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되면 미군 보호 못 받을 수도… 중국과 전쟁 터지면 美 개입도 하기 전에 끝날 것
  • ▲ [워런=AP/뉴시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현지시각) 미 미시간주 워런의 전미자동차노조(UAW) 1지구 본부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 [워런=AP/뉴시스]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가 9일(현지시각) 미 미시간주 워런의 전미자동차노조(UAW) 1지구 본부에서 선거 유세를 하고 있다. ⓒ뉴시스
    미국 대선을 앞두고 대만의 고민이 깊다. 트럼프 행정부 들어 양국이 급속히 가까워지며 대만인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안보우산'을 향한 기대가 커졌지만,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국이 대만으로부터 다시 멀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과 대만의 밀착은 트럼프의 당선인 시절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2016년 11월 치러진 미 대선에서 트럼프 당시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고 한 달 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트럼프 당선인과 통화하며 당선축하 인사를 나눴다. 미국과 대만의 정상급 통화는 1979년 양국이 외교관계를 단절한 후 37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며칠 뒤 폭스뉴스·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과 인터뷰하면서 "'하나의 중국' 원칙은 협상카드"라고 말해 중국의 강한 반발을 샀다. 차이나데일리 등 중국 관영매체는 "트럼프 당선인이 대만을 놓고 불장난을 한다"며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미국, 그동안 양안 사이 '전략적 모호성' 유지

    그동안 미국 정부가 대만과 중국 사이에서 취해온 태도는 이른바 '전략적 모호성'으로 평가된다. 중국이 '하나의 중국'을 내세우며 대만을 대상으로 주권을 주장하는 것은 용인하되, 무력통일은 견제하는 식이다. 중국과 대만의 무력충돌을 막으면서 양안(兩岸)의 경제적·실용적 관계를 유도하는 전략인 셈이다. 

    1979년 미국이 중국과 수교하며 대만과 단교한 뒤 이 같은 전략을 지지해온 법이 '대만관계법'이다. 미국은 이 법에 따라 대만에 무기를 수출해왔다. 

    하지만 2006년 천수이볜 당시 대만 총통이 독립을 위한 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나서자, 미 국무부는 공식 성명을 통해 "미국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으며 하나의 중국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미국은 자국 관리가 대만을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대만여행법을 통과시켰고, 지난 5월 차이잉원 총통 집권 2기 취임식에는 마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영상 축사를 보냈다. 지난달에는 앨릭스 에이자 미 보건장관이 직접 대만을 방문했는데, 단교 이후 대만을 방문한 인사 중 최고위급이었다. 

    지난달 미국은 대만 타이중에 F-16 전투기 정비센터를 설치한 데 이어, 대만 공군이 미 공군과 함께 애리조나주에서 F-16V 공중급유 훈련을 벌였다. F-16V는 차세대 중국 스텔스기인 젠-20에 대적할 만한 전투기로 평가된다.

    '중국의 대만 급습전략 무력화하겠다'… 미 의회, '대만방위법' 추진 

    현재 미 의회는 중국의 이른바 '기정사실화' 전략을 무력화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 중이다. '기정사실화' 전략이란 중국 인민해방군이 대만을 급습해 압도적으로 점령하면 미군이 개입을 포기할 것이라는 시나리오를 말한다. 

    이에 지난 6월30일(이하 현지시간) 마이크 갤러거 공화당 하원의원(위스콘신주)은 '대만방위법(Taiwan Defense Act)'를 발의했다. 

    이날 갤러거 의원은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대만의 자유는 미국의 필수적인(vital) 안보이익"이라며 "'전략적 모호성'을 오래 전에 끝내고 대만해협에 분명한 적색선(red line)을 그어야 했다. 대만방위법은 미국 군대가 중국 공산당의 대만 침공을 막아내기 위해 필요한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오는 11월3일(현지시각) 치러지는 미국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느냐에 따라 미국의 양안전략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대만 야권에서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경우 미국이 '전략적 모호성'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관측통의 말을 인용해 "바이든 후보는 오바마 행정부에서 부통령으로 재직하기 전 '전략적 모호성'을 강조하며 대만과 상호방위조약을 폐기한 미국이 대만을 지킬 의무가 없다는 견해"였다며 "바이든 후보는 대만해협을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전쟁에 미국을 자동으로 개입시키는 권한을 대만에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왔다"고 전했다. 

    바이든 후보는 아직 '전략적 모호성'과 관련해 뚜렷한 공식 견해를 밝히지 않은 상태다. 다만 과거와 달리 '2020 민주당 정책강령'에서 '하나의 중국'이라는 표현이 빠진 것은 변수다. 

    이 강령은 바이든 후보를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한 지난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통과된 것이다. 강령에는 "중국과 신냉전은 피할 것"이라면서 "대만관계법을 지원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 ▲ [타이완=AP/뉴시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장관이 지난달 12일 대만 타이완에서 리덩후이 전 총통의 분향소를 찾아 허리를 숙여 절하고 있다. ⓒ뉴시스
    ▲ [타이완=AP/뉴시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장관이 지난달 12일 대만 타이완에서 리덩후이 전 총통의 분향소를 찾아 허리를 숙여 절하고 있다. ⓒ뉴시스
    바이든 대통령 되면?… '전략적 모호성' 회귀 우려

    왕쿵이 대만국제전략연구회장은 SCMP를 통해 "친독립 성향의 대만 정치인들이 미국의 이와 같은 말과 행동을 편리하게 이용하는 것"이라며 "대만인들의 독립 욕구를 감정적으로 자극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왕 회장은 이어 "자신을 대만인으로 느끼는 국민이 많아지는데, 이는 반중 감정이 날로 격화한다는 뜻"이라며 "대중국 관계에서 대만을 되돌릴 수 없는 지경으로 몰아넣고 있다"고 지적했다. 

    왕 회장은 또 "차이 총통은 계란을 '트럼프 바구니'에 모두 몰아넣을지 여부를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만일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고 그가 중국의 공격 시 대만을 보호해주는 것을 선호하지 않을 경우 상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잉주 전 총통도 유사시 미국의 지원이 확실하다고 기대해해서는 안 된다고 신중론을 폈다. 마 전 총통은 지난달 10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양안 간에 전쟁이 일어나면 미군이 개입하기도 전에 끝나버릴 것"이라며 "미국이 도움을 줄지도 의문"이라고 발언했다. 이 발언은 대만 여권으로부터 패배주의를 부채질한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나는 중국인 아니고 대만인' 비율 67%… 사상 최고

    SCMP에 따르면, 대만 국립정치대학교가 지난 6월 조사한 결과 스스로 '대만인'으로 인식하는 대만 현지인의 비율이 67%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1992년에는 17.6%에 불과했다. 또 같은 조사에서 스스로 대만인이자 중국인으로 생각하는 현지인의 비율은 1992년 46.4%였던 것에서 지난해 34.7%로, 올해는 27.5%로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