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회고록 '증언' 24일 출간…'북 토크' 열고 서울시장 출마 선언 계획은 연기
  • ▲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박성원 기자
    ▲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박성원 기자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출간한 자신의 정치 회고록을 통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협상 비화를 공개했다. 

    공수처 출범 시기를 놓고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과 비공개 협상을 벌였지만 황교안 전 대표의 '단식 투쟁'으로 물거품이 됐다고 주장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또 지난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당시 미국 공화당 중진의원으로부터 '자당 대통령을 어떻게 탄핵시킬 수 있느냐'는 질책을 받은 사실도 공개했다.

    공수처 출범 시기 놓고 노영민과 비공개 협상

    나 전 원내대표는 자신의 정치증언집 '나경원의 증언'(도서출판 백년동안)에서 공수처 출범 시기와 관련해 노 실장과 물밑작업이 오가던 중 황 전 대표의 단식 투쟁으로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책의 '노영민과 마지막 딜'이라는 챕터에서 지난해 11월 중순께 노 실장에게 비공개 회동을 제안했던 일화를 소개하면서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공수처 출범만은 대통령 임기 종료 후 차기 대통령 때까지 연기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사실상 야당의 공수처법 통과 협력 뜻을 내비쳤다고 밝혔다. 이미 공수처 법안 폐지 여지가 없어 출범 시기를 연기시키는 것만이 현실적인 대안이었다는 설명이다.

    이에 노 실장은 "임기 후는 절대 안 되고 아무리 늦어도 임기 종료 6개월 전까지라면 생각해볼 수는 있다"며 여지를 열어뒀다고 나 전 원내대표는 전했다. 해당 협상은 비공개 회동에서 서면 증거 없이 구두 담판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공수처 '물밑 협상', 황교안 단식에 무산"

    그러나 나 전 원내대표는 '물밑 협의'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던 당시 '방위비 분담' 건으로 방미를 앞두고 있었고, 방미 전날인 11월19일 황 전 대표가 '단식 투쟁' 돌입 카드를 꺼냈다며 '협상 결렬'의 전초 상황을 회고했다. 자신의 방미 일정과 황 전 대표의 완고한 결정 등으로 '단식 투쟁'을 저지할 수 없었고 야당의 강경 일변도로 인해 정국이 냉각됐다는 것이다.

    나 전 원내대표는 황 전 대표의 단식 투쟁에 "아찔했다"면서 "며칠의 시간적 여유만 허락해 준다면 1년 내내 장외 집회 등 강경 일변도였던 당의 투쟁 기조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길을 찾을 수 있을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대표의 단식은 협상 타결에 좋은 요소는 아니었다는 것이 나 전 원내대표의 심경이다.

    그는 "이인영 민주당·오신환 바른미래당 당시 원내대표도 너무나 아쉬워했다"며 "그들도 속으로는 각자 그렇게 바랐을 '협상의 시간'이 정국 급랭으로 무산된 게 안타까웠을 것이다. 특히 이인영 전 원내대표는 제1야당을 테이블로 끌어낼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는 아쉬움이 있었을 거라고 나는 지금도 믿는다"고 강조했다.
  • ▲ 지난 2016년 11월14일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부겸·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나경원·국민의당 정동영·조배숙·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으로 구성된 국회의장 산하의 동북아 평화·협력 의원 외교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정책을 담당해 온 리차드 하스 미국외교협회장 및 상·하원 의장을 면담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뉴시스
    ▲ 지난 2016년 11월14일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김부겸·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나경원·국민의당 정동영·조배숙·새누리당 정병국 의원으로 구성된 국회의장 산하의 동북아 평화·협력 의원 외교단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당시 대통령 당선인의 외교정책을 담당해 온 리차드 하스 미국외교협회장 및 상·하원 의장을 면담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했다.ⓒ뉴시스
    탄핵 질책한 美…"그때 반대했다면 지금 떳떳하지 못해"

    나 전 원내대표는 또 지난 2016년 11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당선시킨 공화당의 한 중진의원으로부터 "어떻게 당신들이 배출한 대통령을 탄핵시킬 수 있느냐"는 질책을 받은 바 있다고도 회고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당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 '박 전 대통령 퇴진 불가피' 입장을 전달하는 국회 방미단에 합류해 같은달 14일 미국에 출국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공화당 중진의원이 자신에게 "당신이 속한 여당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느냐"고 물었고 나 전 원내대표와 정병국 전 의원이 "우리당에도 찬성하는 목소리가 있기는 하다"는 식으로 대답했다고 전했다.

    이에 공화당 의원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어떻게 그렇게 쉽게 권력을 내어줄 수 있느냐"고 말했지만, 나 전 원내대표는 "역사의 진보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며 국회 탄핵소추룰 밀어붙였다고 증언했다.

    그러면서 나 전 원내대표는 "그때 만약 우리가 대통령을 무작정 감싸고 국회 탄핵소추를 저지했더라면, 이런 '진보 참칭 좌파'의 폭주에 대해 지금처럼 떳떳하게 비판할 수 있었겠나"라며 "이것이 탄핵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선택이 그르지 않았다고 믿는 또 하나의 이유"라고도 주장했다.

    나 전 원내대표는 24일 저서 출간일에 맞춰 '북 토크'를 열고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할 것으로도 전망됐지만 거리두기 2단계 격상 조치로 이날 행사는 순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