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호소 청와대 청원, 하루 새 34만명…경찰 수사에도 “강력처벌 어렵다” 우려
  • 위독한 암 환자를 싣고 가던 구급차와 접촉사고를 낸 뒤 “죽으면 내가 책임진다”며 환자 이송을 가로 막은 택시기사의 이야기가 전해졌다. 그 피해자의 사연이 담긴 청와대 국민청원은 불과 하루 만에 동의한 사람이 34만 명을 넘었다.

    사연은 청와대 국민청원과 한문철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려졌다. 지난 6월 8일 오후 3시 15분쯤 서울 강동구 고역역 인근에서 사설 구급차와 택시 간의 접촉사고가 났다. 사고는 구급차가 정체구간에서 병원으로 빨리 가기 위해 차선을 변경하려고 하는데 뒤따르던 택시가 멈추지 않고 그대로 직진하면서 일어났다.

    당시 사설 구급차에는 암환자인 A씨가 타고 있었다. A씨는 이날 갑자기 호흡이 얕아지고 심한 통증을 호소해 그의 아들과 며느리가 부른 사설 구급차를 타고 종합병원 응급실로 가던 중이었다. 당시 구급차에는 며느리가 A씨와 함께 탔다.

    사고 직후 차에서 내린 구급차 기사는 “지금 응급환자가 있다. 급하니 병원에 먼저 모셔다 드린 뒤에 사건을 해결하겠다”고 택시기사에게 하소연했다. 그러나 택시기사는 “사고처리부터 먼저 하라”고 큰 소리를 쳤다. 그러면서 “응급환자 없는 거 아니냐”고 윽박질렀다.

    구급차 문을 벌컥 연 택시기사는 “응급환자 아니지? 지금 요양병원 가는 거 아니냐?”고 A씨와 그의 며느리를 향해 큰 소리를 쳤다. 며느리가 “지금 응급실로 가는 중”이라고 하소연 하자 택시기사는 이번에는 “내가 사설 구급차 안 해본 줄 아느냐? 그러니까 환자는 119 불러서 먼저 병원에 보내고 사고처리부터 하라”며 다시 구급차 기사를 윽박질렀다.
  • ▲ 사설 구급차의 환자이송을 막은 택시기사를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 사설 구급차의 환자이송을 막은 택시기사를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 ⓒ청와대 홈페이지 캡쳐.
    택시기사는 구급차 기사와 A씨, 그의 며느리를 향해 “내가 이거(사설 구급차 운영)를 다 안다”며 “(A씨가) 죽으면 내가 책임질게”라고 거듭 큰 소리를 쳤다. 그러면서 “나는 지금 규정을 따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실랑이는 10~15분가량 이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A씨는 택시기사가 구급차 문을 열어 놔 뙤약볕에 그대로 노출됐다고 A씨 가족은 주장했다.

    A씨는 결국 이후에 출동한 119 구급차로 응급실에 옮겨졌다. A씨는 병원 응급실로 옮겨진지 5시간 만에 숨졌다. A씨 아들은 “집에 갔다 뒤늦게 병원에 온 저와 비슷한 시간에 어머니께서 응급실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찰에 물어보니 택시기사를 처벌할 수 있는 혐의가 사설 구급차에 대한 업무방해 밖에 없다고 그랬다”며 “가벼운 처벌만 받고 풀려날 것 같다”고 A씨 아들은 하소연했다.

    이 사연과 A씨 가족이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이 한 변호사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려지자 시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은 24시간도 되지 않아 34만 명을 넘었다. 한 변호사의 유튜브 영상은 조회수가 295만 회를 넘었다.

    서울 강동경찰서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올라온 뒤 관련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사건 관계자에 대한 1차 조사를 마쳤고, 적용할 수 있는 법 조항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 지난 3월 '타다금지법' 가결 당시 찬반 의원들 명단. 정치권은 소위 '표'를 의식해 택시업계 편만 든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3월 '타다금지법' 가결 당시 찬반 의원들 명단. 정치권은 소위 '표'를 의식해 택시업계 편만 든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하지만 시민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 택시기사의 태도는 택시업계 전체를 비난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그동안 공유서비스 ‘타다’와 ‘우버’ 서비스를 국내에서 사용하지 못하도록 여론전을 펼쳐온 택시업계에 대한 시민들의 시선은 대단히 부정적이다.

    특히 평소 도로에서의 난폭운전과 사고유발, 음주운전, 법규 무시, 보험에 가입하지 않고 각종 정부 지원을 받는 특혜, “운전기사에 대한 폭행은 가중 처벌한다”는 법을 악용해 도로에서 일반 차량과 승객을 괴롭히는 택시기사들의 문제까지 시민들의 성토 대상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