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검찰 충돌 막고 조직 보호 '대승적 차원'… 수사지휘 '위법성' 논의 가능성은 열어놔
  • ▲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데일리 DB
    ▲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데일리 DB
    윤석열 검찰총장이 9일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 수사에서 자신을 배제한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수사지휘를 수용하고 서울중앙지검에 수사를 맡기겠다고 했다. 

    추 장관의 지휘권 발동으로 윤 총장이 이미 지휘권을 상실한 상황인 만큼, 법무부와 정면충돌로 검찰 조직에 피해가 가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윤 총장의 '투항'으로 수사지휘와 관련한 법무부와 대검찰청의 갈등은 다소 봉합된 모양새지만, 대검 측의 '독립수사본부' 공개 건의와 관련해서는 진실공방이 이어질 조짐이다.

    대검찰청은 이날 성명을 내고 "수사지휘권 박탈은 형성적 처분으로서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지휘권 상실이라는 상태가 발생한다"면서 "결과적으로 (검언유착 의혹은) 서울중앙지검이 자체 수사하게 되며, 이런 사실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형성적 처분'이란 소송 등 '쟁송절차'에 의해 취소되지 않는 한 다른 부수적 절차 없이 곧바로 효력이 발휘되는 법률적 행위를 말한다. 지난 2일 윤 총장을 검언유착 수사에서 배제한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으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대상으로 한 윤 총장의 지휘권이 이미 상실됐다는 의미다.

    조직 보호 '대승적 차원'… 위법성 논의 가능성은 열어둬

    추 장관은 대검의 발표에 "만시지탄"이라고 답했다. 추 장관은 대검의 성명 발표 직후 법무부를 통해 "이제라도 장관의 지시에 따라 수사 공정성 회복을 위해 검찰총장 스스로 지휘를 회피하고 수사팀이 독립적으로 수사할 수 있도록 결정한 것은 국민의 바람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윤 총장이 지시 거부나 총장직 사퇴 등 강경한 대응을 하지 않고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받아들인 것은 법무부와 검찰의 정면충돌을 막고 조직을 보호하려는 대승적 차원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총장이 지시를 거부했다면 법무부는 그를 대상으로 한 감찰·징계에 착수했을 가능성이 크다. 윤 총장이 사퇴한다고 해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등 친여(親與)인사가 총장으로 앉을 수 있고, 이 경우 검찰의 독립성에 더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또 검사장회의에서 윤 총장이 검사장들의 사실상 재신임을 받은 만큼, 윤 총장이 감찰을 받거나 사퇴할 경우 검사들의 집단 항명이나 사표 등 검난(檢亂)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던 상황이었다. 

    검찰 출신의 한 법조인은 "법무부와 검찰의 마찰이 계속되는 것은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라면서 "윤 총장은 이번 사태가 더 큰 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막으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윤 총장은 다만 추 장관 '수사지휘의 위법성' 관련 논의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날 대검은 성명에서 "총장은 2013년 국정원 사건 수사팀장의 직무배제를 당하고 수사지휘에서 손을 뗄 수밖에 없었다"고도 덧붙였다. 

    2013년 국정원 댓글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있던 윤 총장은 국정원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가 당시 검찰 수뇌부와 마찰을 빚었다. 윤 총장은 같은 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고, 이후 '영장청구 사실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방으로 좌천됐다.

    尹, 국정원 댓글수사 언급… 위법 지시 우회 비판

    당시 국회의원이던 추 장관은 "(박근혜 정부가) 국정원 댓글조작 수사 책임자인 윤석열 팀장을 내쳤다"고 비판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은 "상관의 불법 부당행위를 따르지 않는 것은 '항명'이 아니라 '의무'"라며 윤 총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추 장관이나 조 전 장관이 박근혜 정부의 국정원 수사 직무배제가 부당하다고 생각했다면, 이번 수사지휘 역시 그 만큼이나 부당하다는 것을 윤 총장이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보인다.

    윤 총장의 투항으로 수사지휘와 관련한 갈등은 다소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독립수사본부' 공개 건의를 두고서는 양측의 의견이 엇갈려 진실공방이 예상된다. 

    대검 측은 검언유착 수사와 관련 지난 8일 "서울고검 검사장과 현재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이 포함되는 독립적 수사본부를 법무장관에 건의한다"며 절충안을 제시했으나 추 장관은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거절했다. 

    이와 관련 대검은 다시 이날 성명에서 "법무부로부터 서울고검장을 본부장으로 하는 독립 수사본부 설치 제안을 받고 이를 전폭 수용하였으며, 어제 법무부로부터 공개 건의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밝혔으나, 법무부는 "장관에게 보고된 바 없고, 독립수사본부를 공개 건의해달라는 요청을 대검 측에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