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세금 410억원 투입… '소득과 무관하게' 내년 서울지역 13만6700명에 지급
  •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중고생 입학준비금 지원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열린 중고생 입학준비금 지원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권창회 기자
    내년부터 서울 중·고교 신입생에게 소득과 관계없이 1인당 30만원의 '입학준비금'을 지원한다. 준비금은 제로페이 포인트로 지급하며, 교복이나 스마트 기기 등으로 사용처가 한정된다. 일각에서는 국가 예산이 부족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세금 집행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29일 서울시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고교에 입학하는 학생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교육의 공공성을 강화하기 위해 서울시, 25개 자치구와 함께 입학준비금제도를 시행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회견에는 서정협 서울시장권한대행, 이동진 서울시구청장협의회장(도봉구청장),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함께했다.

    조 교육감은 "코로나19로 인한 가계의 어려움이 더하고, 소득 간 격차가 더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우리는 깊은 논의를 거쳐 중·고교 입학생 가정의 필요를 폭넓게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1인당 30만원씩… 소득 관계없이 제로페이로 지급

    입학준비금은 소득과 관계없이 2021학년도 중·고교 입학생에게 1인당 30만원이 지원된다. 신입생이 2월 진급할 학교에 배정받고 등록 시 신청자료를 제출하면 제로페이로 모바일 상품권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입학준비금으로 구입할 수 있는 물품은 교복을 포함한 의류와 원격수업에 필요한 스마트 기기(태블릿PC)로 제한된다.

    지원 대상이 서울시에 주민등록된 학생인 만큼 서울 외 지역 중·고교에 진학하더라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서울 소재 전국 단위 자사고 등에 진학한 다른 지역 학생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정원오 성동구청장은 "기본적으로는 서울시에 주민등록을 둔 학생들이 지급 대상"이라며 "(거주지와 학교 소재지가 다른 학생들은) 주민등록지에서 이런 혜택을 받고 있는지 등을 따져 추가적 논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교육청에 따르면, 입학준비금 첫 혜택을 받을 내년도 국·공·사립 중·고교 신입생 규모는 약 13만6700명이다. 지원 예산은 약 410억원이 소요된다. 

    교육청이 50%, 서울시 30%, 25개 자치구가 20%를 각각 맡아 예산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특수학교 중·고교 과정 학생과 대안학교 등 각종학교 학생들이 포함되면 규모가 늘어날 수 있다.

    입학지원금 지급을 위한 남은 절차는 정부 사회보장위원회의 심의·승인과 서울시의회의 조례 제정 등이다. 사회보장위원회에는 이미 협의 안건을 제출했고, 시의회에서도 조례 제정을 위한 발의 협의가 진행 중이다.

    내년 13만6700여 명 대상… "퍼주기식 포퓰리즘 정책" 비판

    일각에서는 입학준비금제도를 두고 불필요한 세금 퍼주기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무상급식과 고교 무상교육 등으로 막대한 교육예산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입학준비금을 위한 추가 재원 확보가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조 교육감은 "재정이 빠듯한데 지난해부터 시의회에서도 요청이 있었고, 4개 구청이 (교복비를 지원)하는데 인근 구 학부모들의 (지원) 요구도 많았다"며 "이런 점을 고려해 마지막 예산 조정 과정에서 결단을 내렸다"고 전했다.

    앞서 시교육청은 지난 27일 노후학교 개선, 고교 무상교육, 누리과정 단가 인상 등 교육여건을 개선하려면 매년 최소 3조원의 예산이 추가로 필요하다며 재정난을 호소, 국가의 교육재정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소영 교육바로세우기운동본부 대표는 "입학준비금은 선별적 복지가 아닌 국가 재원을 퍼주기식으로 남발하겠다는 포퓰리즘 정책일 수밖에 없다"며 "꼭 필요한 곳에 쓰여야 할 교육예산이 선심용으로 복지 수단으로 사용되고 있다. 결국 돈으로 국민 길들이기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국민 세금을 불필요하게 집행하는 것 같다"며 "예산도 없으면서 모든 학생에게 돈을 준다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 이 지원금도 세금을 더 걷어서 할 게 아니냐. 특별히 경제적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에게 적절한 지원을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