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모 소장, 길 할머니 며느리에 무릎 꿇은 뒤 극단적 선택… 윤미향 통화 내용, 사망 시점 등 의혹 남아
  • ▲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을 찾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이 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연남동 '평화의 우리집'을 찾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이 정의기억연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마포 쉼터'(평화의 우리집) 소장 손모(60) 씨의 사망 사건을 '목맴사'로 결론내고 내사종결할 방침이라고 23일 발표했다. 전날(22일)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목맴사'라는 것 외에 손 소장의 죽음과 관련한 실체적 진실은 밝혀진 게 전무하다. 손 소장의 정확한 사망 시점, 사망 이유와 관련한 수사 결과, 사망 전 '마지막 통화자'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화 내용 등 의혹은 여전하다.

    손 소장의 사망 당시만 해도 '마포 쉼터'는 윤 소장과 정의연의 전반적 회계부정 의혹을 파헤치기 위한 압수수색 대상에 불과했다. 손 소장은 소환 대상도 아니었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마포 쉼터에 머무르던 길원옥(92) 할머니의 양자(養子) 부부가 길 할머니에게 지급된 정부 보조금의 유용 의혹을 제기하면서다. 

    윤 의원과 정의연 측은 "고인의 죽음을 폄훼하지 말라"며 배수진을 쳤지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대로 손 소장의 죽음이 단순한 자살 사건으로 종결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경찰 밝혀낸 건 사인뿐… 국민 관심사 '윤미향 통화 내용' 공개 안 해

    손 소장은 지난 6일 10시55분쯤 경기도 파주시 자택 아파트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여성비서관 안모 씨와 신원미상의 남성이 손 소장의 집앞에서 배회하다 당일 오후 10시33분쯤 119에 손 소장의 신변 확인을 요청했다. 

    이후 현장에 출동한 119와 경찰이 손 소장의 자택 현관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손씨의 시신을 발견했다. 경찰과 곽상도 미래통합당 의원 등에 따르면, 당시 손 소장은 스테인레스 샤워기 줄에 목을 감고 앉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 소장이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시각은 당일 오전 10시57분쯤. 사망한 채 발견되기 약 12시간 전이다. 손씨가 자택 주차장에 도착한 모습이 아파트 CCTV에 포착됐다. 이때 손씨는 차에 휴대전화를 두고 내렸고, 현재 검찰은 이 휴대전화룰 디지털 포렌식 분석 중이다. 

    ①손 소장, 길 할머니 며느리에게 왜 무릎 꿇었나?

    손 소장은 왜 돌연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 정치권 안팎에서는 손 소장이 극단적 선택을 하기 4일 전인 지난 1일, 마포 쉼터에 머무르던 길 할머니의 며느리에게 무릎을 꿇은 일에 주목한다. 

    길 할머니의 며느리 조모 씨는 "손 소장이 관리하던 어머니(길 할머니)의 통장 계좌로 들어오던 정부보조금 매월 350만원이 다른 계좌로 빠져나간 사실을 알고 손 소장에게 해명을 요구했다. 그랬더니 손씨가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고 지난 17일 조선일보를 통해 밝혔다.

    조씨는 당일에는 손 소장의 해명을 들을 수 없었고, 이튿날인 3일 재차 해명을 요구하는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이에 손 소장은 "(2017년) 위안부 배상액 1억원 중 5000만원은 정의연에 기부했고, 1000만원은 당시 황 목사님 부부께 드리지 않았느냐"고 해명했지만, 그로부터 나흘 후인 6일 사망했다.

    손 소장의 사망으로 인해 길 할머니의 양자 황모 목사와 며느리 조씨는 '저와 관련한 모든 일을 정리하는 것을 윤미향 정대협 대표에게 맡긴다'는 내용의 길 할머니의 유언장이 작성된 경위, 길 할머니의 정부보조금이 빠져나간 경로 및 이유 등과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 

    ②정확한 사망 시점도 안 나왔는데… 정의연 "6월6일 낮 사망" 

    또 하나 석연치 않은 점은 '손 소장의 사망 시점'이다. 경찰은 지난 12일 곽 의원실 요청에 따라 공개한 자료에서 '정확한 사망시각은 알 수 없으나 귀가한 6월6일 오전 10시50분경부터 (사체가) 발견된 오후 10시55분경 사이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낮인지, 밤인지 정확한 사망 시점이 공식 확인되지 않은 것이다. 부검이 모두 완료된 현재까지도 경찰은 구체적 사망 시점을 밝히지 않는다. 

    그런데 정의연은 경찰보다 앞서 손 소장의 사망 시점을 특정했다. 지난 7일 손 소장의 부고를 알리면서 사망 시점을 '6월 6일 낮'이라고 적었다. 이와 관련, 곽 의원은 "부검을 6월8일 했는데, 부검의로부터 사망 시점을 들은 것도 아니고 경찰도 모른다고 했으니 경찰로부터 들은 것도 아니다"라고 지난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의문을 제기했다. 정의연 측이 손 소장의 사망을 이미 알았던 것 아니냐는 추측이다. 

    곽 의원은 "(손 소장이) 낮에 사망한 것을 알면서도 밤 10시30분에 사망 장소로 찾아가 차분한 목소리로 119에 신고한 경위를 밝히라"면서 "사건 관련자들이 밝히지 않으면 경찰과 검찰에서 밝혀내달라"고 요구했다.

    ③마지막 통화자 윤미향, 손 소장과 무슨 대화 나눴나

    공교롭게도 손 소장이 사망 직전 마지막으로 통화한 사람은 윤미향 의원이다. 윤 의원과 정의연이 손 소장의 극단적 선택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는 시각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은 '손 소장과 윤 의원이 문자를 주고받았는지 여부' '손 소장이 협박성 메시지를 받았는지 여부' 등을 밝혀달라는 곽 의원의 요구에 "밝힐 수 없다"고 답해 의문이 더욱 증폭되는 상황이다. 윤 의원도 마지막 통화자가 자신이라는 것이 밝혀진 후 통화 내용과 관련해서는 일절 함구한다. 

    한편 경찰은 손 소장의 극단적 선택의 동기를 규명하기 위한 참고인조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경찰의 참고인조사 대상은 마포 쉼터에 거주하던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91) 할머니의 양아들인 황선희(61) 목사 부부, 손씨와 통화한 인물 등이다. 윤 의원이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조사에 응해 손 소장과 통화 내용을 밝힐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