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기준 자영업자 감소폭, 작년 같은 기간의 5배… 코로나로 매출 급감하는데 임대료·월급 등 부담 커져
  • ▲ 정부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서는 임시휴점하는 가게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권창회 기자
    ▲ 정부의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 세계음식문화거리에서는 임시휴점하는 가게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권창회 기자
    우한코로나(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가 급격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기준 자영업자 감소폭은 12만7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약 5배에 달했다. 자영업자 대출은 지난 8월까지 21조원으로 지난해 전체 대출액(16조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이 사회적 거리 두기로 매출이 줄고 임대료 부담이 커진 탓에 직원을 해고하는 등 벼랑 끝에 몰린 상황에서도 빚으로 버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코로나 사태가 지속되면 추후 자영업자들의 대출 상환이 어려워지는 등 또 다른 경제적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7월 자영업자 전년 대비 12만7000명 줄어… 감소폭 5배

    8일 중소기업연구원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자영업자는 554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만7000명 줄었다. 지난해 7월 자영업자가 전년 동월 대비 2만6000명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감소폭이 4.9배 커진 셈이다.

    자영업자 중에서는 직원을 둔 자영업자가 크게 줄었다. 지난 7월 직원을 둔 자영업자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7만500명 줄어든 134만5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7월(13만9000명)보다 감소폭이 늘었다. 반면 직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420만3000명으로 지난해 7월보다 4만8000명 증가했다. 직원이 없는 자영업자도 전년 동월(11만3000명) 대비 증가폭이 줄었다. 

    통계청은 직원을 둔 자영업자가 크게 감소한 이유는 코로나 여파로 매출이 급감하는데 직원 월급이나 임대료 부담 등은 줄지 않아 폐업하거나 직원들을 내보내고 혼자 영업하는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직원이 없는 자영업자가 크게 늘지 않은 것은 그만큼 폐업한 자영업자가 많은 데다 그간 회사를 그만둔 뒤 창업시장에 뛰어들던 일반 근로자들이 코로나 여파로 창업하는 경우도 줄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자영업자들은 월급과 임대료 부담이 너무 크다며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라고 울쌍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민모(38) 씨는 "주변 식당이나 카페 등을 보면 2.5단계가 시행된 후 그동안 간신히 버티던 가게들은 문을 닫았고, 유지만 하던 가게들도 문을 닫을까 고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씨는 "손님이 오지 않는데 모아놓은 돈이 수억씩 있지 않은 이상 임대료에 월급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며 "우리 가게도 손님이 크게 줄어 결국 직원들 내보내고 사장인 나와 집사람이 돌아가면서 운영한다"고 토로했다.
  • ▲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1주일 연장된 가운데 7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프랜차이즈형 제과제빵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성원 기자
    ▲ 수도권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1주일 연장된 가운데 7일 오후 서울 강남구의 한 프랜차이즈형 제과제빵점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박성원 기자
    서울 한양대 부근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모(43) 씨는 "지금 대학 수업도 제대로 되지 않고 9시 넘어서는 술도 팔지 못하니 사실상 거리가 죽어버린 꼴"이라며 "밤이 되면 거리가 삭막할 정도로 끔찍하다"고 한탄했다.

    김씨는 "어느 지역이나 상황은 비슷할 것"이라며 "주변 가게가 빚을 끌어다 버티다 버티다 안 되면 문을 닫는 모습을 보면 나도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 "벼랑 끝에 몰린 상황"… 8개월 만에 대출 22조

    실제로 올 들어서만 5대 시중은행의 자영업자 대출은 22조원 가까이 늘었다. 경영난에 시달리는 자영업자들이 은행빚으로 버틴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 7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자영업자 대출잔액은 260조9258억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말 239조4193억원보다 21조5065억원(8.98%) 증가한 규모다. 특히 2019년 한 해 대출 증가액이 16조3637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올해 코로나 사태로 자영업자들의 경영난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문제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자영업자들이 폐업하거나 빚으로 버티는 추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 사태로 소상공인에 대한 대출이 늘어난 데다 대출만기 연장 및 이자유예 조치가 실시되면서 은행권의 리스크도 커졌다"며 "경기침체가 지속돼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더욱 나빠지면 이는 부실대출로 이어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연재난에 가까운 코로나 때문에 벌어진 현상이라 현재로서는 어떻게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며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코로나가 잡히지 않는 이상 효과가 적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완전히 종식은 안 되더라도 일반적인 생활이 가능한 수준이 돼야 경기가 돌아가고 경제가 회복된다"며 "코로나가 지속될수록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경제상황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