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NLL 포기 발언 감추려고 盧가 지시, 백종천·조명균 등이 삭제"… 법원 기소 내용 인정
  •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5월 청와대 세종실에서 국무회의에 앞서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2018년 5월 청와대 세종실에서 국무회의에 앞서 조명균 통일부장관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NLL 재획정 문제와 공동어로구역에 관한 노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입장이 북한과 같은 것이었다고 드러나면, 제가 사과는 물론 정치를 그만두는 것으로 책임을 지겠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던 2013년 6월30일 자신의 블로그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두고 이렇게 정치생명을 건 발언을 했다. 

    그해 7월 여야 의원들의 국가기록원 열람 결과 대화록이 발견되지 않자 '사초 폐기'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문 의원은 "혹여 제가 몰랐던 저의 귀책사유가 있다면 상응하는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후 7년여의 시간이 흐른 10일, 대법원은 회의록을 폐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참여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유죄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침묵했다. 

    참여정부 시절 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장을 지냈고, 대통령비서실장으로 근무하며 국가기록물 이전작업을 총괄한 문 대통령이 정치적 책임을 회피한다는 지적이다.

    대법 "盧 결재 받은 대통령기록물 맞다"

    대법원은 이날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용 전자기록 등 손상 혐의로 기소된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비서관에게 무죄를 선고한 1·2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1심 판결이 나왔던 2015년 문 대통령이 "처음부터 말이 안 되는 기소였다"고 평가한 것을 다시 뒤집은 것이다.

    대법원은 "회의록 파일이 첨부된 문서관리카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결재를 거쳐 대통령기록물로 생산됐다"며 "문서관리카드에 수록된 정보들은 후속업무 처리의 근거가 되는 등 공무소에서 사용되는 전자기록에도 해당한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노 전 대통령이 문서관리카드를 공문서로 성립시킨다는 의사를 표시했다고 본 것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통일부장관을 지낸 조명균 전 비서관은 2007년 10월 회담 당시 회의록 작성업무를 맡았다. 그는 회담이 끝나고 청와대 통합 업무관리시스템인 'e지원시스템'을 통해 문서관리카드를 생성하고 '2007 남북정상회담 회의록.hwp'이라는 제목으로 파일을 첨부해 결재를 신청했다.

    文 "말 안 된다"던 檢 기소 대법이 인정

    노무현 전 대통령은 해당 문서관리카드에 첨부된 회의록 파일을 열어 내용을 확인한 뒤 '문서처리' 항목을 선택해 '열람' 항목을 눌러 결재를 생성하면서 '회의록 파일 내용을 수정·보완할 것'을 지시하는 문서를 작성해 문서관리카드에 첨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 결재 후 문서관리카드는 조 전 비서관에 의해 처리됐는데, 그는 '종료처리' 항목을 선택하지 않고 2008년 1월20일 '계속검토'로 처리했다. 이후 e지원시스템의 메인테이블에서 이 사건 문서관리카드 관련 정보가 삭제됐다.

    2013년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NLL 포기' 발언을 감추려고 회의록을 이관하지 말라고 지시함으로써, 백 전 실장 등이 대통령기록물인 회의록 초본을 무단으로 삭제했다고 보고 이들을 불구속기소했다. 이날 대법원은 해당 기소 내용을 사실상 인정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