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8년엔 비핵화가 우선, 이번엔 종전선언이 우선… 미국 착각, 김정은 시간 벌어줘""해상표류 민간인 총살, 유례 없어… 국제무대서 문제제기 안 하면 北 만행 반복할 것"
  • ▲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태 의원은
    ▲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태 의원은 "종전선언 불가, 우리 국민 피살 사건 국제화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박성원 기자
    10월7일부터 3주간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됐다. 21대 국회 개원 초기 더불어민주당은 압도적 의석 수로 18개 상임위를 독식했다. 이 때문에 21대 국회는 의회민주주의 최대 위기라는 말이 나왔다. 그 어느 때보다 야당, 특히 초선들의 역할에 눈길이 쏠린다. 21대 국회의원 300명 가운데 초선은 151명으로, 51%에 달한다. 본지는 21대 첫 국감 기간 주목할 만한 야당 초선 의원들을 인터뷰해 의회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각오를 들어본다. / 편집자

    지난 총선에서 우리 헌정사상 최초로 탈북자 출신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돼 국내·외 이목을 집중시켰던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서울 강남갑). 세계적 매체인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당시 사설까지 내보내며 그의 당선이 "민주주의 교훈"이라고 높이 평가했다. 태 의원은 당선 소감에서 "기쁨보다 두려움이 앞선다"면서도 "내가 당선된 것은 북한의 모든 계층에게 자유민주주의의 우수성을 생생하게 전한 것"이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태 의원이 다시 언론과 네티즌의 주목을 받은 것은 지난 8월의 일이다.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에서 홍수 피해가 속출한 가운데, 태 의원은 주호영 당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원내내표 등 주요 당직자들과 함께 충북 충주 수해 현장을 찾았다. 이날 태 의원은 진흙으로 범벅된 변기 뚜껑을 나르는 모습이 포착됐다. 작업복 역시 흙으로 완전히 얼룩져 있었다. 쓰고 있던 흰색 마스크 역시 군데군데 진흙 자국이 묻어나, 애쓴 흔적이 역력했다. 네티즌들은 '이런 게 찐(진짜) 봉사'라며 찬사를 보냈고, 한 여권 인사는 "태영호 정치인 다 됐다"고 평가했다.

    생애 처음으로 국정감사를 경험하게 된 태 의원은, 이번 국감을 통해 북한·외교전문가로서 입지를 굳게 다졌다는 평가다. 태 의원은 이수혁 주미대사가 "미국도 한반도 종전선언에 이견이 없다"고 말한 것을 두고 "미 의회는 북한의 비핵화를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이 월등히 우세하다"고 지적했다. 북한군에 의한 '우리 국민 피살사건'과 관련해서는 국제적으로 이 문제를 다뤄야 한다고 촉구하며 그 구체적 방법으로 유엔 국제해사기구에는 국제해양법 위반을, 세계보건기구에는 '코로나를 이유로 한 사살 명령이 타당한지' 등을 물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 ▲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13일 뉴데일리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본지는 태 의원이 속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 휴일이던 지난 13일 의원실에서 그를 만났다. 질의응답 시간이 한정된 국정감사의 특성상 그가 미처 하지 못한 말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태 의원은 인터뷰 내내 종전선언의 부당함과 우리 국민 피살 사건에 따른 국제적 대응 필요성을 강조했다. 

    태 의원은 "종전선언 주장은 결코 해서는 안 된다. 우리 정부가 계속 이를 고집하면 차기 미 행정부가 미북 간 협상에서 북한 비핵화보다 종전선언을 우선 의제로 둘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북한 핵전력이 더욱 강해질 시간만 벌어주게 되고, 자칫 주한미군 철수까지 논의될 수 있다. 위험한 상황이 전개된다"고 우려를 표했다. 또 "북한이 가입한 국제기구를 통해, 표류 중인 사람을 총살한 데 따른 국제법적 책임을 엄정히 묻지 않으면 북한은 언제든 같은 짓을 반복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태 의원은 또 "초선으로서 국정감사를 처음 맞이해 선배·동료 의원들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평양 사투리가 더 강하게 나올까봐 흥분하지 않으려 자제하고 있다"며 엉뚱한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생애 첫 국정감사를 맞이한 소감은?
    "국정감사를 준비하며 저와 보좌진이 함께 다짐한 게 있다. 정쟁이 아니라 정책국감을 해보자, 일방적 공격이나 허점 들추기 식이 아니라 잘못을 바로잡고 대안을 제시하는 내실 있는 감사를 해보자는 것이었다. 그런데 실제로 대안에 치중하다 보니 거대여당에 맞서는 강한 야당의 모습을 보여달라는 국민의 질타가 따갑다. 정권의 실정을 지적하지 못하는 부실국감이라는 비판이다. 정쟁국감과 합리적인 대안국감 사이에서 올바른 야당의원의 모습이 무엇일까. 그 점에 대한 고민이 여전하다." 

