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 前 동양대 교수 "조민, 정경심 일 도와준다고 들었지만 본 적 없다"… 강‧장 교수 이어 세 번째 같은 증언
  •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씨. ⓒ뉴데일리DB
    ▲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내 정경심씨. ⓒ뉴데일리DB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아내 정경심(58) 씨의 재판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조 전 장관의 딸 조민 씨가 동양대에서 엄마 정씨의 일을 도와준다는 것을 들었다는 증언이 쏟아졌다. 최근 정씨 측 증인으로 나선 동양대 교수 3명이 잇달아 정씨에게 유리한 증언을 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 증언의 공통적 맹점은 실제로는 조민 씨를 보지 못했다는 것. '직접 봤다'는 인물은 전 동양대 원어민교수와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의 조카 이모 씨뿐이다. 그나마 이씨는 조씨를 봤다는 시점과 관련, 진술을 번복해 재판부로부터 위증 경고까지 받았다. 

    전 동양대 교수 "조씨, 동양대에서 직접 본 적 없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권성수·김선희)는 지난 24일 열린 정씨의 31차 공판에 2012~18년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로 재직했던 김모 씨를 증인으로 소환했다. 

    김 전 교수는 "2012년 여름방학 무렵 조민 씨가 엄마 일을 도와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영어 에세이 첨삭이나 자료수집 등을 도와줬다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다만 김 전 교수는 정확하게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고, 조씨를 동양대에서 직접 목격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동양대 입학처장이었던 강모 씨로부터 '조씨에게 봉사상을 주자고 건의했다'는 얘기를 들었고, 나도 조씨에게 봉사상을 주는 것에 찬성했다"면서도 "조씨를 동양대에서 직접 본 적은 없다"고 밝혔다. 

    조씨의 동양대 봉사활동 사실을 들었으나 직접 목격하지는 못했다는 취지의 진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장경욱 동양대 교수가 지난 7월24일 정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강모 교수로부터 조씨의 봉사활동을 목격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을 뿐, 사실 여부는 모른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동양대 교수 "강 교수에게 들었다"… 강 교수 "나도 보지는 못했다"

    그러나 정작 이들이 지목한 강모 교수도 지난 8일 정씨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신도 직접 보지는 않았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강 교수는 "2012년 여름방학 당시 동양대에서 조씨를 본 적 있다"며 "정씨로부터 딸이 일을 도와주러 왔다고 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이날 "동양대에서 조씨를 처음 본 것이 2012년 여름인가"라는 정씨 측 변호인의 질문에 "그때쯤"이라며 "당시 조씨가 최성해 총장에게 용돈을 받았다고 해서 기억한다. 2012년 여름방학 무렵 (동양대에서) 여러 번 조씨를 봤다"고 답했다. 

    그러나 강 교수는 검찰의 반대신문에서는 다소 결이 다른 답변을 내놨다. 그는 "(조민을) 동양대 본관에서 봤을 뿐 봉사활동을 한 것을 본 적 없다고 장경욱(동양대 교수)에게 얘기한 적 있지 않나"라는 검찰의 질문에 '그렇다'는 취지로 답했다.

    이에 재판부가 "장경욱에게 '조민이 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직접 봤다. 표창장 줘야 한다'고 말한 적은 없다는 건가. 그럼 봉사활동 한 것은 어떻게 알았나. 피고인(정씨)에게 들어서 안 것인가"라고 묻자, 강 교수는 "그렇다"고 답했다. 

    조씨를 동양대에서 봤지만 봉사활동을 하는 모습을 직접 본 것은 아니며, 정씨로부터 "딸이 학교에서 봉사활동을 한다"고 들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결국 강씨는 정씨에게 '전해들은' 말로 조씨의 표창장 수여를 제안한 사실을 인정한 셈이다.

    '봤다'는 사람 2명… 1명은 '시점 번복'으로 위증 경고 

    현재까지 동양대 관계자들 중에서 조씨가 정씨의 일을 돕는 것을 직접 봤다고 증언한 사람은 사실상 단 1명이다. 전 동양대 원어민교수 A씨는 지난 8일 정씨 재판에서 "사무실에 가서 딸을 도와주라는 정씨의 말을 듣고 가봤더니 한 여학생이 어린이 영어캠프 관련 서류작업을 하고 있었고, 내 이름을 알려주자 자신을 '조민'이라고 소개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위조 혐의를 받는 동양대 총장 표창장은 조씨의 동양대 인문학 영재 프로그램 튜더 참여 공로를 표창한다는 내용으로, 어린이 영어캠프와는 무관하다. 

    이밖에 최 전 총장의 조카 이모 씨는 지난 8월27일 정씨 재판에서 "2012년 여름 동양대에 카페를 개설해 운영하던 중 정씨 자녀들이 튜터로 활동하는 것(봉사활동)을 봤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검찰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그가 동양대에서 카페를 개설한 것은 2013년 7월 무렵으로, 시점이 일치하지 않아 재판부로부터 위증 경고를 받았다. 이씨는 동양대 카페 운영 문제를 두고 최 전 총장과 갈등을 빚은 인물이다. 

    이제 남은 것은 재판부의 판단이다. 정씨 관련 첫 번째 공소사실이었던 딸 조씨의 동양대 총장 표창장 위조 의혹 관련 증인신문은 지난 24일을 마지막으로 모두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