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정부질문 땐 절반도 안 오더니… 당·정 법안 처리 땐 우르르 '찬성' 몰표
  • ▲ 지난 22일 국회 대정부 질문 때의 본회의장 모습. ⓒ박성원 기자
    ▲ 지난 22일 국회 대정부 질문 때의 본회의장 모습. ⓒ박성원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일당독재'로 인해 국회가 청와대가 주문한 법안 처리의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은 21대 첫 국회 대정부질문에 절반도 채 참석하지 않은 반면, 30일 본회의에는 100% 가까이 참석해 당·정·청이 밀어붙이는 법안들을 야당 없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다. 행정부 견제 기능을 상실한 국회에 우려가 커진다.

    187명 참석해 186명이 무더기 찬성

    정부는 31일 오전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공포안을 심의, 의결했다. 

    이에 앞서 국회는 하루 전인 30일 오후 본회의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300명의 국회의원 중 187명이 참석, 186명이 법안 통과에 찬성했다. 무소속 김태호 의원만 기권표를 던졌다. 

    민주당(176명) 의원들의 본회의 참석률은 98.3%(173명)였다. 이들은 모두 법안 통과에 찬성표를 던졌다. 이는 지난 22~24일 민주당 의원들의 국회 대정부질문 당시 참석률이 저조했던 것과 대비됐다. 여당을 두고 '청와대와 정부가 주문한 법안을 처리하는 거수기'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22일 국회 정치·외교·안보·통일분야 대정부질문 때 본회의장에서는 100여 명의 여·야 의원이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대정부질문이 진행되면서 의원들은 하나둘 자리를 떴다. 오후 6시30분쯤 대정부질문 종료 시점에는 여당 의원이 채 50명도 남지 않았다. 

    21대 국회 의석수는 민주당 176석, 미래통합당 103석, 정의당 6석, 국민의당 3석, 열린민주당 3석, 기본소득당 1석, 시대전환 1석, 무소속 7석이다.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이자 금요일인 24일에는 의원들의 참석률이 더욱 떨어졌다. 본회의장 왼쪽 여당 의원들이 밀집한 좌석의 빈자리는 눈에 띄게 늘었다. 자리를 지킨 의원들은 채 30명도 되지 않았다. 

    상임위 법안 찬반 토론 때는 졸기도

    청와대와 정부가 주문한 부동산 관련 법안 처리 때 보인 여당의 졸속심사도 도마에 올랐다. 

    민주당은 지난 28일 국토교통위·기획재정위·행정안전위 등의 회의 일정을 기습적으로 잡았다. 여야 간 법안소위 구성 합의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이들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부동산거래신고법, 부동산 3법(종부세법·법인세법·소득세법) 등 부동산 관련 11개 법안이 통과되는 데 걸린 시간은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특히 2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법안 관련 찬반토론 때는 일부 여당 의원이 회의장에서 조는 모습도 포착됐다. 

    김진애 열린민주당 의원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과 관련 추미애 법무부장관에게 질문할 때 벌어진 일이다. 소병철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그동안 열띤 토론을 많이 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소위 구성도 없이 법안 논의가 이뤄진 데다 찬반 토론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어서 '졸속' '위법' 논란이 거세다. 

    복수의 정치권 관계자들은 소위 구성도 하지 않고 상임위 전체회의를 열어 법안을 가결한 전례는 없다고 강조했다. 국회법 58조는 법안 등을 심사할 때 대체토론, 찬반토론을 거쳐 표결한다고 규정했다. 상임위는 안건 심사 때 소위원회에 회부해 심사,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    

    묘수 없는 제1야당에… "의원직 총사퇴해야" 주장도

    여당의 이러한 '거수기' 행태에도 이에 대응할 제1야당의 묘수는 보이지 않는다. 미래통합당은 민주당이 21대 국회 의석을 과반 차지했다는 점을 꾸준히 말해왔다. 

    상임위는 국회법상 재적위원 5분의 1 이상의 출석으로 열리고,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 및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의결된다. 법사위뿐 아니라 국토위 등 각 상임위의 민주당 위원은 과반 이상이다. 헌법과 국회법에 규정된 의결정족수(재적의원 과반수의 출석 및 출석의원 과반수의 찬성) 역시 민주당 의석만으로도 충분하다. 

    통합당의 한 의원은 "소위 구성을 논의하려고 해도 여당 한 의원은 '(상임위) 위원장이 할 일'이라며 협상하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여당의 독주, 야당의 무력감을 두고 전문가들의 우려 역시 커진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당의 독단적 행태가 도를 지나쳤고 현재 의석수가 현저히 적은 야당으로서는 쓸 수 있는 카드가 현실적으로 없다"며 "장외투쟁에 나선다고 해도 지금의 여당은 '통합당이 또 발목잡는다'는 프레임을 씌울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법과 관례를 무시한 민주당에 충격을 가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야당 의원들의 의원직 총사퇴도 고려할 수 있는 수단일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