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8월 유튜브 방송 화제…“송민순, 러시아에 부탁해 처리”
  • ▲ 2007년 6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천영우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2007년 6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설명하는 천영우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의 유튜브 방송이 뒤늦게 화제가 되고 있다. 노무현 정권 시절이던 2007년 문재인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방코델타아시아(이하 BDA) 은행의 북한 비자금 세탁을 거절한 법무부 장관을 ‘깼다’는 것이다.

    BDA의 북한 비자금 계좌 동결된 이후 청와대 대책회의 열어

    천영우 전 수석은 지난 8월 9일 올린 ‘BDA 사건에 숨겨진 놀라운 비밀’이라는 방송을 통해 2007년 청와대에서 일어났던 일을 소개했다. 미국은 2005년 9월 마카오 소재 BDA에 북한 비자금 계좌가 있다며 해당 은행과의 거래 경보령을 발령했다. 이 소식에 BDA에서는 대량예금인출(뱅크런) 조짐이 나타났다. 마카오 당국은 BDA 계좌를 동결했다. 때문에 BDA의 52개 계좌에 예치돼 있던 2700만 달러(한화 약 314억원) 상당의 북한 비자금도 묶이게 됐다.

    북한은 이에 강력히 반발하며 “계좌 동결을 풀지 않으면 6자 회담에 복귀하지 않겠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한편 중국, 러시아 등에 BDA에 묶인 비자금을 인출할 수 있도록 세탁해 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들어주지 않았다. 미국이나 마카오 당국이 BDA 계좌를 풀어줄 기미가 안 보이자 북한은 2006년 9월 핵실험을 자행했다. 이런 상황은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포함해 핵개발 능력을 무력화하고 다른 나라들이 에너지 지원을 한다는 2007년 2.13 합의를 통해 겨우 풀렸다.

    이런 가운데 2007년 3월 청와대에서 BDA에 묶인 북한 비자금을 어떻게 처리할지 논의가 있었다고 한다. “청와대 서별관에서 (BDA 북한계좌 관련) 금융위원장까지 참석한 대책회의가 열렸는데 운동권 출신의 청와대 비서관이 한국수출입은행을 통해 BDA(에 동결된 북한) 자금을 세탁해 북한의 다른 해외 계좌로 넘겨주자는 아이디어를 냈다”고 천 전 수석은 설명했다.

    “문재인 비서실장, 법무장관 깼다…그렇게 화내는 것 처음 봐”
  • 이 아이디어가 나오자 (김성호) 법무부 장관이 용감하게 나서 “국책은행이 이 돈(BDA에 있는 북한 비자금)을 받아오면 국제 신용도가 떨어지고, 정부의 자금 조달에 차질이 생기고, 행장은 배임으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고 천 전 수석은 설명했다. 그러자 문재인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 버럭 화를 냈다고 천 전 수석은 설명했다.

    이때 문재인 실장은 “우리가 무슨 나쁜 짓을 하려는 거냐”며 “어떻게 해서든 (북한 문제를) 풀어보자는 건데 어떻게 그런 해석을 내놓으냐”며 화를 냈다고 한다. 천 전 수석은 이를 두고 “문재인 실장이 법무장관을 박살냈다”고 표현하며 “6자 회담을 하는 동안 문재인 실장을 이런저런 기회에 여러 번 본 적이 있지만 그렇게 화내는 모습은 처음 봤다”고 전했다.

    “송민순 당시 외교장관, 러시아 외무장관 전용기 붙잡아 놓고 간청”

    천 전 수석은 “이후 청와대에서 이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지만 2007년 6월 5일 서울에서 열린 한러 외무장관 회담에서 송민순 장관이 세르게이 라브로프 장관에게 특별히 부탁해 BDA에 있던 북한 비자금을 러시아 하바로프스크에 있는 극동은행으로 옮기면서 이 문제는 가까스로 해결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한국 정부는 서울공항에서 출발 준비 중이던 러시아 외무장관 전용기를 붙잡아 놓고 서울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단에서 보드카가 몇 순배 돌아간 뒤에야 라브로프 장관이 화끈하게 오케이를 했다”고 천 전 수석은 덧붙였다.

    천 전 수석은 이처럼 국책은행을 통해 북한 비자금을 돈세탁 해주자는 아이디어를 비롯해 6자 회담에서 북한 측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 등은 모두 운동권 출신 청와대 비서관에게서 나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