄소중립 선언 쇼'"라며 청와대가 뜬금없이 이 같은 연설을 생중계한 배경을 분석했다.

    공영노조는 "박근혜 정권 시절 KBS가 '청와대 규제개혁회의' 등을 방영한 것이 그야말로 '중계' 수준이었다면, 이번 '탄소중립 선언 쇼'는 청와대가 기획하고 구체적 방법까지 지시를 내린 청와대의 작품이었다"며 "이는 히틀러의 '사이비 민주주의'를 가능케 한 괴벨스의 주도면밀한 선동선전 기법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다.

    "'정권의 사냥개' 된 공영방송‥ 괴벨스 방송과 뭐가 다른가"


    공영노조는 "공영방송은 마치 괴벨스의 방송처럼 철저하게 정권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는 개의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며 "경영진이 청와대의 지시사항을 충실하게 받아들이고, 중간 간부들이 그 지시사항을 실무자들과 지역방송에 다시 하달하는 것은 공영방송이 철저히 '정권의 사냥개'가 됐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공영노조 관계자는 "2014년 9월 당시 민주노총 산하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KBS가 '청와대 규제개혁회의'를 생중계한 것을 두고 '정권에 대한 맹목적 충성 서약일 뿐만 아니라 국민의 소중한 재산인 전파 낭비'라고 매섭게 비판했다"면서 작금의 KBS 방송 행태는 거론조차 하지 않는 KBS 언론노조의 모습을 가리켜 "내로남불"이라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청와대 생중계를 그렇게 비난했던 KBS 언론노조 위원장은 이제 KBS World를 담당하는 국장으로 변신해 어제 KBS World에 문 대통령의 얼굴을 흑백으로 내보내는 편성 변경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며 "그렇게 한 입으로 두 말 해도 되느냐. 청와대 '탁현민 왕 피디'의 지시를 받으며 일하니 이제 피디의 자부심이 느껴지는가?"라고 쏘아붙였다.

    KBS "'靑 하달사항' 없었다‥ '흑백 방영' 문자는 자체 작성한 것"


    이와 관련, KBS는 "이번 '2050 대한민국 탄소중립 비전 선언' 중계는 '키사(KEY社)'를 맡은 KBS의 중계 제작진이 청와대 측 담당자와 여러 차례 협의를 통해 방송 시간과 카메라 위치, 영상 연출, 화면 구성 방법 등 주요 사안을 결정해 방송한 것"이라며 "탄소 배출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하는 차원에서 일부 영상이 흑백으로 처리된 것도 이와 같은 협의 과정을 거친 것"이라고 밝혔다.

    KBS는 "그러나 공영노조가 '청와대의 지시 근거'라며 제시한 문자메시지는 중계기술국이 지역국과 중계 관련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작성한 것"이라며 청와대 측으로부터 '하달 사항' 지시가 있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 내용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KBS는 "나아가 해당 문자메시지는 작성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표현이 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며 "중계 제작 업무를 담당한 실무 부서나 청와대 측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중계 송출과 관련한 의사전달 과정에서 발생한 실수"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흑백 화면에 어떠한 컬러 자막이나 로고 삽입 불허'라는 문자메시지의 내용과 달리, 당일 중계에서 흑백 영상이 방송되는 동안 KBS 제작진이 자제 제작한 좌상단의 로고(대한민국 탄소중립 선언, 더 늦기 전에 2050)가 '컬러'로 방송됐으며, 우하단의 수화 영상 역시 '컬러'로 방송됐다고 설명한 KBS는 "따라서 영상 일부가 흑백 화면으로 처리된 것이 청와대 측의 일방적인 방송 지침에 따라 결정됐다는 일각의 의혹 제기는 사실과 다르다"고 거듭 강조했다.

    KBS는 "이처럼 사실 관계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음에도 업무 진행 과정에서의 실수를 빌미로 악의적인 의혹 제기를 거듭하는데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탄소중립'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좌우할 국가적 중대 과제인 만큼 이를 과도하게 정치적 쟁점화하지 말 것을 요청드린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