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 대역' 어린이용 역사 동화… 발발 배경·경과 등 6·25전쟁 전 과정 수록
  •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사단법인 '물망초'가 펴낸 '6·25가 뭐예요?(What is 6·25?)'. ⓒ도서출판 물망초
    ▲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사단법인 '물망초'가 펴낸 '6·25가 뭐예요?(What is 6·25?)'. ⓒ도서출판 물망초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10월 '밴플리트상' 수상 소감으로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한·미)양국이 함께 겪은 고난의 역사와 수많은 희생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말하자, 관영매체를 비롯한 중국 각지에서 "중국인들의 희생을 무시한 발언"이라는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이와 함께 중국인 K팝 스타들도 일제히 '항미원조(抗美援朝)'를 기념하는 글을 올리며 "6·25전쟁은 미국의 지원을 받은 한국의 침략에 맞서 북한을 구하기 위한 항전이었다"는 중국의 왜곡된 역사관에 동조했다.

    당시 '항미원조' 지지 글을 올린 가수 중에는 '에프엑스'의 빅토리아, '엑소'의 레이, '우주소녀'의 성소 등 국내에서 인기가 높은 가수들도 포함돼 있었다.

    中 '항미원조' 선전선동에 文정부 '꿀먹은 벙어리'


    유명세가 있는 연예인들의 발언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파급력이 상당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지 못하는 미취학 어린이나 외국 청소년의 경우엔 이러한 선전선동에 휘말려 역사를 오인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중국 정부와 여기에 동조하는 연예인들이 대대적으로 '항미원조'를 선전하는 것에 대해 우리 정부가 공식적인 항의나 성명을 냈다는 기록은 없다. 정부의 반박 입장이 없다는 비판이 쏟아지자, 국정감사에서 외교부 장관이 "남침은 부인할 수 없는 역사적 사실"이라고 밝힌 게 전부다. 오죽했으면 국정감사에서 교육부 장관에게 6·25가 남침인지 북침인지를 묻는 질문이 나왔을까?

    '문명고 역사지키기 77일백서(도서출판 글마당)'에 따르면 현재 중·고등학교에서 사용되는 8종 검정교과서는 역사 용어와 해석뿐 아니라 기술 방식까지도 북한 역사서와 유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근 발간된 검정교과서는 미군정을 대체로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반면, 북한에 진주한 소련군에 대해선 우호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단법인 '물망초'에서 이사장을 맡고 있는 박선영 동국대 교수는 "기존의 관련 서적들을 검토한 결과 6·25전쟁을 '우연히 일어난 전쟁' 또는 '쌍방 과실'로 일어난 전쟁이라는 식으로 왜곡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면서 "건국 이후 최대 사건인 6·25전쟁을 어린이들에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가르치기 위해 동화 형식의 책을 출판하게 됐다"고 말했다.

    "북한이 중·소 등에 업고 남한 침공"‥ 책임소재 명시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지난달 '물망초'가 펴낸 '6·25가 뭐예요?(What is 6·25?)'는 어린이를 위한 6·25 동화책이다. 수정주의 학설로 왜곡된 6·25전쟁의 참상을 바로 알리는 게 목표다.

    예비역 장성 세 명의 철저한 감수를 통해 정확성을 기했고, 이해를 돕기 위해 쪽마다 어린이에게 친근한 삽화를 넣었다. 해외 독자들을 위해 영문도 함께 실었다.

    감수를 담당한 차동길 단국대 교수(예비역 해병대 준장)은 "기존 6·25전쟁 관련 어린이 책들은 지엽적인 설명에 치우치거나 몇 가지 에피소드로 감성에 호소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며 "그 결과 어린이에게 6·25전쟁의 큰 그림을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웠다. 특히 전쟁의 책임소재에 대한 설명이 모호한 경우가 많았다"고 지적했다.

    역사칼럼니스트 황인희 작가가 쓴 이 책은 ▲6·25전쟁의 배경 ▲발발과 경과 ▲유엔군 참전 ▲인천상륙작전 ▲흥남철수작전 ▲반공포로 석방 ▲정전 협정 체결 등 6·25전쟁의 전 과정과 함께 관련된 중요 사건들을 담았다.

    해외 독자 위해 한·영 대역으로 구성


    아직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국군포로와 참전한 유엔군의 희생 등 우리가 잊지 말아야할 역사도 다뤘다. 6·25전쟁 이후 남한에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가 꽃을 피웠다는 사실을 강조해 이 비극적인 전쟁을 '자유 수호 전쟁'으로 새롭게 인식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영 대역으로 구성된 점도 두드러진 특징이다. 이 책의 영문 제목은 'What is 6·25?'다. 번역은 전 특전사 사령관 전인범 예비역 중장이 담당했다.

    전인범 전 사령관은 "우리 어린이들이 영어 실력을 길러, 외국 친구들에게도 6·25전쟁에 대해 정확히 설명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며 "동포 어린이들은 물론 한국에 관심이 있는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6·25전쟁을 정확히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책의 그림을 그린 김경숙 작가는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를 졸업했다. 수채화와 펜화로 전쟁의 비장한 느낌을 깊이 있고 다양하게 표현했다. 세 명의 예비역 장성들이 그림의 의미가 올바르게 전달될 수 있도록 감수했다.

    사단법인 '물망초'의 이재준 팀장은 "6·25전쟁을 독자들에게 쉽게 정확히 설명하기 위해 집필진 모두가 최선을 다했다"면서 "이 책이 아이들의 올바른 국가관 형성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글쓴이 황인희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알려주는 책을 주로 쓰는 역사칼럼니스트이자 인문여행작가. 2010년 조선일보 논픽션대상 우수상을 수상했고, '역사가 보이는 조선 왕릉 기행' '고시조 우리 역사의 돋보기' '잘! 생겼다 대한민국' '궁궐, 그날의 역사' '우리 역사 속 망국 이야기' '펭귄쌤과 함께 떠나는 우리 근현대사 여행' '대한제국 실록' '나는야 코리안!' 등을 집필했다.

    ■ 옮긴이 전인범

    육사 37기로 38년 동안 현역생활을 하면서 참전군인이 아닌 현역군인으로는 가장 많은 11개의 훈장을 받고 특전사 사령관을 마지막으로 전역한 예비역 중장. 군에 있는 동안 가장 영어를 잘 하는 미국통이었다.

    ■ 그린이 김경숙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회화과 졸업 후, 개인전 8회, 부스전 및 아트페어 8회, 단체전을 여러 차례 개최했다. 현재 심상화심리상담연구소 미술지도사와 작가로 활동 중이다.

    ■ 감수

    전인범 전 특전사령관(예비역 육군 중장), 정수한 울산대학교 교수(예비역 육군 준장), 차동길 단국대학교 교수(예비역 해병대 준장)
  •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사단법인 '물망초'가 펴낸 '6·25가 뭐예요?(What is 6·25?)'. ⓒ도서출판 물망초
    ▲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사단법인 '물망초'가 펴낸 '6·25가 뭐예요?(What is 6·25?)'. ⓒ도서출판 물망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