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박원순 3선' 내주고도…또 '갸우뚱' 행보
  • ▲ 오세훈 전 서울시장 ⓒ권창회 기자
    ▲ 오세훈 전 서울시장 ⓒ권창회 기자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4일 여권이 주장하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다. 

    오 전 시장은 2011년 무상급식에 반대하며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시장직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9년 만에 다시 '행정수도 국민투표'를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미래통합당 내부에서는 "야권 대선주자가 여당이 짠 프레임에 끌려간다"는 비판이 나왔다. 

    "세종시 광역특별구역안 국민투표에 부치자"

    오 전 시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부동산 광풍의 한가운데에서 (여권이) 행정수도 이전 논의를 제기한 의도가 위기국면의 전환에 있는 것을 모든 국민은 알고 있다"면서 "행정수도 이전 논의를 하려면 제대로 하고 국민투표로 결정하자"고 주장했다.

    오 전 시장은 "(미국의 행정수도인) 워싱턴 D.C.도 입법·행정·사법을 모두 품어 안고 있다. 우리도 입법부와 행정부뿐 아니라 사법부가 함께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청와대는 충남 논산·천안과 국제공항이 있는 충북 청주, 국회는 충북 보은·옥천·영동, 대법원은 충남 예산·부여, 헌법재판소는 충남 홍성·공주로 이전하는 길을 찾아보자"고 제안했다.

    오 전 시장은 "세종시로 청와대와 국회까지 이전시켜주면 세종시는 충청남북도의 블랙홀이 돼버려 인근 지방은 붕괴와 소멸의 길을 걷게 된다"며 "세종시가 나라 행정의 모든 기능과 발전 가능성을 독식하면 균형발전의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이어 "세종시를 중심으로 1시간 거리 내의 충청남북도의 중소도시들을 망라해 '광역특별구역'으로 나라의 행정기능을 집적시키자"며 "세종시 광역특별구역안의 채택 여부는 국민투표에 부치자"고 제안했다. 

    또 '투표' 오세훈에 "여당 프레임" "미몽에서 못 깨어나"

    그러나 통합당 내의 시선은 곱지 않다. 민주당이 행정수도 이전을 추진하는 것은 부동산정책 실패에 따른 국면전환용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당 대선주자군에 속하는 인사가 이런 여권의 프레임에 말려들었다는 것이다.

    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 통화에서 "지금 시점에서 행정수도 이전 국민투표는 지엽적인 방법론에 불과하다"며 "이는 여당 프레임에 끌려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책센터 소장은 "수도 이전이라는 중대한 문제는 여야가 차분히 논의해 좋은 방안을 마련해 나가는 게 우선"이라면서 "오 전 시장이 무상급식 주민투표로 인해 본인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는데도 국민투표를 하자는 것을 보니 아직도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종인·주호영 등 지도부도 행정수도 이전 반대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도 전날 당 회의에서 행정수도 이전과 관련해 "부동산대책이 전혀 성과를 못 내고 국민 원성이 높아지면서 지지율이 급락하니 수도를 세종시로 옮기려 하는 것"이라며 반대 견해를 분명히 했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수도권 집값을 잡지 못하고 인천 수돗물 유충 사태, 박원순 성추행 사건 이런 것들이 빈발하니 관심을 돌리기 위해 느닷없이 꺼낸 것"이라고 비난했다.

    앞서 오 전 시장은 2011년 무상급식 도입에 반대하면서 주민투표를 제안했고, 투표율 미달로 임기 중 자진사퇴했다. 그 결과 민주당 소속이던 고(故) 박 전 시장이 당선돼 내리 3선을 했다. 

    김 위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오세훈 전 시장이 그때 엄청난 실수를 범했다" "시대감각을 못 느낀 것"이라고 질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