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딜 행보 일환으로 삼성전자, 네이버 등 기업 격려… '尹 직무정지'엔 침묵, 방관 의혹
  •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대한민국 인공지능을 만나다'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한국판 뉴딜 대한민국 인공지능을 만나다'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한국판 뉴딜 행보로 인공지능 산업현장을 찾아 네이버·KT·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을 격려했다. 

    전날 밤 추미애 법무부장관에 의해 헌정 사상 초유의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집행 정지'가 이뤄졌지만, 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한 언급 없이 경제 행보에만 전념하는 모습이다.

    文, 한국판 뉴딜 현장 방문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경기도 고양시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인공지능을 만나다' 행사장에서 "한국판 뉴딜 대표사업인 데이터댐 사업을 통해 자율차·로봇·스마트공장·스마트팜 등 산업분야별 혁신방안과 연계하고, 데이터 활용 속도를 한층 높이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인공지능은 사물인터넷·자율주행·헬스케어 같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로 미래 시대를 여는 주인공이 됐다"고 강조한 문 대통령은 "사람 중심의 사회를 지향하며 행정·교육·산업·보건의료·교통물류 등 사회 전 분야에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하겠다"고 예고했다.

    청와대는 이날도 '윤석열 직무배제 사태'와 관련해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전날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 명의로 "문 대통령은 법무부장관의 발표 직전에 관련 보고를 받았고, 그에 대해 별도의 언급은 없었다"는 한 문장만 배포한 이후 계속 함구했다.

    문 대통령이 추 장관의 발표 직전 보고를 받고도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상 묵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한마디라도 보태 추 장관 뜻에 힘을 실을 경우 야권과 여론의 거센 저항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고, 반대로 우려나 거부 의사를 밝힌다면 친문세력의 지지 이탈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윤 총장 직무배제는 논란이 큰 사안임에도 청와대가 이같이 거리를 두는 것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40% 초반대로 서서히 하락하는 상황에서 일어날 정치적 후폭풍을 피해가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 ⓒ문재인 대통령 트위터
    ▲ ⓒ문재인 대통령 트위터

    하지만 문 대통령은 민주통합당 의원 시절인 2013년 9월 채동욱 전 총장이 가정사 문제로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 "결국… 끝내… 독하게 매듭을 짓는군요. 무섭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를 지휘하다 박근혜 정권의 압력에 의해 물러났다는 뜻이다. 야당 때는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강조한 반면 유사하게 진행된 이번 윤 총장 직무배제와 관련해서는 침묵하는 것이다.

    '윤석열 재신임' 추미애가 없애도 사실상 승인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윤 총장 임명식에서 "우리 청와대든, 또는 정부든, 또는 집권여당이든, 만에 하나 권력형 비리가 있다면 정말 엄정한 자세로 임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또한 지난 6월 추 장관과 윤 총장을 청와대로 불러 '공정사회반부패정책협의회'를 열고 "서로 협력하면서 과감한 개혁방안을 마련해 국민들이 변화를 체감할 수 있게 해 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총장은 전날 추 장관에 의해 정해진 임기를 8개월 남긴 상태에서 직무배제 조치를 받았다. 이는 임명권자인 문 대통령이 전임자(문무일 검찰총장)의 2년 임기를 보장한 원칙에서 벗어난, 이례적인 일이다. 

    한 메신저(전달자)를 통해 윤 총장에게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고 전했던 재신임도 효력을 잃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식물상태가 된 윤 총장의 향후 거취는 법무부 징계위원회 절차에 따라 정해진다. 징계가 부결되거나 취하되지 않는 이상 추 장관 제청으로 문 대통령이 집행하는 수순을 밟는다. 

    이 경우 문 대통령은 정치적 부담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데, 그 전까지 윤 총장이 '자진사퇴' 하도록 여권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文, 자기 손에 피 안 묻히려 하겠지만 윤석열은 버틴다"

    정치평론가인 민영삼 전 민주평화당 최고위원은 이날 '민영삼 TV' 방송을 통해 "문 대통령은 본인이 책임지지 않으려 하는 특유의 비겁함이 있다"며 "대통령이 해임 징계안을 집행하기 전에 윤 총장이 자진사퇴하면 대통령 손에 피를 묻히지 않겠지만, 윤 총장은 문 대통령이 해임안에 사인하도록 끝까지 버티리라 본다"고 전망했다.

    국민의힘 정진석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평검사 윤석열은 전 정권이 자신에게 가한 모욕을 견뎌낸 사람"이라며 "하물며 그는 이제 이 나라의 현직 검찰총장이다. 저는 그가 부당한 권력의 압박에 절대 물러날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고 분석했다.

    정 의원은 "윤석열은 검사로서 불의와 부당한 탄압에 맞서 싸울 수 없게 된다면 옷을 벗고 물러나서라도 '윤의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공정과 정의와 상식을 지키고, 퇴임 후에도 국가와 국민에게 봉사하겠다는 자신의 약속을 분명 지킬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철근 국민의힘 강서병 당협위원장은 "헌정사에 전무한 검찰총장 직무배제 및 징계청구 건은 오욕의 흑역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YS(김영삼) 제명 사건으로 유신정권이 무너졌고, 4‧13 호헌조치로 6월항쟁이 일어났다. 정권 수호의 무리수는 반드시 민심의 역풍을 불러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