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진영엔 엄격, 자기 편엔 침묵하다 뒤늦게 입장 발표… "피해자를 피해호소여성으로 격하"
  • ▲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남인순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8년 국회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추문 관련 젠더특별대책TF 회의 후 문을 나서는 모습. ⓒ뉴시스
    ▲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남인순 민주당 의원이 지난 2018년 국회에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성추문 관련 젠더특별대책TF 회의 후 문을 나서는 모습. ⓒ뉴시스
    여성인권운동가 출신으로 각계의 성추문 문제에 앞장서서 비판하며 '피해자중심주의'를 외쳤던 더불어민주당 여성의원들이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해 뒤늦은 입장을 내놨다.

    정치적 대척점에 있는 상대 진영에서 발생한 성추문에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자기 편에는 한마디도 못하는 '선택적 여성인권운동가'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부랴부랴 입장문을 낸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 여성의원들의 행태를 "여성을 팔아먹고 사는 여성들"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민주당 여성 의원들 비판 쏟아지자 입장문 발표

    민주당 여성 의원들은 14일 오후 입장문을 통해 "피해 호소 여성이 느꼈을 고통에 깊은 위로의 마음을 전한다"며 "당사자의 인권 보호는 물론 재발 방지를 위해 서울시 차원의 진상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그동안 당내 젠더폭력대책특별위원회는 성폭력 문제 근절 대책 마련을 위해 노력해왔다"며 "기존 제도를 종합 점검해 보다 실효성 있는 조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에는 성폭력 관련 문제에 앞장섰던 여성인권운동가 출신이 다수 포진해 있어 입장 발표가 늦어지는 것을 두고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민주당 젠더폭력근절대책TF 단장인 남인순 의원은 대표적인 여성인권운동가 출신 정치인이다. 남 의원은 인천여성노동자회 사무국장에서 시작해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등을 역임하며 성폭력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하지만 '박원순계'로 불렸던 남 의원은 박 전 시장의 장례식 내내 빈소를 지키며 박 전 시장 추모에 집중했다.

    또 다른 당내 여성인권운동가 출신인 정춘숙 의원도 박 전 시장의 성추문과 관련해서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정 의원은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출신으로 여성운동가에서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경우다. 정 의원은 현재 국회 여성가족위원장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여성가족부장관을 지낸 진선미 의원도 침묵으로 일관해왔다. 진 의원은 과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 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野 "피해자를 피해 호소여성으로 격하… 선택적 분노 조절"

    더 큰 문제는 민주당 여성의원들이 각종 성추문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피해자중심주의'를 주장하며 성추행 가해자를 비판해왔다는 점이다. 특히 반대세력의 성추문에는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다. 

    민주당 여성의원들은 2013년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이 불거지며 경질되자 "엄정수사하고 사법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2014년 박희태 전 국회의장의 성추행 추문이 불거졌을 당시에는 박 의장의 사과와 경찰의 조사를 주장했다. 2015년 새누리당 소속 심학봉 전 의원의 성추문이 일어나자 "성누리당 본색이 만천하에 드러났다"며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민주당 여성의원들의 뒤늦은 입장 표명에도 비판이 쏟아진다. 미래통합당 소속 한 여성의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민주당 여성의원의 이름으로 낸 입장문 뒤에 숨어 피해자중심주의를 외치던 사람들이 엄연한 피해자를 피해호소여성으로 격하하는 모습부터 등떠밀려 낸 입장문이라는 증거"라며 "여성이라는 이름으로 정치에 입문하고 승승장구했던 사람들이 선택적으로 편을 나눠 분노를 조절하는 것을 보면 자신의 안위를 위해 여성을 이용한 것일 뿐"이라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