    - 북한 고위층 출신으로 국정감사라는 제도를 평가해본다면?
    "국정감사 덕분에 대한민국이 이렇게 발전했다고 말하고도 싶다. 입법부가 행정부를 이렇게 견제하는 것이구나, 새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몸소 느낀다. 다만 한 번 질의할 때 할당시간이 답변 포함해 7분으로 제한된 점은 아쉽다. 답변이 길어지면 정작 하고 싶은 말을 못하게 된다. 저도 할 말이 많고, 장관이나 대사도 할 말이 많으니 서로 기싸움처럼 진행될 때도 있다. 7분이라는 시간을 늘릴 수 없다면, 차라리 질의 시간은 4분, 답변 시간은 3분으로 구분해 놓으면 낫지 않을까 싶다."

    - 이번 국감에서 어떤 사안에 가장 집중하는지?
    "응당 우리 국민 피살 만행이다. 정부는 남북 공동조사를 제안하면서 이 문제를 남북 간의 문제로 제한하려 한다. 그렇게 해서 성과가 난 게 있는가. 공동조사를 제안한 것도 북한에 대한 무지의 소치다. 김정은은 이미 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에서 북측에서 조사한 결과가 이렇다고 보여줬다. 그런데 또 조사하자는 건 김정은에게 '당신이 틀렸다'고 인정하라는 말이다. 북한 수령체제에서 '최고지도자의 오류'를 전제로 재조사할 수 있겠는가. 문 대통령과 통일부는 자꾸 공동조사를 요청한다는데,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북측이 호응할 때까지 기다려보자는데, 정말 몰라서 그러는지도 의문이다. 잠잠해질 때까지 시간을 벌려는 속셈 같기도 하다."

    - 국제사회를 통한 해결이라면 방법은 뭔가?
    "이번 만행은 당연히 국제무대에서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 바다에서 표류하는 사람을 구제하지 않고 심지어 살해까지 한 행위는 국제해양법 위반이다. 해상사고 문제를 관할하는 유엔 국제해사기구를 통해 북한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기구에 북한도 가입했다. 규탄결의안을 촉구하고 해상 표류하는 민간인은 무조건 구제해야 한다는 것을 전 세계 국가에 다시 강조해야 한다. 그런데 해양수산부도, 외교부도 아무런 조치가 없다. 피살당한 우리 공무원 말고 그 지역에서 또 시신이 발견됐다. 왜 죽었는지, 그가 한국사람인지 중국사람인지도 모른다. 무고한 우리 어민이 의문의 죽임을 당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중국은 우리 국민을 바다에서 만날 수 있는 나라들이다. 해상사고 발생 시 어떻게 협조할 것인지 이들 나라에 한번 환기라도 해야 한다. 그리고 코로나에 감염될까봐 우리 국민을 살해했다는데, 북한에 정말 그런 'Shoot-to-kill'(즉각사살) 정책이 있는지, 있다면 그런 정책이 타당한지 세계보건기구에 묻고 따져봐야 한다. 이런 조치가 없으면 북한의 만행은 반복될 수 있다."  

    - 종전선언에 따른 북한전문가로서 의견은?
    "먼저 문 대통령이 2018년 김정은과 만난 뒤 그해 제73차 유엔총회에서 언급한 종전선언과 지금은 내용 자체가 다르다. 당시 연설문에는 '관련국들이 비핵화를 위한 조치를 실행하고 그것이 종전선언으로 이어지기 바란다' 이렇게 돼 있다. 종전선언이 비핵화 과정 중간쯤에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문 대통령이 말하는 종전선언은 비핵화 앞에 있다. 종전선언을 통해 비핵화로 가자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다른 말이다. 북한 견해에 아주 근접한 것인데, 북한은 아무런 반응이 없다. 왜 그럴까? 일단 미국이 어떻게 나오는지 지켜보자는 것이다. 우리가 종전선언을 통해 비핵화로 갈 수 있다고 계속 미국을 설득하려 하면, 미국도 정말 착각할 수  있다. 이번 미국 대선 때 트럼프가 되든 바이든이 되든, 미북협상의 1위 아젠다가 종전선언이 될 수 있다. 이걸 막기 위해 국감에서 계속 종전선언이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0일 북한 열병식을 상기해보자. 미국을 타격할 수 있는 북한 핵능력이 엄청 확장됐다는 새로운 사실을 목격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북한이 핵실험도 안 하고, 장거리미사일도 안 쐈다며 한반도 평화가 관리됐다고 했다. 이게 틀렸다는 말이다. 종전선언은 북한 핵능력이 더 고도화되는 시간만 벌어줄 뿐이다. 김정은이 열병식 때 북한 주민들에게 '미안하다, 고맙다' 그랬다. '내가 지도자로서 자격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핵을 만들어야 하니 여러분이 힘들게 사는 것이다' 이 말이다. 김정은은 종전선언과 동시에 자신의 노선이 옳았다는 확신을 갖게 될 것이다."

