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조주빈‧강훈 등 8명 범죄단체조직죄 혐의로 기소… "이익 배분 위해 조직, 4개 역할로 활동"
  • ▲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 ⓒ박성원 기자
    ▲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씨. ⓒ박성원 기자
    검찰이 이른바 '박사방' 일당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했다. 이들이 단순한 음란물 공유를 넘어 이익배분 등 경제적 활동을 벌였고,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구속기소)에게 절대적 지지를 보이는 등 다양한 내부 규율을 따랐다는 점이 근거다.

    서울중앙지검 디지털성범죄 특별수사 태스크포스(TF)는 22일 조씨와 '부따' 강훈(19·구속기소) 씨, '태평양' 이모(16) 군 등 8명을 범죄단체 조직·가입·활동 혐의로 기소했다. 나머지 5명은 '김승민' '랄로' '도널드푸틴' '블루99' '오뎅'이라는 텔레그램 닉네임으로 활동한 사람들이다. 또 다른 조직원 30명을 대상으로는 추가 수사 중이다.

    조씨 등은 2019년 9월 텔레그램에서 '박사방'이라는 범죄집단을 조직, 아동·청소년 16명을 포함해 여성 74명의 성착취물을 제작·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범죄단체조직죄, 사형·무기징역 가능… 조직원도 같은 형량 처벌

    검찰은 3월부터 최근까지 조씨 등 피의자와 피해자들을 모두 98회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이들의 범죄단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박사방 개설 과정과 회원모집 방법, 운영방법과 내부 규율 등을 종합적으로 조사했다. 

    형법상 범죄단체조직죄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가 목적인 단체를 조직한 경우 성립하는데, 유죄로 인정될 경우 조직 내 지위와 상관없이 조직원 모두 목적한 범죄의 형량과 같은 형량으로 처벌할 수 있다.

    검찰은 조씨가 구치소에서 직접 그린 조직도, 텔레그램 대화 내용, 조씨 등 피의자 진술조서 등을 토대로 박사방의 범죄조직 여부를 밝혀냈다.

    검찰에 따르면, 박사방은 ▶피해자 물색·유인 ▶성착취 ▶성착취 영상물 유포 ▶성착취 수익금 인출 등 크게 4개의 역할조직으로 구분된다. 검찰은 '후원금 제공'과 '이익 배분'이라는 경제적 활동을 매개로 박사방이 조직됐고, 조직원들도 범행을 통해 얻는 이익이 있었음을 인지했다고 봤다.

    실제로 박사방은 일반방·시민방·고액방 등 3가지 유형으로 구분됐는데, '시민방'은 가입 시 일정 홍보 활동량 달성을 조건으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탈퇴할 경우에는 이른바 '박제'라는 방식의 보복도 이뤄졌다. 탈퇴한 조직원의 주민등록증 사진이나 신체 노출 사진 등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다.

    특히 '부따' 강훈의 검거 당시, 조씨가 '태평양' 이군을 가입시켜 역할을 대체하는 등의 모습에서 검찰은 이들의 분업체계를 파악했다.  또 이들은 경찰·언론의 추적을 피하고자 속칭 ‘대피소’를 포함해 52개 이상의 방을 운영했다.

    일당, 조주빈을 두목으로 대해… '갓갓' 공범 안승진 신상공개

    무엇보다 검찰은 박사방 일당이 조씨를 '두목'처럼 대한 것에 주목했다. 박사방에는 눈팅(눈으로만 채팅을 보는 것) 금지, 잠수(연락이 되지 않는 것) 금지, 적대적 그룹방 활동 금지, 활동시간 공개, 박사(조씨)에 대한 절대적 지지 및 비난 금지 등 다양한 내부 규율이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핵심 조직원들이 인격살해 수준의 범행을 일종의 유희로 여길 정도로 집단적 폭력성을 띠었다"며 "피해자들의 인권과 명예를 철저히 짓밟은 전 세계에 유례가 없는 신종 성범죄”라고 지적했다.
  • ▲ 'n번방' 운영자 '갓갓' 문형욱(24)과 함께 피해자를 협박한 공범 안승진(25)의 신상이 22일 공개됐다. ⓒ안동지방경찰청
    ▲ 'n번방' 운영자 '갓갓' 문형욱(24)과 함께 피해자를 협박한 공범 안승진(25)의 신상이 22일 공개됐다. ⓒ안동지방경찰청
    한편 검찰은 이날 성착취물 제작·유포 혐의의 또 다른 텔레그램 채팅방 'n번방'의 운영자 '갓갓' 문형욱(24)과 함께 피해자를 협박한 공범 안승진(25)의 이름·나이·얼굴 등 신상을 공개했다.

    안씨의 신상공개는 경찰관 3명·외부위원 4명으로 이뤄진 신상공개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다. 경찰은 23일 오후 2시 안씨를 안동경찰서 유치장에서 대구지방검찰청 안동지청으로 송치할 때 얼굴을 공개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