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도박 횟수·규모, 방문 목적 감안‥ 단순도박 혐의로 기소"변호인 "워크숍 등 업무차 방문‥ 스트레스 풀러 카지노 간 것"
  • 지난해 8월 7일 경찰이 미국 재무부에서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 들어온 첩보를 입수, 수사에 착수하면서 시작된 양현석(52·사진)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의 해외원정도박 사건이 14개월여 만에 종착역으로 치닫고 있다.

    당초 '양현석 전 대표가 국내외를 오가며 13억원 상당의 무등록 외국환 거래(환치기)를 한 정황을 경찰이 포착했다'는 언론보도로 상습도박 및 환치기 의혹이 제기됐으나, 경찰과 검찰 수사를 거치면서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는 '무혐의'로, 상습도박 혐의는 '단순도박'으로 축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해 성매매 알선 의혹과 함께 터진 양 전 대표의 해외원정도박 의혹은 연일 매스컴에 집중 조명되며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그러나 '혐의 없음'으로 허무하게 막을 내린 성매매 알선 의혹 사건처럼 도박사건도 '단순도박'으로 정리되는 모양새다.

    칼자루를 쥔 검찰이 '단순도박죄'로만 양 전 대표를 기소하면서 양 전 대표에 대한 처벌 수위는 벌금 1000만원 이하로 대폭 줄어들었다. 앞선 공판에서 피고인들의 '도박 습벽'을 의심하며 공소장 변경 여부를 검토하라고까지 했던 재판부는 28일 결심공판에서 검찰이 "판례와 법리, 도박 횟수 등을 검토한 결과 상습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종전 입장을 굽히지 않자, 그대로 변론을 종결했다.

    경찰, 상습도박 혐의로 양현석 일행 검찰 송치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으로부터 양 전 대표와 관련된 금융자료를 건네받은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YG의 금융계좌 등을 통해 상습도박 혐의를 뒷받침할 단서 확보에 주력했다. 또한 양 전 대표가 YG 미국법인의 회삿돈을 도박자금으로 사용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미국 재무부에 계좌 자료를 넘겨달라는 요청까지 했다.

    이후 미국 네바다주 카지노협회를 통해 양 전 대표의 해외 카지노 출입 기록과, 도박 횟수, 도박 금액, 승패 기록까지 확보한 경찰은 지난해 8월 17일 양 전 대표를 상습도박·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2차례 소환 조사를 벌였다.

    하지만 양 전 대표가 미국에서 달러를 빌리고 국내에서 원화로 갚는 '환치기' 수법으로 도박 자금을 조달했다는 의혹은 결과적으로 제보자의 '뇌피셜'로 그치고 말았다. 수사 결과 양 전 대표는 출국 전 환전한 달러로 도박을 한 것으로 드러나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는 불기소 처분됐다.

    단, 경찰은 양 전 대표가 상습도박을 한 것으로 봤다.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양 전 대표가 일행들과 함께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호텔 카지노에서 수차례 도박한 횟수와 규모 등을 볼 때 단순도박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이에 경찰은 지난해 11월 1일 양 전 대표 외 3명에게 상습도박 혐의를 적용해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러나 검찰의 판단은 달랐다. 개인당 도박 규모가 적은 편이고, 방문 목적이 도박으로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단순도박 혐의만 공소장에 적시했다.

    "양현석, 5명과 함께 24회에 걸쳐 4억원 상당 도박"


    검찰은 지난달 9일과 지난 28일 열린 공판에서 "양 전 대표는 2015년 7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총 7회 출국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에서 총 33만5460달러(약 3억8800만원) 상당의 도박을 한 혐의로 기소됐으나, 이는 24회에 걸쳐 함께 도박한 6명의 도박 금액을 합친 것"이라며 알려진 것보다 도박 규모가 크지 않음을 강조했다.

    이어 "피고인 모두 도박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고, 라스베이거스를 혼자 방문한 게 아니라 가족 또는 회사 관계자들과 함께 출국해 업무 저녁 시간을 이용해 도박한 점 등을 감안했다"며 이들에게 단순도박죄만 적용한 배경을 설명했다.

    변호인 역시 "피고인들이 라스베이거스에서 도박한 금액은 1인당 1000∼2000달러로, 한화로는 100만∼200만원에 불과하다"며 도박 액수가 많지 않음을 강조했다. 이어 "양 전 대표를 비롯한 피고인들은 도박을 위해 라스베이거스를 찾은 게 아니라, 소속 가수들의 미국 진출 업무나 회사 워크숍 등의 용무로 방문한 것이고, 카지노는 여가 시간에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간 것"이라고 변론했다.

    이처럼 검찰과 변호인이 대동소이한 입장을 보이자 재판부도 변론 종결을 선언한 뒤 다음 달 27일 양 전 대표 등에 대한 판결을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양현석에 단순도박죄 '법정최고형' 구형


    검찰은 앞선 공판에서 '총 6명이 미국 현지에서 도박을 했다'는 공소사실을 밝혔다. 그러나 검·경찰 조사를 받고 도박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피고인들은 양 전 대표와 김우진(37)·이재욱(41) YGX 대표, 금OO(48) 씨 등 4명에 불과하다.

    이와 관련, 서부지법 관계자는 29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피고인은 총 4명이고, 이들 외에 이번 사건으로 분리 기소된 이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의 말을 감안하면 양 전 대표와 함께 도박에 가담했으나 기소되지 않은 나머지 2명은 외국 국적자인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은 지난달 9일 열린 공판에서 피고인들이 최OO 씨, 박OO 씨와 함께 미국 라스베가스에 있는 MGM호텔 카지노에서 바카라, 블랙잭 등의 도박을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28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양 전 대표와 YGX 공동대표 2명에게 각각 벌금 1000만원을 구형하고, 금모씨에게는 벌금 700만원을 구형했다.

    형법 제246조에 따르면 일회성 단순도박의 경우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선고되지만, 상습도박의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 질 수 있다.

    남은 사건은 '공익제보자 협박' 혐의 뿐


    지난해부터 각종 구설에 휘말려온 양 전 대표는 현재 다른 YG 관계자 4명과 함께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보복협박·범인도피 교사 등)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이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서 수사 중이다.

    양 전 대표는 2016년 8월 공익제보자가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돼 경찰 수사를 받을 당시 "2016년 5월 3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아이콘' 숙소 앞에서 비아이에게 LSD 10장을 전달했다"고 진술하자, 제보자를 회유하고 협박해 진술을 번복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양 전 대표가 관련 혐의를 줄곧 부인하고 있으나 제보자의 진술이 일관되고, 진술을 뒷받침하는 간접증거 등을 통해 양 전 대표의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지난 4월 27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