    - 그렇다면 비핵화를 위한 대안은?
    "열병식 연설의 핵심은 '나는 핵 위협을 증가시켰어. 나는 핵을 없애지 못하겠어. 그러니 나한테 생존권을 달라. 안 주면 시간은 우리 편이다'는 것이다. 이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핵을 가지고 있으면 절대로 살 수 없고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을 각인시켜야 한다. 당연히 제재를 더 강하게 해야 한다. 2017년 12월 마지막 유엔 제재가 나왔는데, 그 후 핵능력이 더 늘었다. 트럼프 행정부도 대선을 앞두고 북한 핵을 쉬쉬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지난번 주러시아대사관 국감 때 모스크바에 있는 북한 외교관들이 행낭으로 미사일 부품을 북한으로 반입한다는 지적을 했다. 러시아 정부에 이것을 막아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미국이 못하는 이런 것들, 우리가 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 ▲ 태영호 의원이 지난 8월 충북 충주 수해복구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벌이는 모습. 흙으로 범벅이 된 모습이 언론과 네티즌의 주목을 받았다. ⓒ의원실 제공
    ▲ 태영호 의원이 지난 8월 충북 충주 수해복구 현장에서 봉사활동을 벌이는 모습. 흙으로 범벅이 된 모습이 언론과 네티즌의 주목을 받았다. ⓒ의원실 제공
    - 그 외에 중요한 사안이 있다면?
    "통일부 감사 때 지적했지만, 무연고 탈북청소년들 자료가 하나도 없다. 국가로서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다. 지원은 둘째 문제고, 기록조차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지난 10여 년 동안 아무도 이 문제를 짚지 못했다. 지적받은 이인영 장관이 이 아이들을 꼭 찾아 설 전후로 떡국 먹겠다고 답했다."

    - 남은 국정감사 어떻게 임할 계획인가? 
    "피감기관들에게 도움을 주고 대안을 제시해주겠다는 기본자세를 유지하겠다. 또 국감을 통해 초선으로서 당에 어떻게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한다. 그리고 제일 자신 없는 것이 북한식 표현이나 평양식 말투가 아직 입에 남아 있는 것인데, 우리 국민들에게 이상하게 보이지 않도록 흥분하지 않고 자중하려고 노력한다. 차라리 영어로 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느낄 때도 있다.(웃음) 그리고 이 기회에 우리 보좌진에게도 감사하고 싶다. 하루 세 번의 질의를 준비하기 위해 책상에 저렇게 많은 질의서가 있다. 그날그날 터져나오는 이슈에 신속히 대응해야 언론에서 관심을 가져주는데, 그런 프로세스를 보좌진이 잘 받쳐준다."

    - 마지막으로 꼭 전하고 싶은 말이나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제1호 대표발의 법안이 종부세 관련 법이다. 지금 부동산 세제는 집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국가가 벌을 내리는 모양새다. 자꾸 그렇게 변해간다. 저는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에 살아봤기 때문에 자유와 시장경제, 그리고 사유재산권 보장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 시장경제에 기초하는 우리 경제구조를 잘 지켜내지 못하면 진짜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가 될 수 있다. 국감이 끝나면, 물론 코로나 때문에 출국이 쉽지는 않지만, 김석기 의원 등 우리 당 외통위 의원들과 함께 국제무대에서 우리 국민 피살 사건을 다룰 통로를 찾을 것이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이나 국제전략문제연구소 등에서 일하는 유력인사들과 유튜브 세미나 같은 것도 생각 중이다. 외신의 인터뷰 요청도 많이 들어왔는데, 앞으로 세계인을 상대로 문재인 정부와 다른 시각을 가진 한국 국민이 있다는 것을 많이 알리고 싶다."
  • ▲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박성원 기자
    ▲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 ⓒ박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