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 보호' 이유로 野 자료 요구 무시… 정치·법조계 "법 악용" 한목소리
  • ▲ 이인영(사진)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자료 제출 거부를 두고
    ▲ 이인영(사진) 통일부 장관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자료 제출 거부를 두고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해 인사청문회법 취지를 어기고 있다"는 정치·법조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권창회 기자
    이인영 통일부장관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 자료 제출 거부를 두고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해 인사청문회법 취지를 어긴다"는 정치권과 법조계의 목소리가 커진다. 

    21일 국회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석기·김기현·정진석·박진·태영호·조태용·지성호 미래통합당 의원들이 요구한 자료 1304건 중 735건만 제출했다. 

    이 후보자 부자의 병역사항, 아들의 유학 등 관련 자료는 대부분 '개인정보라 동의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내지 않았다. 이 후보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는 오는 23일로 예정됐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후보자가 법을 악용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국회 인사청문회 근거규정인 인사청문회법의 맹점을 이용해 '위법을 저지르지는 않으면서 자료 제출을 거부한다'는 비판이다.

    국가기밀, 업무비밀 등 사유에만 자료·답변 거부 가능

    인사청문회법 12조는 인사청문위원회가 관계기관에 후보자 관련 자료 제출을 요구할 수 있고, 기관은 자료를 제출하지 않을 때 사유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답변 및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있는 경우는 세 가지다. △군사·외교·대북관계 등 국가기밀사항 △친족 등이 기소되거나 유죄 판결 우려가 있는 경우 △변호사 등 업무상 기밀을 지켜야 하는 경우 등(인사청문회법 16조)이다.  

    이 조항을 근거로 복수의 정치·법조계 인사들은 "이 후보자가 '관계기관 등이 후보자 관련 자료를 제출해야만 한다'는 규정이 없는 인사청문회법 특성을 악용한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 후보자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행태가 인사청문회법 취지와 어긋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익명을 요청한 법관 출신의 정부부처 관료는 "인사청문회법상 규정하는 세 가지 거절 사유가 아니라면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제출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다만 인사청문회법상 처벌 규정이 없는 점 등을 보고 후보자들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데, 이는 명백히 법 취지와 어긋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 악용 명백"… 법원 판단 선례는 없어  

    서울 서초동의 권오현 변호사는 "엄밀히 인사청문회의 근거법을 놓고 본다면 후보자들은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것을 허용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며 "법의 맹점을 악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법원이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한 자료 제출 거부의 위법성을 판단한 선례도 없다. 

    다른 복수의 서초동 법조인들도 "위법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법을 악용했다"고 입을 모은다. "제출해야만 한다는 규정이 없어서 개인정보보호법을 근거로 제출하지 않는 모양인데, 이는 명백히 법의 빈틈을 악용하는 처사"(A변호사)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인사청문회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처사는 법을 무시하는 것"(B변호사) 등의 우려가 나왔다.

    이 후보자의 자료 제출 거부가 위법이라는 견해도 있다. 서정욱 법무법인 민주 변호사는 "세 가지 사유 때 자료 제출을 거부할 수 있다는 16조를 거꾸로 해석하면, 이들 사유가 아니라면 제출해야 한다고 법을 해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 변호사는 이어 "개인정보 보호는 법이 규정한 거절 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이 후보자의 거절 사유는 명백한 위법"이라고 주장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황유상 통일부 대변인실 서기관은 "이 후보자 관련한 답변은 문자로 후보자에게 넣어서 답변을 기다려야한다"며 "이 후보자에게 답이 오는대로 답변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은 2019년 3월27일 항공기 탑승 내역, 적십자회비 납부 내역 등 자료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다며 내지 않았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역시 같은 해 12월30일 인사청문회에서 서울 광진구 피트니스 클럽의 본인 및 배우자 회원 가입 이력 등 자료를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보호 등을 이유로 제출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