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련 변호사 무고죄로 고발당해… 법조계 "정치공세에 따른 고발"
  •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가 한국여성의전화 등이 지난달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피해자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가 한국여성의전화 등이 지난달 13일 서울 은평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성원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 A씨의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가 무고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이후 인터넷 포털과 소셜네크워크서비스(SNS) 등에서는 김 변호사를 비난하는 댓글들이 이어진다. 

    김 변호사는 이와 관련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지만, 박 전 시장 지지자들의 댓글공격은 그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법조계 등에서는 피해자 측을 향한 도를 넘은 조롱과 비난에 정치적 이념에 따른 맹목적 지지라며 온 나라가 권력투쟁의 장이 됐다고 지적했다.

    적폐청산연대, 김재련 '무고죄 고발'에… 김재련 향한 "천벌 받아라" 도 넘은 조롱

    SNS 상의 김 변호사를 향한 친여 성향 네티즌들의 조롱과 비난은 막말에 가깝다.

    네티즌 4dff****는 "천벌을 받아라. 김재련"이라고 했고, 또 다른 네티즌 LoO****은 "변호사 자격 박탈하고 감옥으로. 조선시대 태종대왕한테 걸렸음 넌 사지가 찢어발겨 죽었을 거다"라고 썼다. 이 외에도 "노랑머리 잔다르크 나셨네" "이번엔 니가 감방 가야겠다" "이 쓰레기 X년은 뭐만 하면 2차 가해래"라는 등의 글도 올랐다.

    이 같은 네티즌의 도를 넘은 조롱과 비난은 김 변호사 고소 내용과 무관하지 않다. 앞서 지난 4일 적폐청산국민참여연대(이하 적폐청산연대)는 서울경찰청을 찾아 김 변호사를 무고 및 무고교사 혐의로 고발했다. 김 변호사가 A씨를 꼬드겨 아무 죄가 없는 박 전 시장을 고소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적폐청산연대는 그러면서 "김 변호사가 박 전 시장을 위력에 의한 성추행과 음란행위, 강제추행 혐의로 고소했는데, 이는 범죄 구성요건에 못 미치며 성추행 증거로 증명력이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적폐청산연대 신승목 대표는 "박 전 시장이 A씨에게 보냈다는 음란사진은 다른 직원들도 본 러닝셔츠 차림의 사진이었다"며 "김 변호사가 이번 사건의 희생자인 박 전 시장과 유가족은 물론 그를 지지하는 수많은 대한민국 국민에게 씻을 수 없는 정신적 고통과 피해를 주었다"고도 주장했다.

    적폐청산연대의 고발과 관련 김 변호사는 피해자를 향한 명백한 2차 가해 행위이며, 대리인인 변호사 김재련을 향해서는 무고 및 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의 범죄행위라고 맞섰다.
  • ▲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해자 A씨 측이 인권위에 직권조사 발동 요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 박원순 전 서울시장 피해자 A씨 측이 인권위에 직권조사 발동 요청서를 제출하고 있다. ⓒ뉴데일리 DB
    법조계 역시 적폐청산연대의 고발에 무고죄 성립이 어려워 보인다며 "이는 사실상 피해자를 향한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법조계 "무고 혐의 인정 어렵다"… "친여 지지자들의 과도한 정치공세" 지적도

    검찰 출신 김종민 변호사는 "무고는 상대방의 죄가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형사처벌을 받게 하려는 목적으로 고소할 경우 성립하는데, 박 전 시장 사건의 경우 무고의 고의가 전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 무고 혐의 고소는 시민단체가 흔히 남발하는 고소로 보인다"며 "결국 진영논리에 근거한 정치공세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유정화 변호사(한강법률사무소) 역시 "성추행의 구성요건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적폐청산연대의 주장은 굉장히 주관적"이라며 "이는 정치적으로 자기가 지지하는 사람을 감싸기 위한 행동으로, 변호인을 향한 공격은 사실상 피해자를 향한 공격"이라고 비판했다.

    친여 성향 네티즌들의 공세가 정치적 이해관계가 충돌하면서 벌어진 권력투쟁의 결과라는 분석도 나왔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우리 사회에는 특정한 정치인을 중심으로 하는 팬덤(유명인이나 특정분야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사람이나 그 무리) 현상이 있는데, 그런 갈등구조가 심화하면서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닥뜨린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박 평론가는 "박 전 시장을 좋아하거나 여당 지지자 처지에서 집단적으로 반발하는 상황"이라며 "박 전 시장 사건으로 인해 민주당이 엄청난 피해를 입었는데 이를 불편해하는 지지층이 피해자를 공격할 수 없으니 그를 대신해 김재련 변호사에게 공격을 퍼붓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장은 "박 전 시장의 문제를 정의 차원에서 접근해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명명백백하게 밝혀야 하는데, 박 전 시장을 보호하려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라며 "온 나라가 결국 권력투쟁의 장이 됐다"고 한탄했다. 

    박 원장은 "우리 사회가 내 편이냐 아니냐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면서 자기 편이 누구냐에 따라 논리까지 바꾸는 것"이라며 "정부가 책임의식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한편 경찰은 피해자 A씨 측과 서울시 관계자 간의 진술이 계속 엇갈리자 핵심 참고인 수사에 거짓말탐지기 도입과 대질수사도 염두에 두고 있다.

    지난 4일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방임 의혹과 관련해 참고인 20명을 조사했는데, 피해자와 진술이 다른 부분이 많아 거짓말탐지기·대질신문까지 고려한다면서, 다만 참고인에 한해서만 거짓말탐지기를 고려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