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1만5000명 대형 집회 신고… 불심검문 원천봉쇄 재인산성 쌓던 文정부 수수방관
  • ▲ 민노총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웅진코웨이지부가 지난 6월9일 서울 중구 코웨이 본사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권창회 기자
    ▲ 민노총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동조합 웅진코웨이지부가 지난 6월9일 서울 중구 코웨이 본사 앞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권창회 기자
    우한코로나(코로나19) 방역을 이유로 우파 시민들의 개천절 집회를 불허했던 정부가 오는 14일 친정부 성향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집회는 허용할 방침이어서 야권에서 '이중 잣대'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집회 성향에 따라 정부의 통제가 일관성이 없고 국민 편 가르기라는 것이다. 정부는 이번 민노총 집회를 앞두고는 지난 개천절(10월3일) '정부 규탄 집회'와 같은 수준의 조치를 보이지 않았다.

    "애국단체 집회는 불심검문·원천봉쇄 vs 민노총 집회는 무한신뢰"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을 통해 "오늘부터는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고 향후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할 수도 있다는 정세균 총리의 발언이 나올 정도로 코로나 확산세가 다시 높아지고 있는 마당에 전국 곳곳에서 (민노총의)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고 전제하고 "그런데 정부와 경찰의 반응이 이전 광복절·개천절 집회 때와는 사뭇 다르다"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애국단체·보수단체들의 광복절과 개천절 집회에 대해서는 불심검문을 한다느니 원천봉쇄한다느니 하며 헌법에 명시된 집회와 결사의 자유도 군홧발로 짓밟더니, 내일 집회에 대해서는 주최 측에 무한신뢰를 보내며 아무런 규제조치가 없다"며 "그때나 지금이나 코로나19가 확산일로에 있기는 마찬가지인데 무슨 기준과 원칙으로 이렇게 태도가 돌변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날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의 정례 브리핑에 따르면, 민노총은 14일 경기·인천·세종을 제외한 전국 14개 시·도에서 1만5000여 명이 참석하는 집회를 신고했다.

    개천절 전 확진자 두 자릿수, 민노총 집회 전엔 세 자릿수인데

    문제는 지난달 열린 우파 시민단체의 집회와 이번 민노총 집회에 대응하는 정부의 방식에서 '역차별 논란'이 인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난 개천절 광화문에서 열린 정부 규탄 집회 때는 10인 이상 집회는 금지했고, 참가자는 고발조치 및 구상권을 청구했다. 또 집회 주변 일대에 경찰버스 500대와 철제 바리케이드 1만여 개를 설치하는 등 강경대응해 '과잉' 논란을 빚었다. 집회 당일에는 1만2000여 명의 경찰이 동원됐으며, 일대를 완전 봉쇄해 시민들의 이동의 자유를 제한했다.

    그러나 이날 실제로 서울 도심 집회 인원은 경찰 추산에 따르면 200~300명 정도였다.

    반면,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추이를 봐도 요즘 상황이 개천절 집회 당시보다 더 심각한데도 민노총 집회에 따른 정부의 대응 수준은 미미하다. 개천절 집회를 앞둔 지난 10월1~2일 코로나 일일 확진자 수는 각각 77명과 63명이었던 데 반해 지난 12~13일 확진자는 각각 143명, 191명으로 연속 세 자릿수를 기록했다.
  • ▲ 지난달 3일 개천절 집회를 예고했던 우파 시민 단체가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경찰버스로 둘러싸여 있다.ⓒ이기륭 기자
    ▲ 지난달 3일 개천절 집회를 예고했던 우파 시민 단체가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경찰버스로 둘러싸여 있다.ⓒ이기륭 기자
    "개천절 시위대는 살인자이고 민노총 시위대는 민주시민이냐"

    경찰 측은 이번 민노총 집회를 앞두고는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집회가 열리도록 관리한다는 방침이며, '재인산성'이라는 빈축을 샀던 '차벽 설치'와 관련해서도 "필요하면 검토할 것"이라는 등 소극적이다. 

    지난 우파 집회 전 김창룡 경찰청장은 "집회가 실제로 이뤄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감염병 예방과 법 집행 차원에서 중요한 과제였다"고 발언했지만, 민노총 집회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언급이 없다.

    이에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방역마저 내로남불"이라고 꼬집었다. 

    김근식 국민의힘 송파병 당협위원장도 "개천절 반정부 시위대는 코로나 '보균자'들에 '살인자'이고, 11·14민중대회 시위대는 코로나 '무균자'들에 '민주시민'이냐"며 "우리 편은 챙기고 남의 편은 찍어내는 차별과 배제의 정치, 분열과 적대의 정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12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은 광화문 집회 주도자를 '살인자'로 규정했다"며 "이번 주말에 진보단체에서 10만명가량 모이는 집회를 계획 중이고, 노 실장 규정에 의하면 이들도 여전히 '살인자' 아니냐. 두고 보면 '살인 방조'다"라고 쏘아붙였다. 이어 그는 "빨리 재인산성 쌓고 엄하게 단속하고, 이들도 노영민이 살인자라고 다시 한번 반복하고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일갈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노총 집회에 자제를 요청하고 나섰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1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대규모 집회를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도 "집회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감염병 확산을 불러오는 집단행동은 자제해야 한다. 행사를 비대면으로 진행하거나 대푝 축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