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영 글로벌타임스 "혁신 못하면 정치적 신뢰도 무너질 것"… 공산당 향해 경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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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최대 반도체 생산기업 'SMIC'에 대한 미국의 제재 조치가 알려지자 중국 내에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이번 제재 조치가 "중국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이라며 기술혁신을 이뤄내지 못하면 정치적 신뢰마저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의 조치를 중국 공산당과 사회주의 체제에 대한 공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27일 글로벌타임스 칼럼에서는 이번 제재 조치에 대한 중국의 위기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글로벌타임스는 <SMIC에 대한 미국의 공격에 중국은 새로운 기술대장정(long tech march)에 나서야 한다>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중국의 첨단산업을 마비시키려는 미국의 위협을 과소평가해선 안 되며, 반도체 산업에서 미국에 대한 의존을 끝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美, 중국 반도체 기업 제거하려 해… 대장정 나설 때" 中 매체 호소칼럼은 '대장정'(long march)이란 표현을 제목에서 사용하며, 과거 중국 공산당 홍군이 국민당군과 싸움에서 패퇴한 뒤 기사회생하기까지의 역사를 상기했다. 그만큼 미국의 제재가 고통스럽다는 점과 이를 극복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중국 국민에게 보낸 것이다.칼럼은 "중국의 최대 반도체 생산기업을 제거하려는 미국의 속셈이 구체화됐다"며 "미국은 화웨이를 전면 포위한 다음 SMIC를 새로운 전장으로 삼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모든 정보산업은 반도체 산업의 기초 위에 세워졌고, 미국은 그와 같은 반도체 산업을 확실하게 지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전 국가적 차원서 혁신 위한 운동 나서야"그러면서 "미국은 세계 공급망을 상당 수준에서 지배하고 있어 중국의 하이테크 기업들에게 언제든지 핵심 자재 공급을 중단할 수 있다"며 "이것은 중국에 대한 근본적인 위협"이라고 경고했다. 칼럼은 이어 "전 국가적 차원에서 (혁신을 위한) 운동을 착수해야 한다. 혁신을 지루한 것으로 받아들여선 안 되고, 흥미롭고 보람 있는 일로 생각해야 한다"라고 선전했다.칼럼은 "중국이 기술혁신이란 결정적 문턱을 넘어서지 못하면 중국 인민에게 굴욕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뒤 "혁신을 이뤄내지 못하면 정치적 신뢰도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공산당을 향해 경고를 보내기도 했다."SMIC와 거래하려면 승인 받아라" 美, 자국 회사들에 서한26일(현지시각) 로이터통신 등 미국 매체에 따르면, 美 상무부는 미국 컴퓨터 칩 회사들에게 SMIC와 거래를 제한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25일(현지시각) 보냈다. 이 서한은 SMIC가 생산한 반도체가 군사적으로 최종 사용되고 있다며, 이를 "용납할 수 없는 위험"이라고 규정했다. 상무부는 그러면서 미국의 소프트웨어·반도체 생산설비 회사가 SMIC에 제품을 수출할 때는 상무부의 사전허가를 받도록 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미국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이번 조치는 중국 군사기술의 발전을 우려한 미 국방부가 제안한 것"이라고 전했다.27일(현지시각) SMIC는 공식 입장을 통해 "반복해서 밝혔지만, 우리는 중국 인민해방군과 아무런 관련이 없으며 우리가 생산하는 반도체는 오직 민간용·상업용으로 사용된다"라고 항변했다. 다만 이날 SMIC 대변인은 "아직 상무부로부터 공식 통보를 받진 못했다"고 밝혔다.파이낸셜타임스 "SMIC 제재, 미중 관계서 또 다른 전환점"이번 제재 조치에 대해 폴 트리올로 애널리스트는 "최악의 경우 SMIC가 완전히 몰락할 수도 있어 중국의 반도체 생산 능력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며 "이번 조치는 미중 관계에서 또 다른 전환점"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미국 CNBC는 "중국은 미국과 무역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국내 반도체 산업 성장이 꼭 필요했다"며 "이번 조치는 그와 같은 계획의 심장부를 때린 것이다. 중국이 반도체 생산 자립을 실현하는 데는 10년도 넘게 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CNBC는 그러면서 "SMIC는 외국 기업으로부터 반도체 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해진 화웨이가 선택할 수 있는 기업이었다"며 "화웨이도 이번 조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