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에 무보수 '추석 특집 무대' 출연, 시청률 29%… "국민 위해 목숨 건 대통령 못봐‥국민이 나라 지켜"
  • ▲ 지난달 30일 방송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KBS 캡처
    ▲ 지난달 30일 방송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KBS 캡처
    '가황(歌皇)'은 역시 '가황(歌皇)'이었다. 무려 15년 만에 방송에 출연한 트로트 가수 나훈아는 폭발적인 가창력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가황의 면모를 더욱 빛낸 것은 무대 중간중간 드러낸 소신 발언이었다. 나훈아는 코로나를 위해 힘들어하는 국민들에게 응원 메시지를 전하며 에둘러 대통령과 편향적 언론에 대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1일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8시 30분부터 11시까지 KBS 2TV가 방송한 '2020 한가위 대기획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 시청률은 29.0%로 집계됐다.

    나훈아는 "오랜 기간 준비한 공연이 코로나19 사태로 변수를 맞았다"며 "가만히 있으면 두고두고 후회할 것 같았다. 내가 꼭 공연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출연 배경을 설명했다.

    추석 특집 무대서 쓴소리… "KBS, 국민 위한 방송 돼야"

    15년 만에 방송에 출연한 나훈아는 이번 공연을 노 개런티로 진행했다. 코로나로 힘들어하는 국민들을 위로하기 위한 취지라고 나훈아는 설명했다. 공연은 사전에 비대면으로 1000명의 온라인 관객과 함께했다. 공연 시작과 함께 보여준 나훈아의 퍼포먼스는 역시 '가황'다웠다.

    나훈아는 '홍시', '무시로', '잡초', '영영', '사내' 등 수많은 히트곡을 열창한 뒤 자신의 소신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는 '깜짝 MC'로 등장한 김동건 아나운서와 대화에서 "KBS가 국민의 소리를 듣고 같은 소리를 내는, 여기저기 눈치 안 보는, 국민들을 위한 방송이 됐으면 좋겠다"며 "KBS는 앞으로 거듭날 거다"라고 말했다.

    또 코로나19 방역의 최일선에 있는 의료진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왕이나 대통령이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걸었다는 사람은 본 적이 없다"며 "바로 여러분들이 이 나라를 지켰다"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유관순 누나, 진주의 논개, 윤봉길 의사, 안중근 열사 이런 분들 모두가 다 보통 우리 국민이었다"며 "국민이 힘이 있으면 위정자가 생길 수가 없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이 세계에서 제일 위대한 1등 국민이다"라고 강조했다.

    "국민 때문에 목숨 건 대통령 없어… 국민이 나라 지켰다"

    언론을 향해서도 쓴소리를 내놨다. 나훈아는 "나에게 신비주의라고 하는데 가당치 않다"며 "언론에서 만들어낸 거다. 꿈이 고갈된 것 같아서 11년간 세계를 돌아다녔더니 잠적했다고 하더라. 뇌경색에 걸려 혼자서는 못 걷는다고도 하던데 이렇게 똑바로 걸어 다니는 게 미안해 죽겠다"고 비꼬았다.

    '나라가 주는 훈장을 왜 사양했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세월의 무게가 무겁고 가수라는 직업의 무게도 무거운데 어떻게 훈장까지 달고 사느냐"며 "노랫말 쓰고 노래하는 사람은 영혼이 자유로워야 한다"고 했다.

    나훈아 '소신 발언'에 대한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는 '나훈아'의 이름이 올랐고,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나훈아 관련 글들이 쏟아졌다. 네티즌들은 "역시 나훈아다" "틀린 말이 하나 없다. 요즘 시국에 굉장한 용기를 내줬다" "권력을 두려워하지 않는 나훈아가 진짜 애국자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나훈아 고향인 부산지역 정치권에서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문재인 정권을 향해 소신 발언을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나훈아 콘텐츠'를 부산지역 관광산업화 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이진복 "나훈아노래기념관 건립 검토해야"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군인 이진복 전 의원은 이날 본지에 "어제 공연에서 나온 '국민 때문에 목숨을 건 대통령은 없다'는 발언은 정신을 번쩍 들게 할 정도로 머리를 때렸고 부끄러움을 느끼게 했다"며 "정치인들은 국민의 일꾼이라고 늘상 말은 하는데 과연 국민을 위해 일하고 있는가, 문재인 정권의 폭정에 목숨을 걸었던가 하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는 계기가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전 의원은 "나훈아씨는 부산이 낳은 불세출의 영웅"이라며 "엘비스 프레슬리를 관광자원화한 미국 테네시주를 벤치마킹해 '나훈아'라는 콘텐츠를 부산의 관광자원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나훈아노래기념관 건립을 검토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 다른 지역 정치권 인사는 "나훈아 씨가 '불의에 저항하라'는 지극히 상식적인 생각을 국민들에게 전달해줬다고 본다"며 "부산에서 '나훈아'라는 상품을 잘 개발하면 지역 관광산업 뿐만 아니라 지역 자긍심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