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노총 집행부, 임기 5개월 남기고 사퇴… '강경파'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 대정부·기업투쟁 이끌 듯
  • ▲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노사정 합의안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 김명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노사정 합의안 부결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시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대의원대회를 열고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노동자·사용자·정부) 합의안' 추인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했다. 앞서 대의원대회에서 추인에 실패하면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김명환 민노총 위원장과 지도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노동계 안팎에서는 사회적 대화에 적극적이던 집행부가 물러나고 합의안 폐기를 주장한 내부 강경파가 민주노총을 휘어잡게 되면서 대정부투쟁이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명환, 민노총 대회의실에서 사퇴 기자회견

    김 위원장을 비롯한 민주노총 지도부는 24일 오후 2시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 견해'를 밝혔다. 

    김 위원장은 23일 진행된 온라인 대의원대회 투표에서 '노·사·정 합의안'이 부결될 경우 즉각 사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합의안은 이날 투표에 참여한 민노총 대의원 1311명 중 805명이 반대하면서 부결됐다.

    김 위원장은 이어진 기자회견장에서 "대의원대회 투표를 통해 확인된 대의원 여러분의 뜻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수용하겠다"며 "이미 예고한 대로 임기가 5개월 남짓 남았지만, 책임을 지고 위원장·수석부위원장·사무총장직을 사퇴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2017년 말 민노총 조합원 직선으로 선출된 이들의 임기는 올해 말까지다.

    김 위원장은 "국민 전체와 호흡하는 민주노총이 되기를 지금도 바라지만, 오로지 저희의 부족함으로 그런 호소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저희의 실천 의지가 실현되지 못하고 물러나지만, 다시 현장의 노동자·조합원으로 돌아가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과 활동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의원대회 이전부터 추인 실패 의견 지배적

    민주노총의 합의안 추인이 실패할 것이라는 지적은 투표 전부터 노동계 안팎에 만연한 상태였다. 민주노총 내부에서 합의안에 찬성하는 인원보다 반대하는 인원이 더 많다는 말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일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장 등 일부 간부는 서울 중구 민주노총 건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적 대의원의 과반수인 810명으로부터 노·사·정 합의안 폐기를 위한 서명을 받았다며 그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금속노조·공공운수노조 등 민주노총 내 강성 조합원들의 주장이 이번 대의원대회 투표 결과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들은 그동안 '노·사·정 합의안'에 '해고금지'가 명문화되지 않았다며 합의안을 폐기하라고 요구했다. 

    아울러 이들은 김 위원장이 노·사·정 합의를 독단적으로 추진했다며 '자본과 결탁했다'는 등 비판과 함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지난 1일에는 노·사·정 대표자 협약식에 참석하려는 김 위원장을 막기 위해 물리력을 동원해 구금하기까지 했다. 

    이들이 내부에서 김 위원장을 흔들고 합의안 반대 의견을 적극적으로 피력한 탓에 민주노총 내부에서 합의안 추인에 반대 의견이 커졌다는 것이다.

    노동계 "김명환 사퇴 후 투쟁 심해질 것"

    노동계 안팎에서는 김 위원장 사퇴로 합의안 추인에 반대한 강경파가 득세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이들로 인해 민주노총의 대정부·기업투쟁이 심화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그간 사회적 대화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고수하던 김 위원장을 밀어낸 강경파가 대화보다 투쟁 노선을 선택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일 민주노총 강경파는 노·사·정 합의안을 "비정규직 보호를 앞세워 자본과 야합하는 행위"라고 비판한 바 있다.

    민주노총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의 사퇴로 노·사·정 합의안에 가장 크게 반대한 금속노조와 공공운수노조의 위상이 민노총 내부에서 크게 상승했다"며 "조합원 직접선거로 뽑힌 위원장보다 이들 두 노조의 힘이 강하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이들 강경파가 다음 위원장선거에도 영향력을 강하게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며 "빠르면 올 가을부터 민노총의 대정부·기업투쟁이 더욱 강해지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노동계 관계자는 "지금 민노총 등 노동계 내부에서는 2021년 최저임금 1.3% 인상으로 정부를 향한 불만이 가득 찬 상태"라며 "민노총 조합원들은 앞으로 최저임금과 합의안 내 해고 금지 명문화를 빌미로 길거리로 나서는 횟수가 더 많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