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단일팀 참가 北 선수단·응원단에 15억 예산… "누구를 위한 단일팀이냐" 논란 확산
  • ▲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9일 서울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 이인영 통일부 장관이 지난 9일 서울 남북회담본부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통일부가 2021년 예산안에 도쿄올림픽 남북 단일팀 예산을 15억원 배정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문위원이 "다양한 변수를 고려한 신중한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며 부정적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통일부는 예산에 조총련을 포함한 남북 응원단 관련 예산을 편성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정부가 단일팀으로 염두에 둔 종목에서조차 단일팀에 회의적 반응이 주를 이루는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에서는 "북한 퍼주기에만 몰입해 굴종적 자세를 보인다"는 비판이 나왔다.

    단일팀 4종목에서 2종목으로 줄었는데 예산은 11%만 줄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통일부는 남북 단일팀 구성을 위해 '2020년 하계올림픽경기대회 공동진출사업'에 15억4800만원을 편성했다. 북한 선수단의 대회 참가·훈련비용과 조총련계를 포함하는 남북 공동 응원단 응원복·관람료 지원이 골자다. 

    이 예산은 통일부가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북한 선수단과 남북 공동 응원단에만 지원하는 비용이다. 한국 선수단 소요 비용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체육진흥기금을 이용해 별도로 편성됐다.

    당초 남북한은 2018년 두 차례의 남북체육회담에서 4개 종목(여자하키·여자농구·남녀조정·유도)에서 단일팀을 구성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여자하키는 2019년 올림픽 예선에서 탈락했다. 

    여자농구는 올림픽 예선을 통과했지만,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2019년 예선 과정부터 단일팀을 구성해야 올림픽 참가가 가능하다는 결정문을 남북 체육회에 발송하면서 단일팀 구성이 불가능해졌다. 

    이에 통일부는 남은 2개 종목(조정·유도)의 남북 단일팀을 염두에 두고 2021년 예산을 편성했다. 

    통일부는 지난해 4개 종목 단일팀 구성에 17억4400만원을 편성했지만, 도쿄 올림픽이 연기되면서 3차 추경예산 심사에서 전액 삭감됐다. 

    통일부의 예산 세부내역을 살펴보면 ▲남북 단일팀 합동 훈련 및 친선경기 5억3000만원 ▲유니폼 및 운동용픔 4800만원 ▲올림픽 예선·본선 남북 단일팀 참가 비용 5억3000만원 ▲남북 공동 응원 4억4000만원 등이다. 

    통일부는 남북 공동 응원 예산 중 피복비 4000만원에 조총련계 현지 교민을 포함해 2000명분을 산정하기도 했다. 조총련은 친북한계 재일본인단체로 김일성 주체사상을 일본에 전파하기도 했다.

    조정 단체전은 올림픽 본선 출전 가능성 희박

    문제는 조정 대표팀이 올림픽 본선에 진출할 확률이 낮고, 유도 대표팀에서는 단일팀 구성으로 피해를 보게 될 한국 선수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조정은 2016년 리우올림픽 당시 남녀 싱글(1인승) 종목과 경량 더블(2인승) 종목에서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모두 개인전 성격이 짙은 종목으로 조정 대표팀에서 이번 올림픽 본선행을 노리는 종목이다. 

    이에 따라 대한조정협회는 기존 선수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4X(4인승) 종목과 에이트(8인승) 종목에 단일팀을 구성할 방침이다. 

    하지만 이렇게 단일팀을 구성할 경우 올림픽 본선에 진출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단일팀 구성 가능성이 있는 4X와 에이트 종목에서 한국 대표팀은 1988년 서울올림픽 개최국 자격으로 참가한 이후 올림픽에 한 번도 진출한 적이 없다. 조정 대표팀이 오래도록 호흡을 맞춰 준비해도 본선행 자체가 쉽지 않다는 뜻이다. 

    대한조정협회 관계자도 본선 참여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두 종목의 올림픽 예선은 2021년 5월 열린다.

    "고생한 선수 피해보게 하는 것, 누구를 위한 단일팀이냐"

    유도계는 선수들이 받을 피해를 걱정한다. 단일팀을 구성하려면 기존 몇몇 우리 선수들의 국가대표 자격을 박탈하고 북한 선수가 참여하는 방법밖에 없다. 다만 도쿄올림픽에서는 혼성 단체전이 신설돼 개인전 경기 이후 남녀 3체급, 후보선수까지 모두 12명이 출전할 수 있다는 점이 유일한 위안이다.

    그럼에도 유도계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대한유도회 관계자는 통화에서 "단일팀을 개인전이 많은 종목에 구성하면 그 피해는 오롯이 노력한 우리 선수들이 받게 된다"며 "전 체급에서 우리 선수들이 북한선수보다 (기량이) 떨어지는 경우는 없다. 지금도 피땀을 흘리는 우리 선수들의 자리를 빼앗는 것으로, 누구를 위한 단일팀인지 모르겠다"고 성토했다.

    野 "굴종적 자세, 퍼주기에만 혈안"

    단일팀 구성에 따른 북한의 반응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2019년 7월24일, 북측에 2020 도쿄올림픽 남북 단일팀 구성 및 합동훈련 관련 실무협의를 제안했지만 1년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북한은 묵묵부답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용훈 외통위 전문위원은 "남북 간 협의를 통한 사업의 추진 가능성도 불투명한 상황으로, 코로나19 등 사업 추진에 다양한 변수를 고려해 적정규모의 예산 편성과 신중한 사업 추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야당은 정부의 행태가 북한만 배려하는 모습이라는 지적이다. 국회 외통위 소속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정부가 퍼주기에만 혈안이 돼 김정은의 환심 사는 데만 전념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