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임명할 땐 "靑 권력형 비리도 엄정 수사하라"더니…文, 지금은 '식물총장' 만들고 침묵
  • ▲ 국민의힘 27일 원내대책회의 배경 현수막.ⓒ국민의힘
    ▲ 국민의힘 27일 원내대책회의 배경 현수막.ⓒ국민의힘
    국민의힘이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이른바 '백드롭 정치'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과거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발언을 소환해 '백드롭(배경 현수막)'에 등장시켜 여권의 태도변화를 풍자한 것이다.

    文, 윤석열 임명 땐 "권력형 비리 엄정 자세로"…국민의힘 백드롭에

    국민의힘은 27일 당 원내대책회의가 열리는 국회 회의실 뒷벽에 윤석열 검찰총장 임명 당시 문 대통령이 발언한 "권력형 비리 엄정한 자세로" 등의 문구를 백드롭으로 내걸었다.

    백드롭에는 지난해 문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우리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그 점에 대해서는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시길 바란다"고 전한 발언이 들어갔다.

    또 문구와 함께 당시 문 대통령이 윤 총장을 임명하던 '화기애애'한 분위기의 사진도 함께 실렸다. 당시 문 대통령은 윤 총장을 '우리 총장님'이라는 특병 호칭으로 임명하며 "살아 있는 권력의 혐의들도 엄정 수사하라"고 당부했다.

    국민의힘의 '백드롭' 공세는 권력형 비리 의혹을 수사하는 윤 총장의 칼날이 청와대와 여당을 향하자, 윤 총장을 '식물총장'으로 만든 정부·여당의 태도 변화를 비판하는 것이다.

    윤 총장은 월성1호기 조기폐쇄와 울산시장 부정선거, 라임·옵티머스 사태에 대한 청와대의 개입 의혹을 수사하던 중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사상 초유의 '현직 총장 직무정지' 조치로 손발이 묶인 상황이다.
  • ▲ 지난 26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배경 현수막에 문재인 대통령의 7년 전 트위터 글이 실려있다.ⓒ국민의힘
    ▲ 지난 26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배경 현수막에 문재인 대통령의 7년 전 트위터 글이 실려있다.ⓒ국민의힘
    文, 7년 전 채동욱 검찰총장 사퇴로 청와대 비판

    국민의힘은 전날에도 비상대책위원회의가 열린 회의실에 문 대통령의 7년 전 트위트 글을 백드롭으로 장식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3년 9월13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혼외자 의혹'으로 사퇴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관련, "결국, 끝내, 독하게 매듭을 짓는다, 무섭다"라고 박근혜 정부를 비판한 바 있다.

    이는 '윤석열 직무배제' 사태에 연일 '침묵'을 유지하는 문 대통령의 현재 모습과 대조적인 것이라는 지적이다. 문 대통령의 과거 발언을 소환해 그대로 되돌려준 것이다.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취임한 이후 이와 같은 '백드롭 정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대통령과 민주당의 '말뒤집기'를 부각하는 등의 방식으로 당의 공세를 보조하는 것이다.
  • ▲ 지난 7월20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배경 현수막은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집값 안 떨어진다' 발언과 민주당 당색인 파란색으로 장식했다.ⓒ국민의힘
    ▲ 지난 7월20일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의 배경 현수막은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집값 안 떨어진다' 발언과 민주당 당색인 파란색으로 장식했다.ⓒ국민의힘
    여당의 적은 여당? '집값 안 떨어진다' 부동산 실책 시인성 발언도

    지난 7월에도 국민의힘은 진성준 민주당 의원의 본심이 드러난 발언으로 정부·여당의 부동산 실정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바 있다. 당시 국민의힘 회의실 백드롭에는 민주당의 당색인 파란색 배경에 민주당이 쓰는 서체로 '그렇게 해도 안 떨어져요, 집값 -더불어민주당-'이라는 문구를 적었다.

    해당 내용은 진 의원이 지난 7월16일 MBC '100분 토론'에 참석했다가 마이크가 켜진 것을 인지하지 못한 채 내뱉은 발언이다.

    이 밖에도 국민의힘은 수돗물 유충 사태에는 '이 나라, 믿을 수 없는 게 수돗물뿐일까'라는 문구를 백드롭에 걸었고, '아름다운 수도, 서울 의문의 1패'라며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의 '천박한 서울' 발언을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