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정치권 농락하고 귀국… 중국판 마타하리에 美 '발칵'

간첩으로 지목된 여성은 5년 넘게 정계 안팎에서 활동한 뒤 귀국했다. 대신 그와 친분을 맺었던 민주당 정치인들이 주목받게 됐다. 좌파매체가 폭로한 보도여서 미국 민주당 측은 ‘극우세력의 조작’이라는 반박도 못하는 상황이다.

5년 동안 캘리포니아 정치인 22명에게 접근, 포섭 시도

미국 좌파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지난 8일(이하 현지시간) ‘팡팡’ 또는 ‘크리스틴 팡’이라는 이름의 20대 중국인 여대생이 캘리포니아주 정계에서 무슨 활동을 했는지 폭로하는 기사를 내놨다. 

“1년 동안 크리스틴 팡의 행적을 취재했다”고 밝힌 '악시오스'는 “조사 결과 팡은 오바마정부 시절인 2011년부터 2015년 중반까지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샌프란시스코를 중심으로 오클랜드·산호세 등을 포함한 광역권) 정치인들을 포섭하려 했다”고 전했다.

‘크리스틴 팡’은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에서 활동하면서 22명의 전·현직 선출직 공무원과 친분을 쌓았다고 매체는 설명했다. 이 중 2명은 전·현직 시장이었고, 거물급 정치인도 있었다고 매체는 밝혔다. 

‘크리스틴 팡’이 정치인들과 친해지는 방법은 겉으로 보면 평범했다. 자신을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 대학에 다니는 중국계 학생이라고 설명한 뒤 선거 캠프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했다. 

어느 정도 친분이 생기면 ‘무기’를 꺼냈다. 유력인사를 소개하거나 선거자금을 모아주는 식으로 정치인들에게 도움을 줬다. 성관계도 무기였다. 

매체는 “팡은 최소한 2명의 소도시 시장과 성관계를 가졌다”는 정보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매체가 주목한 사람은 민주당 에릭 스왈웰 캘리포니아주 제15구 연방 하원의원이었다. 스왈웰 의원은 2019년 5월 민주당 대선 경선 출마를 밝히면서 후원금을 암호화폐로 받겠다고 해 화제를 모은 정치인이다.

팡은 2014년 스왈웰 의원의 하원 재선을 도왔다. 팡은 당시 선거자금 모금부터 선거 캠프 인턴직원 채용에까지 간여했다. 스왈웰 의원이 재선에 성공한 뒤 팡은 그와 계속 교류했다. 스왈웰 의원은 재선 임기 중 하원 정보위원회 소속으로 활동했다. 

팡의 활동을 주시하던 미국 정보기관은 2015년 스왈웰 의원 측에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이에 스왈웰 의원은 팡과의 관계를 단절한다. 팡은 방첩기관이 계속 추적하자 2015년 중반 돌연 중국으로 귀국했다고 한다.

“현재의 시장, 지자체 의원이 미래의 주지사·연방의원”

이와 관련해 스왈웰 의원 측은 “팡을 안 지는 8년도 더 됐고, 지난 6년 동안은 만난 적도 없다”며 “또한 연방수사국(FBI)이 요구하는 모든 정보를 제공했다”고 매체에 알렸다. 

현직 고위 정보관계자는 “정부 관계자들은 팡이 (정치인들과) 국가 기밀을 주고받았다고 믿지 않지만, 이번 사건은 대단히 민감한 사람들(really, really sensitive people)이 첩보망에 포착됐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였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팡은 선거캠프 외에도 샌프란시스코베이 지역의 정치모임·시민사회모임·정치집회와 대학 학내 모임 등에 적극 참여해 선출직 공무원, 지역 저명인사들과 인맥을 형성하는 데 주력했다”는 주변 인물들의 말을 소개했다. 

“이번 사건은 현재 소도시 시장과 지자체 의원이 미래의 주지사나 연방의원이라는 생각에서, 결실을 맺는 데 몇 년 또는 몇십 년이 걸리는 관계를 구축하려는 중국식 첩보전략을 보여줬다”며 “팡과 친분을 쌓은 정치인들의 성격, 습관 등이 기밀정보는 아니지만 첩보기관들이 일상적으로 수집하는 정보”라고 매체는 지적했다. 

매체에 따르면, 팡의 사건을 수사한 FBI는 2019년 5월 지역에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중국 정보기관의 공작에 대응하는 전담부서를 만들고 조사를 시작했다. 

한 고위 정보관계자는 “팡은 많은 중국간첩 가운데 한 명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정보기관들은 중국의 위협이 갈수록 증가하는 것으로 평가한다고 매체는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