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 ‘일정 연기’ 했다지만…강경화 “다른 나라(중국) 이익 배제 바람직하지 않다”
  •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뉴시스 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5일(이하 현지시간) 방한 계획을 전격 취소했다. 표면적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내외가 우한코로나에 감염된 때문이라고 하지만 ‘쿼드 동맹’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부정적인 자세 때문에 방한이 취소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 방한 사흘 전 일정 취소

    폼페이오 장관은 당초 4일부터 6일까지 일본, 7일부터 8일까지 한국, 이후 몽골을 찾을 예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3일 모건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국무장관 아시아 방문 일정 업데이트’라는 보도자료를 내고 “폼페이오 장관은 4일부터 6일까지 일본만 방문한다”며 “그는 도쿄에서 미국, 일본, 호주, 인도 협의체 ‘쿼드’ 외무장관들과 인도·태평양 지역의 긴급현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이어 “폼페이오 장관이 10월 중에 다시 아시아를 방문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관련국 방문 계획을 다시 잡을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오케이거스 대변인의 말을 뒷받침하듯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5일 강경화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외교부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은 방한을 연기한 이유를 설명하며 양해를 구했고, 강경화 장관은 “방한이 연기돼 아쉽다”며 트럼프 대통령 내외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했다. 외교부는 “양국 장관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대면 만남을 다시 조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폼페이오 장관 방한 일정은 결국 정하지 못했다고 한다.

    ‘코로나’ 아니라 ‘쿼드’ 때문?…폼페이오 방한 취소 놓고 추측 무성

    이 사실이 전해지자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쿼드’ 동맹에 부정적인 자세를 보여 폼페이오 장관이 방한을 취소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지난 9월 26일 ‘아시아 소사이어티’ 화상 대담에서 강경화 장관의 발언을 근거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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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경화 외교부 장관.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당시 “한국은 ‘쿼드 동맹’에 가입할 의사가 있느냐”는 다니엘 러셀 전 국무부 동아시아 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질문에 강경화 장관은 “다른 국가의 이익을 배제하는 어떤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여기서 ‘다른 국가’는 중국을 뜻했다. 강 장관은 “특정 현안에 대한 대화에는 참여할 의사가 있지만 만약 (쿼드 동맹이) 정형화된 동맹이라면 한국의 안보 이익에 도움이 되는지 진지하게 검토할 것(think very hard)”이라며 “우리는 쿼드 동맹 가입 초청을 받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강 장관의 발언은 소위 ‘자주파’로 알려진 최종건 외교부 제1차관을 떠올리게 한다. 지난 8월 18일 최종건 차관은 첫 출근길에서 “(한미워킹그룹을) 들여다 보겠다”고 말했다. 한미워킹그룹을 비난한 북한과 국내 일각의 요구에 부응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 발언의 후폭풍이 거세지자 이후 “한미동맹은 기본”이라고 태도를 바꿨다.

    최종건 차관 “한미 동맹은 근간” 열심히 설명했지만…

    최종건 차관은 지난 9월 10일 미국으로 가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만나고 귀국한 뒤 기자들에게 “한미동맹은 기본으로 하되 (한국은) 여전히 중국과 근접해 있고, 전략적으로나 경제·사회적으로 가까운 관계라는 우리 입장을 설명했다”고 밝혔다. 즉 “한국은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 적극 동참하기 어렵다”는 뜻을 전달한 셈이다.

    때문인지 당시 전해진 데 따르면, 비건 부장관은 최 차관에게 미국이 중국을 어떻게 보는지, 왜 견제하는지를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쿼드 동맹’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처럼 한국 외교부 장관과 차관이 대중국 견제 전략에 부정적인 인식을 꾸준히 드러내는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우한코로나에 감염되자 이를 이유로 방한을 취소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미국 국무부는 10월 중으로 폼페이오 장관의 방한 일정을 잡겠다고 말했지만 11월 미국 대선 일정을 고려하면 무기한 연기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