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제개편·중간간부 인사' 앞두고 검찰 뒤숭숭… 올해 '법조 경력자 법관 임용'에 역대 최다 현직검사 60여 명 몰려
  • ▲ 검찰. ⓒ정상윤 기자
    ▲ 검찰. ⓒ정상윤 기자
    법무부가 검찰의 직접수사 기능을 약화하는 직제개편을 사실상 원안대로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면서 일선 검사들의 줄사표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제개편과 발맞춰 이뤄질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도 형사·공판부 검사들의 약진과 반부패수사(특수)·공공수사(공안)부 등 직접수사 부서의 축소가 예상된다. 홀대받은 특수·공안부 검사들이 대거 사표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직접수사 부서들의 축소는 곧 현재 진행 중인 문재인 정부의 '권력형 비리' 사건 수사의 무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는 25일 국무회의에 상정되는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령안'에는 △수사정보정책관과 반부패·강력부 선임연구관, 공공수사부 공공수사정책관, 과학수사부 과학수사기획관 등 대검 차장검사급 직제 4개를 폐지하고 △대검 반부패·강력부를 기존 5개과에서 3개과로 축소 △공공수사부는 3개과에서 2개과로 줄이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특수·공안부를 축소하고 형사·공판부를 강화하는 그동안 법무부의 기조가 그대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들끓는 검사들, 줄사표 예고

    지난 11일 개정령안을 본 대검 측은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사실상 수용 불가 견해를 전달했지만, 법무부는 직제개편을 강행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법무부가 지난 14일 대검에 보낸 개정령안 수정안 역시 원안과 크게 차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법예고 절차도 생략된다. 법무부는 법제처에 개정령안 입법예고 절차를 생략해달라고 요청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무부가 검찰 의견을 묵살했다는 불만이 이어졌다. 실제로 직제개편안을 본 검사들은 "검사가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조악하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차호동 대구지검 검사는 지난 11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글을 올려 직제개편안과 관련해 "아무런 연구나 철학적 고민 없이 공판분야에 대한 이해가 전혀 없이 개편안을 만들기 위한 개편안"이라고 지적했다. 

    정유미 대전지검 부장검사도 12일 "조잡한 보고서로 전국 일선 검사들의 시간을 낭비하게 하고,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리게 했다"고 썼다. 현재 두 검사가 올린 글에는 수백 개의 동조 댓글이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직제개편안과 함께 중간간부 인사가 단행되면 일선 검사들의 줄사표가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형사·공판부 중심으로 검찰의 직제가 개편되면 특수·공안부 검사들은 입지가 좁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중간간부 인사는 지난 7일 단행된 검사장급 인사보다 규모가 크다는 점에서 상당한 수준의 후폭풍을 몰고 올 가능성이 크다. 검사장급 인사 단행 이후에도 문찬석 광주지검장(59·사법연수원 24기)에 이어 최근 김남우 서울동부지검 차장검사(51·사법연수원 28기)와 전성원(49 ·27기)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이 법무부에 사직서를 냈다. 

    이미 검찰 내부에서는 줄사표 조짐이 보인다. 법조계에 따르면, 매년 진행되는 '법조 경력자 법관 임용'에 올해 역대 최다인 현직검사 60여 명이 몰린 것으로 전해졌다. 

    검사 출신 한 법조인은 "곧 있을 검찰간부 인사가 끝나면 또 수십명의 검사가 조직을 떠날 것"이라면서 "인사불만, 경제적 이유 등도 많겠지만 더 이상 희망과 비전 없는 조직에서 인생을 썩이지 않겠다는 생각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수·공안부 축소… "권력형 비리 수사 공백" 우려

    특수·공안부의 축소로 권력형 비리 수사에도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은 '조국 사태' 이후에도 '청와대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의 추가 수사와 '윤미향-정의연' 회계부정 의혹, '추 장관 아들의 휴가 미복귀' 의혹, '라임·옵티머스 사태' 등의 수사를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 7일 고위간부 인사로 지휘부가 모두 친(親)정부 인사들로 채워진 마당에 중간간부 인사로 실무진마저 교체된다면 검찰의 '살아 있는 권력' 수사는 사실상 동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

    법조계에서는 요직에 앉은 검사들이 대부분 친정부 성향인데다 '독단 인사'를 경험한 탓에 정권에 반하는 수사에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힘들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 1월 법무부가 일선 청을 대상으로 특수·공안부를 축소하는 직제개편을 단행한 이후 권력 수사는 제자리걸음이다. 지난해까지 '조국 일가' 수사와 '청와대 울산시장선거 개입' 사건 수사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졌던 것과 비교하면 차이가 크다.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이 폐지된 이후 검찰의 금융범죄 대응력이 크게 떨어진 것도 이 같은 우려를 키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