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나무 재배 목적" 사놓고 4개월간 방치… 대통령이 헌법 '경자유전' 위배
  • ▲ 문재인 대통령 퇴임 후 사저가 들어설 경남 양산시 화북면 지산리 363-2번지 일원. ⓒ뉴시스
    ▲ 문재인 대통령 퇴임 후 사저가 들어설 경남 양산시 화북면 지산리 363-2번지 일원.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부부가 퇴임 후 거주할 목적으로 지난 4월 매입한 경남 양산 사저 부지 중 일부 농지가 휴경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었다.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경자유전'(농사하지 않는 이의 농토 소유 금지)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중앙일보는 안병길 미래통합당 의원이 밝힌 자료를 토대로 문 대통령 부부와 대통령경호처가 매입한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313번지와 363-2~6번지 일대 3860㎡ 땅을 분석했다. 이 가운데 363-4번지 토지 1871㎡(566평)가 농지(지목:전)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경남 양산시 하북면사무소가 안병길의원실에 제출한 농지취득자격증명서에 따르면 문 대통령 부부는 이 땅에서 유실수(과일 생산 목적의 나무) 등을 재배하겠다며 '농업 경영'의 목적으로 농지를 샀다. 그러나 안병길의원실 관계자는 최근 답사한 결과 경작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전했다.

    헌법 9장 제121조는 "국가는 농지에 관하여 경자유전의 원칙이 달성될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하며, 농지의 소작제도는 금지된다"고 명시했다. 이를 바탕으로 제정된 농지법 제6조에 따르면, 농지는 자기의 농업경영에 이용하거나 이용할 자가 아니면 소유하지 못한다. 이를 어길 시 농지 처분 의무가 발생하는 등 벌칙이 부과된다.
  • ▲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363-4번지 위성사진. ⓒ다음 카카오맵
    ▲ 경상남도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363-4번지 위성사진. ⓒ다음 카카오맵
    통합당 "투기 아니고 뭔가"

    청와대 관계자는 해당 의혹과 관련해 추후 토지 형질변경 가능성을 언급하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야당에서는 투기 목적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했다. 

    김은혜 통합당 대변인은 이날 구두논평을 통해 "의혹이 사실이라면 헌법상 명시된 '경자유전'의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라면서 "헐값으로 농지를 사고 용지 변경으로 가격이 오르면 이것이 부동산 투기가 아니고 무엇이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미 이 정권 들어 박능후 장관, 유영민 전 장관, 도종환 전 장관 등의 인사청문회에서도 농지법 위반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며 "국무위원도 모자라 대통령의 사저마저 '덩달아 위반'하는 우(愚)를 범하지 말길 바란다"고 경계했다.

    변호사 시절 산 부산 농가도 휴경 논란

    문 대통령이 1989년 변호사 시절 매입한 부산 강동동 1141㎡의 농가와 논도 경자유전 위배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신동아는 2012년 11월호에서 이들 농지와 관련 "퇴비창고까지 있는 곳이었지만 문 후보가 직접 농사를 짓지 않아 관리가 안 됐고, 대신 주민들이 배추와 파 등을 심었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문 대통령은 이들 농지를 2007년 7월 2억1700만원에 되팔아 시세차익을 얻었다.

    또한 문 대통령은 농업경영계획서에 영농경력을 11년으로 기재했는데, 2012년부터 서울에서 정치인생활을 시작해 사실상 자경할 상황이 아니어서 허위 기재 의혹도 제기됐다.

    안병길의원실이 하북면사무소로부터 제출받은 농업경영계획서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009년 매입한 양산시 매곡동의 현재 사저 부지 안에 '논(畓)'으로 설정된 76㎡(3개 필지)에서 유실수 등을 '자경'해왔다고 신고했다. 해당 계획서는 문 대통령 부부의 위임을 받은 대리인이 작성했다.

    농지법상 '자경'은 "농업인이 소유 농지에서 농작물 경작 또는 다년생 식물 재배에 상시 종사하거나 농작업(農作業)의 2분의 1 이상을 자기의 노동력으로 경작 또는 재배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농업인'은 ▶1000㎡ 이상 농지에서 농작물 등을 재배하거나 ▶1년 중 90일 이상을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 ▶농업 경영을 통한 농산물 연간 판매액이 120만원 이상인 사람 등이다.

    안병길 의원은 "2009년부터 현재까지 문 대통령은 국회의원과 대선후보, 당대표 등을 거치면서 자경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대통령의 영농경력이 언제부터를 기준으로 한 것인지 청와대가 명확하게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와 관련 "(현재 매곡동 사저에서 문 대통령이) 틈틈이 밭을 일궜다. 휴가 때 내려가면 한다. (김정숙) 여사도 밭을 가꾸고는 했다"고 중앙일보에 해명했다.

    文 "농지원부 정비하라" 지시, '부메랑'

    경자유전 원칙을 강조하며 전국의 농지 실태를 제대로 파악하라고 지시한 것은 문 대통령 자신이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2월 농림수산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농지원부가 잘 정비되어야 할 것"이라며 "만약에 농식품부만으로 (정비가) 어렵다면 행정안전부와 지자체와 협업해 정확히 정비하라"고 당부했다. 농지원부는 직불금을 수급받기 위해 주민등록처럼 실제로 농지를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대장이다.

    농식품부는 문 대통령 부부 사저 부지를 포함한 전국 26만7000ha(178만 필지)의 농지를 오는 11월30일까지 조사할 계획이라고 지난 3일 밝혔다. 불법 농지에 정부의 처분 의무가 부과되면 농지 소유자는 1년 안에 해당 농지를 처분하거나 직접 경작해야 한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시장·군수 등이 6개월 이내의 기간을 정해 처분명령을 내릴 수 있다. 처분명령도 거부할 경우 해당 농지 공시지가의 20%인 이행강제금을 농지를 처분할 때까지 매년 부과할 수 있다.

    文, MB 때는 내곡동 사저 진상규명 요구

    한편 2012년 11월 문재인 대선후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특혜 의혹' 특검 수사기간 연장을 거부하자 특별성명을 내고 반발했다. 

    문 후보는 "국정운영의 최고책임자가 자신의 의혹에 대해 스스로 수사를 중단시킨 것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참으로 민망한 일"이라며 "내곡동 사저 특검은 대통령과 그 가족, 청와대가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받는 중차대한 사안이다. 오히려 대통령이 끝까지 진실을 가려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 상식이자 정도"라고 강조했다.  

    대통령 사저를 둘러싼 의혹과 관련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요구한 것이 문 대통령 자신이었던 만큼, 이번 '양산 사저 농지 불법소유 의혹'도 명확히 가려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