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바이든, 12일 14분간 정상 통화… '반중 노선' 계속 불참할 땐 외교 고립 우려
  • ▲ 12일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통화를 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 12일 미국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과 전화통화를 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12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통화하고 굳건한 한미관계 발전을 다짐했다. 

    하지만 한국과 가까운 바이든 당선인의 인맥은 정부·여당이 아닌 야권 쪽에 많은 것으로 알려져,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실질적 교류를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 노선에 계속 불참할 경우 외교무대에서 한국이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文, 바이든과 14분 정상 통화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부터 14분간 바이든 당선인과 통화를 한 뒤, 페이스북을 통해 " 굳건한 한미동맹과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향한 당선인의 굳은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앞으로 바이든 당선인과 코로나 및 기후변화 대응을 포함한 세계적 도전과제에 대처하기 위해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지난 70년간 민주주의·인권 등 공동의 가치를 승화하며 한미동맹의 미래지향적 발전과 한반도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바이든 당선인과 긴밀히 소통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바이든 당선인은 "한국이 인도-태평양지역 안보와 번영에서 린치핀(linchpin·핵심축)"이라며 "대한 방위공약을 확고히 유지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양측은 취임 이후 가능한 한 조속히 만나 직접 대화할 기회를 갖기로 했다.

    미셸 플러노이·수전 라이스, 김관진과 파트너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는 '바이든 안보 인맥'이 없어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다. 바이든의 안보라인으로 거론되는 이들은 오바마 대통령 당시 국방부 정책담당 차관이었던 미셸 플러노이,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수전 라이스 등이다.

    플러노이는 차기 국방장관으로 유력하다. 미국 역사상 최고위 여성 국방당국자 기록을 가진 그는 2016년 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당선됐다면 국방장관에 기용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라이스 전 안보보좌관은 미국 내각 서열 1위인 국무장관 유력 후보다. 라이스 전 보좌관은 한때 바이든 당선인의 러닝메이트로도 거론되다 카멀라 해리스가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확정된 이후에는 국무장관 후보군 중 1순위로 꼽힌다.

    文정부는 전 정권 안보실장 '적폐' 규정

    이들의 국내 파트너는 박근혜 정부 외교안보 라인이었다.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 조태용 국민의힘 의원(당시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이다. 문재인 정부는 김 전 실장을 '적폐세력'으로 규정해 구속시키는 등 이들과 멀리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미국 대선 이후 한미동맹과 한반도 정세 전망' 포럼에 참석해 "미국과 직접 외교를 담당하는 정부와 여당의 관련자들이 한 분도 이 자리에 나타나지 않아 아쉽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언론을 보면 바이든 정권과 인적 네트워크는 주로 야당인 우리 국민의힘에 많이 있는데 이런 자리라도 와서 한 수 배워가야 지금까지 갈팡질팡하던 외교를 조금이라도 정리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강조했다.

    '린치핀' 언급한 바이든… '중국 견제 동참' 해석

    한편 바이든 당선인은 10일 미국의 우방국인 캐나다를 시작으로 영국·프랑스·독일·아일랜드 등 유럽 주요국 정상과 통화했다. 이날은 한국보다 30분 앞서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통화했다.

    바이든 인수위 자료에 따르면, 바이든 당선인은 스가 총리와 통화에서 미일동맹을 '인도-태평양 지역의 '초석(cornerstone)'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바이든 당선인이 문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국을 '핵심축(linchpin·린치핀)'이라고 표현한 것보다 약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바이든 당선인은 문 대통령에게 린치핀을 언급하며 '인도-태평양지역의 안보와 번영'을 이유로 들었다. 이는 사실상 미국이 주도하는 대(對)중국 견제에 한국이 동참하라고 우회적으로 요청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린치핀은 수레 등의 바퀴가 빠지지 않도록 축에 꽂는 핀으로, 의미가 '핵심축'으로 확장됐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0년 6월 G20 정상회의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을 만나 "한미동맹이 한국과 미국뿐 아니라 태평양 전체에 대한 안보의 핵심축(린치핀)"이라고 표현한 이후, 이번 바이든 당선인이 다시 공개적으로 꺼내 강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