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해진 강정호, 3년7개월 만에 '음주 뺑소니' 사과"받아준다면 첫해 연봉 전액, 음주운전 피해자에 기부"
  • 이른바 '음주운전 삼진아웃'으로 야구 인생을 마감할 위기에 처했던 풍운아 강정호(33)가 음주 뺑소니 사고를 일으킨지 3년7개월 만에 국내 팬들에게 머리를 조아렸다. 연이은 사생활 논란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팬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던 그가 '사과 기자회견'을 연 것은 자신의 국내 복귀에 걸림이 되는 '여론'을 가라앉히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첫해 연봉 전액, 음주운전 피해자에게 기부"

    23일 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 위치한 스탠포드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자처한 강정호는 "2009년과 2011년 음주운전을 하다 적발돼 벌금형을 받고 면허가 취소됐을 때 '밖에 알려지지 않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에 구단에 알리지 않았다"며 "2016년 12월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숙소로 바로 간 행동도 변명의 여지가 없는 큰 잘못"이라고 시인했다.

    강정호는 "한국이나 미국에서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하고도 '야구장에서 실력으로 보여드리면 된다'고 잘못 생각한 적도 있었다"며 "실망한 팬들, 특히 청소년들께 엎드려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 때문에 음주운전 사고 기억을 떠올려야 하는 음주운전 피해자들께도 사과드린다"며 "어떤 사과도 부족하다는 걸 알지만 정말 죄송하다"고 거듭 사과했다.

    현재 키움 히어로즈 구단으로의 복귀를 타진 중임을 밝힌 강정호는 만일 구단에서 자신을 받아주면 '첫해 연봉 전액'을 음주운전 피해자에게 기부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강정호는 "2018년부터 미국 메이저리그 음주 프로그램을 이행했고, 4년째 금주 중"이라며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졌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음주운전 캠페인에 꾸준히 참석하고 기부 활동도 지속해서 하겠다"며 "음주운전을 하면 피해자는 물론이고, 운전자 자신도 어떻게 되는지 알리면서 살겠다"고 다짐했다.

    강정호는 이어진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도 "정말로 변했다"며 "변한 모습을 팬들께 보여드릴 수 있다면, 뭐든지 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음주 뺑소니 사고를 일으킨 뒤 '야구로 보답하겠다'는 말을 해서 더 비난받았던 과거를 지적한 취재진의 말에 "그때엔 제가 더 어리석었다"며 "이후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선교사님을 만나 깊이 반성했고,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또한 '공개 사과가 늦어졌다'는 말에도 그는 "당시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징계를 받지 않은 상황이었고, 코로나19 여파로 귀국 일정도 늦어지게 됐다"며 "어쨌든 사과 표명이 늦어진 점에 대해서는 진심으로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강정호는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뛰었다면 사과했겠느냐'는 질문에 "은퇴한 이후에도 팬들에게는 언젠가 사과해야겠다는 생각은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 키움이 임의탈퇴를 해제하지 않아 프로야구 복귀가 무산된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선수로 뛸 수 없더라도 어린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다.
  • 2016년 음주 뺑소니 사고로 야구 경력에 '먹구름'

    2014시즌까지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에서 활약하다 2015년 피츠버그 파이리츠 구단으로 이적한 강정호는 데뷔 첫해 타율 0.287에 15홈런, 58타점을 기록하는 빼어난 활약을 보인데 이어 이듬에엔 주전 3루수로 도약, 타율 0.255에 21홈런, 62타점을 기록하며 단숨에 간판급 선수로 올라섰다.

    그러나 2016년 12월 2일 새벽 자신의 차량(BMW)을 몰고 가다 서울 삼성역 인근에서 '가드레일'을 치고 도망간 혐의(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형을 선고 받으면서 찬란하게 빛나던 야구 경력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2009년과 2011년에도 음주운전으로 100만~300만원의 벌금형을 받은 전과가 드러나 면허가 취소된 강정호는 미국 정부로부터 취업 비자(P-1) 발급까지 거부당하면서 '제한 선수 명단(Restricted list)'에 등재되는 이중고를 겪어왔다.

    이후 피츠버그 구단의 배려로 도미니카 윈터리그에 참가해 '야구 실전 감각'을 유지하던 강정호는 현지 미국 대사관의 도움으로 2018년 미국 재입국에 성공했다.

    그러나 예전의 기량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2019시즌 종료 뒤 피츠버그에서 방출당하는 수모를 겪었다.

    결국 메이저리그 컴백이 무산된 강정호는 지난달 20일 임의탈퇴 복귀 신청서를 KBO 사무국에 제출하며 국내 야구 복귀 의사를 밝혔다.

    이에 KBO는 지난달 25일 상벌위를 열어 강정호에게 1년 유기 실격 및 봉사활동 300시간의 징계를 내렸다.

    강정호가 프로야구에서 다시 뛰려면 보류권을 가진 키움 히어로즈가 임의탈퇴를 해제하고 강정호와 입단 계약을 해야 한다.
  • 취재 = 조광형 기자
    사진 = 박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