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위, "쫄지마 씨X" 반복한 TBS 라디오방송에 권고‥ '봐주기 징계' 논란
  • ▲ TBS 라디오 '아닌 밤중에 주진우입니다' 홈페이지 캡처.
    ▲ TBS 라디오 '아닌 밤중에 주진우입니다' 홈페이지 캡처.
    TBS 라디오 생방송 중 출연자가 "씨X"이라는 욕설을 두 번이나 내뱉었음에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방송사에 별다른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는 '권고' 결정을 내려 빈축을 사고 있다.

    행정지도에 해당하는 '권고'는 '주의'나 '경고' 같은 법정제재와는 달리 방송사 재승인 심사에서 감점 요인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정치권에선 방심위가 서울시 출연기관이자 친여(親與)방송으로 분류되는 TBS에 사실상 '봐주기식' 징계를 내렸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라디오 방송 중 '김어준 유행어'‥"쫄지마 씨X" 반복


    문제가 된 방송은 지난 5월 4일 전파를 탄 TBS FM '아닌 밤중에 주진우입니다'였다. 이날 방송에는 주진우 기자를 소재로 한 영화 '주기자'를 기획 중인 배우 겸 감독 황병국 씨가 초대손님으로 출연했다.

    황씨는 '영화 엔딩이 한 번 정도 바뀌었느냐'는 주진우 기자의 질문에 "엔딩은 한 번도 안 바뀌었다"며 "극 중 주 기자가 어깨를 숙이고 천천히 막 걸어가고 있는데, 저쪽에서 막 팬들이 막 몰려와서 '쫄지마 씨X'이라고 외치는 장면"이라고 소개했다.

    이에 주 기자가 "방송에서 그런 말을 하면 어떡하냐"며 당황해하자 황씨는 "하여튼 엔딩은 한 번도 안 바뀌었고…, 그 엔딩은 그러니까 '쫄지마 씨X'"이라고 재차 욕설을 입에 올렸다.

    방송 이후 한 청취자가 "방송 중 출연자가 욕설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방심위에 민원을 제기해 방심위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허미숙)에서 방송 내용을 심의했다.

    이에 TBS '아닌 밤중에 주진우입니다'에 대해 '의견진술' 절차를 밟은 방송소위는 지난 8일 "해당 방송이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51조(방송언어) 제3항을 위반했다고 판단해 '권고'를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방송소위에서 정부·여당 추천 허미숙 소위원장과 강진숙·이소영 위원은 '권고' 의견을 냈고, 야당 추천인 박상수·이상로 위원은 각각 '주의'와 '과징금'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당 "친여 방송에 솜털같이 가벼운 징계 내려"


    이처럼 지상파 라디오 방송 중 두 차례나 "씨X"라는 욕설이 나왔음에도 경미한 징계가 내려지자 미래통합당 미디어국은 "어용방송들에 대한 방심위의 노골적 봐주기식 편파판정이 도를 넘고 있다"며 "방심위 폐지가 답"이라고 비판했다.

    9일 미디어국은 "방심위가 '법정제재'가 아닌 단순 '행정지도'를 내린 것은 사안을 보니 징계를 안 하고 넘어갈 순 없고, 그렇다고 친여 방송으로 열일하는 TBS의 향후 재승인에 영향을 줘서도 안되겠으니, 솜털같이 가벼운 결정을 내린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꼬았다.

    미디어국은 "이 같은 결정은 2018년 10월 TBS TV '이정렬의 품격시대'에서 진행자가 방송중 '찢묻다'는 표현을 써 법정제재인 '주의'를 받은 것과도 전혀 다른, 일관성이 없는 결정"이라며 "2년 전 '비속어' '은어'를 반복해서 사용한 것을 문제삼았던 허미숙 위원장의 심의기준은 진영에 따라 그때그때 다르게 적용되는 '내로남불 기준', '고무줄 기준'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조작 인터뷰' 방송한 MBC 'PD수첩'도 '권고' 징계 그쳐


    이어 미디어국은 방심위의 '어용방송 봐주기' 솜방망이 처분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며 지난 2·3월 방송된 MBC 'PD수첩'과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의 예를 들었다.

    미디어국에 따르면 MBC 'PD수첩'은 지난 2월 11일 방송한 '2020 집값에 대하여 3부' 편에서 유주택자를 무주택자로 둔갑시킨 '조작 인터뷰'를 내보냈음에도 단순 행정지도인 권고 결정을 받았다.

    또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지난 3월 6일 방송에서 진행자가 대구 코로나 확산을 언급하며 정부의 방역실패를 야당 소속 자치단체장이 있는 대구시와 신천지에 전가하고, 보수야당과 검찰이 신천지에 유착된 것처럼 말했으나 역시 '권고' 결정을 받는 데 그쳤다.

    이러한 사례를 언급한 미디어국은 "심판이 농간을 부리는 시합은 관중들의 실소를 자아내고 플레이어들의 항의만을 유발하며, 급기야는 모든 사람들로부터 외면받기 마련"이라며 "일관성도 없이 정권의 눈치보기에 급급한 방심위는 지금부터라도 법과 규정에 따른 공정한 방송 환경을 만드는데 진력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