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 강일원·'삼성 측' 김경수 "지속가능성 긍정적" 평가… '특검 측' 홍순탁만 부정 의견 내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상윤 기자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 등으로 구성된 전문심리위원단이 7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와 관련 "일정 한계는 있지만 지속가능성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을 대상으로 한 재판부의 양형판단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준법감시위를 평가한 전문심리위원단은 이날 서울고등법원 형사1부(재판장 정준영) 심리로 열린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8차 공판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날 직접 출석했다. 

    준법감시위는 지난해 2월 재판부 권고에 따라 구성된 후 삼성 계열사들의 실효적 준법감시제도 정착을 위한 활동을 펼쳐왔다. 삼성 임·직원들의 후원계좌를 무단조회한 사건 등과 관련해 삼성과 이 부회장의 사과를 권고했고, 고공농성 중이던 해고노동자 김용희씨와 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주요한 성과도 냈다. 

    전문심리위은 앞서 현장방문, 관계자 면담 등을 통해 이 같은 준법감시위의 활동과 실효성, 지속가능성 등을 평가해 지난 3일 재판부에 종합의견을 제출했다. 전문심리위원단은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재판부 추천), 홍순탁 회계사(특검 추천),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삼성 측 추천) 등으로 구성됐다. 

    강일원 "종전보다 강화된 준법감시활동" 

    이날 차례로 준법감시위에 관한 의견을 개진한 강 전 재판관과 홍 회계사, 김 변호사는 대체적으로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먼저 재판부의 추천으로 전문심리위에 합류한 '중립' 성향의 강 전 재판관은 "전반적으로 준법감시위가 종전보다 강화된 준법감시활동을 하고 있다"고 호평했다. 

    강 전 재판관은 "관계사들은 (국정농단) 사건 발생 이전부터 법령에 따른 준법감시 조직을 이미 갖고 있었다. (준법감시위는) 기존 준법감시 조직에서 한층 강화된 측면은 있지만, 새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에 대해 정의하고 선제적 예방활동을 하는 데에는 이르지 못하지 않았다"고 봤다. 

    강 전 재판관은 그러면서도 "준법감시위의 권고 후 삼성 관계사들이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세계 3대 컨설팅 회사인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문의해) 지속가능한 준법경영을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인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어 "준법감시위는 삼성의 외부조직으로서 관계사와 최고경영자에 대해 상당히 폭넓은 감시활동 중이었다"고 지적한 강 전 재판관은 "비교적 자유로운 인사들로 구성돼 독자적 운영이 가능했다. 회사 내 준법문화활동에 긍정적 효과가 있을 것을 보인다"고 밝혔다. 

    강 전 재판관은 "준법감시위원의 인선 여부에 따라 독자성이 약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최고경영진의 준법 의지와 여론의 감시가 중요하다"며 "현재로서는 여론의 압력 등을 볼 때 삼성이 준법감시위를 약화 또는 폐지하거나 준법감시위의 권고사항을 이행하지 않는 등 행동을 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김경수 "삼성 준법 의지, 후퇴‧약화하지 않을 것" 

    삼성 측 추천위원인 김경수 변호사도 "지금 수준으로 활동을 계속한다면 준법감시위의 지속가능성도 아무 문제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 변호사는 "준법감시위 출범 후 삼성의 준법감시 체계가 바뀌었다"며 "조직에서 분리돼 판·검사 출신의 외부변호사들을 선임했다. 이들을 면담한 결과 자신들의 역할이 강화됐다는 데 책임감을 무겁게 느끼고 있었고, 여기서 독립성과 전문성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고 전했다. 

    또 "총수 등 경영진의 준법 의지가 없으면 준법감시위의 실효성을 보장할 수 있느냐는 우려도 있지만, 이 부회장이 최근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준법경영을 약속했다"고 환기한 김 변호사는 "앞으로 삼성그룹의 준법경영에 대한 국민적 관심은 최고경영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에 경영진의 준법 의지가 지금보다 후퇴하거나 약화하지 않을 동기로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준법감시위 그 자체로 완벽하고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근본적인 구조적 변화의 하나"라며 "진일보한 것은 틀림없다"고 강조했다. 

    '특검 측' 홍순탁 회계사만 부정 의견 

    반면, 전문심리위원 중 특검 추천 위원인 홍순탁 회계사는 부정적 평가를 내놨다. 홍 회계사는 "준법감시위는 현재까지 (준법감시 관련) 모니터링 체계를 수립하지 않았고 이뤄진 게 전혀 없다"며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발주했다고 하지만 현재는 공백상태다. 준법감시위가 확대개편된 지 10개월이 지난 현재 시점에서 전체 인원 등을 고려하면 핵심적 모니터링 공백은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홍 회계사는 또 "의혹 제기도 아닌 검찰 기소가 이뤄졌는데도 최고경영자 위반 리스크에 대한 기본적 사실조회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다른 임·직원에 적용된 동일한 프로세스인 사실관계 확인 보고, 인사조치 검토 대책 수립 등이 최고경영자에게는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증거"라고도 힐난했다.

    이 같은 전문심리위원단의 의견은 이 부회장의 양형을 가르는 중요한 요소가 될 전망이다. 재판부는 오는 21일 결심공판을 열기로 잠정 결정했다. 선고기일은 이르면 내년 초에서 2월께 진행될 예정이다. 

    이 부회장은 박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삼성 경영권 승계 및 지배구조 개편 등을 도와달라는 청탁을 하고 그 대가로 총 298억2535만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2017년 2월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2심은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해 8월 이 부회장 등의 상고심에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