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관계자 "옵티머스 현장검사 당시 '컴퓨터 교체했다' 진술 확보… 펀드자금 목적 외 사용 증거서류도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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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옵티머스 현장검사를 맡았던 금융감독원 관계자가 30일 김재현 옵티머스자산운용 대표(50) 등의 재판에서 "옵티머스 관계자들로부터 '금감원 검사에 대비해 컴퓨터를 다 교체했다'는 진술을 받았다"고 증언했다. 옵티머스가 공개 사무실과 별도로 '비밀' 공간을 마련하고 이곳에 혐의와 관련한 서류를 대거 숨겼다고도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허선아)는 이날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 대표, 옵티머스 '2대 주주'인 이모(45) D대부업체 대표, 옵티머스 이사  윤석호(43) 변호사, 송모(49) 이사, 유모(39) 스킨앤스킨 고문 등의 2회 공판기일을 열었다.

    "김재현 대표, 펀드 운용 윤석호가 한다고 말해"

    금감원 자산운용검사부 소속으로, 과거 옵티머스 현장검사에 참여했던 정모 씨는 이날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현장검사 경위를 설명했다.

    정씨는 "'라임 사태' 이후 금감원이 다른 운용사들의 실태 점검에 나섰다"며 "개인 가입자들이 많아 다중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10개 운용사를 점검 대상으로 선정했는데, 옵티머스가 그 대상에 포함돼 있었다"고 운을 뗐다.

    "지난 5월8일 김 대표, 송 이사와 면담했는데 대다수 질문에 명확한 답을 하지 못했다"고 밝힌 정씨는 "김 대표가 '거래처의 경우 고문들이 다 주선하고, 펀드 운용은 윤 변호사가 하기 때문에 다음에 윤 변호사가 설명하겠다'고 해 그날 미팅은 그대로 끝났다"고 회고했다. 

    이어 "이후 윤 변호사를 만나 (자세한) 설명을 듣고, 6월22일 추가 확인을 위해 현장조사를 나간다고 6월15일에 예고했다"며 "그런데 옵티머스가 돌연 6월18일 환매중단을 하면서 긴급히 6월19일 현장검사를 나갔다"고 덧붙였다.

    윤 변호사는 옵티머스 주식 차명 소유 의혹을 받는 이모 전 청와대 행정관의 남편으로, 옵티머스의 법률 검토를 맡았다.

    정씨에 따르면, 금감원은 현장검사 당시 컴퓨터를 교체한 증빙서류를 발견했다. 옵티머스 직원으로부터 "금감원 검사를 대비해 컴퓨터를 다 교체했다"는 진술을 받았다고도 했다. "5월부터 (컴퓨터를) 옮겼고, 논현동 창고에도 컴퓨터를 가져다 놓았다는 걸 들었다"고도 밝혔다. 5월은 옵티머스를 대상으로 서면검사에 착수한 때다.

    "김 대표 비밀 사무실서 펀드 자금 다르게 사용한 서류 대거 발견"

    특히 "금감원이 현장검사에 착수하고 나흘 후인 6월23일 옵티머스 사무실이 아닌 김 대표의 별도 사무실을 발견했다"고 밝힌 정씨는 "A라는 회사의 후문 뒤편으로 들어가면 외부에서는 사무실로 보이지 않는 곳에 김 대표의 사무실이 있었고, 펀드 자금을 공공기관 매출채권이 아니라 다르게 사용한 증빙서류 등을 대거 발견했다"고 증언했다.  

    검사가 "그곳에서 앞으로 도피생활이나 증거인멸을 위해 필요한 내용 작성한 것과 문건들, 은닉에 관한 서류들을 발견했나"라고 묻자 정씨는 "맞다"고 답했다. 

    검찰은 김 대표 등이 2018년 4월~2020년 6월 공공기관 발주 관급공사 매출채권(공사대금채권)에 투자하겠다는 명목으로 약 2900명의 피해자로부터 약 1조2000억원을 편취, 부실채권 인수 및 펀드 '돌려막기' 등에 사용했다고 본다. 이를 위해 '건설회사로부터 해당 매출채권을 양수했다'는 허위 내용의 매출채권 양수도 계약서 176장을 위조한 것으로도 파악됐다.

    특히 검찰이 확보한 옵티머스 측의 작성 문건 중 '펀드 하자 치유 관련' '대책 문건' '구명 로비' 등에는 청와대·여당 등 관계자 20명의 이름이 적힌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건은 정·관계 로비 의혹으로 확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