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연대, '21대 총선 보도' 비평 도서…'2020 총선 100일의 기록' 펴내"'정권 찬양·옹호' 방송으로 부역" "'비판' 사라진 북한 뉴스, '평화 환상'만 일으켜"
  • ▲ 이석우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정상윤 기자
    ▲ 이석우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정상윤 기자
    그 어떤 언론사보다 공정성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해야 하는 공영방송사가 북한 소식을 전할 때 지나치게 정권의 주장에만 포커스를 맞춰 국민에게 '평화 환상'만 심어주는 안일한 보도로 일관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KBS·MBC·JTBC, 지난 총선서 '정권 나팔수' 역할"


    18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2020 총선 100일의 기록 - 정권의 나팔수들' 북콘서트에서 이석우 미디어연대 공동대표는 "공영미디어는 정권의 사유물이 아닌 국가와 국민의 소유물인데, 공영미디어가 정권의 사유물이 되면 정권의 잘못을 바로 잡을 수 없고 이는 곧 국가의 위기를 불러온다"며 "최근에 실증된 대표적 사례가 바로 대북 저자세 정책으로 사실상 파탄을 앞두고 있는 문재인 정부의 남북평화론"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앞서 북한의 김정은이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 동의한 것은 △세습독재체제 사수를 뒷받침할 '핵 개발' 시간 벌기와 △대남 핵 위협을 통한 자금과 물자 확보가 목적이었다"며 "그럼에도 공영미디어들은 북한의 주장을 무비판적으로 보도하거나 미화하는 방송으로 국민의 눈을 가리고 결과적으로 북한으로부터 더 큰 위협을 초래하는 국가적 위기를 불러왔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단적인 예로 KBS는 지난 연말연시 보도에서 김정은을 신격화하는 상징 영상을 그대로 내보이면서 무려 여섯 차례나 김정은 부각 보도를 무비판적으로 방송했고, MBC와 JTBC는 핵을 포기하지 않는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유지를 강조하는 주한 미국대사의 콧수염이 '일본인을 연상시킨다'는 등 본질을 도외시한 인신비방적 보도만 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이외에도 공영미디어와 영향력이 큰 방송사들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우호적 보도처럼 정권 찬양과 옹호 일변도의 방송으로 사회 정의와 상식의 혼돈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면서 "이들을 계속 옹호함으로써 특정 세력에 의한 전체주의 체제로 가는 위험성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 ▲ 조맹기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정상윤 기자
    ▲ 조맹기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정상윤 기자
    "4·15총선 보도, 불공정의 극치 보여"

    조맹기 미디어연대 공동대표는 "2019년 12월 말부터 총선 직전인 지난 4월 중순까지 모니터링을 진행한 결과 KBS가 과연 '국민의 방송'이었고 '공정한 방송'이었느냐는 의문을 갖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조 대표는 "재난방송사로 규정돼 있는 KBS는 사건과 사고를 철저히 분리시켜야 했으나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우한코로나 사태와 관련, 누군가 인위적으로 병균을 퍼뜨린 것이라는 주장이 미국 정부로부터 나왔음에도 과학적 근거를 찾기 위한 추적 보도를 하지 않았고, KBS를 비롯한 대다수 언론은 정부의 발표를 받아쓰기만 했다"고 비판했다.

    조 대표는 "또한 KBS는 선거를 앞두고 불공정 방송을 반복했다"며 "대통령의 코로나 지원 현금 지급과 경제부총리의 중소기업 결손금 소급공제 등을 앞장서서 선전했고, 재난지원금을 통한 '착한 소비운동 캠페인' 연속 보도까지 했는데, 선거가 끝난 지금 착한 소비운동을 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상대 제1야당에 대해서는 폄하의 칼날을 들이대 '막말' '세대비하'라며 거의 범죄 수준의 낙인을 찍는 불공정의 극치를 보였다"며 "KBS가 정권의 나팔수 언론이었고, 부역자 언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유들"이라고 꼬집었다.
  • ▲ 황우섭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정상윤 기자
    ▲ 황우섭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정상윤 기자
    "공정성 훼손된 미디어는 사회의 흉기(凶器)"

    황우섭 미디어연대 공동대표는 "'총선 100일' 팩트체크를 통해 '공영미디어의 교묘한 여당 편들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전반적인 총선 보도 추이를 보면 청와대와 여당에 유리한 기사는 콕 집어 키우고, 불리한 것은 축소하거나 누락하는 경향이 뚜렷했다"고 말했다.

    반대로 야당에 불리한 기사는 콕 집어 키웠다면서 "당시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어떤 모임에서 잠시 눈을 감은 모습을 졸고 있다고 보도한 게 단적인 예"라고 지적했다.

    또 "제작기술이나 편집기술을 교묘하게 이용해 특정집단을 유리하게 하거나 사실을 오인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20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는 법안 보도에서 미래통합당 해당 상임위원장 모습과, 시위자들이 미래통합당 국회의원 앞에서 항의하는 영상을 띄워 야당의 책임을 부각시키는 듯한 장면을 연출했다"고 밝혔다.

    황 대표는 "공영미디어의 보도 행태를 보면 사실을 충실하게 전달하는 리포터(reporter) 역할보다는 정파의 이익을 대변하는 브로커(broker)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며 "공정이 훼손된 미디어는 사회의 '공기(公器)'가 아니라 '흉기(凶器)'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황 대표는 "공영미디어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은 정치적 예속구조인 소위 '정치병행성(political parrellalism)'에서 벗어나는 것이라 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서는 공정성을 중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와 함께 정치권의 영향력을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공영미디어의 거버넌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와 동시에 "수용자들은 적극적인 수용자(active audience)가 돼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하고, 미디어 종사자들은 사회적 책무성, 소명의식, 저널리즘 윤리를 강화하는 전문직주의(professionalism)로 나아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 ▲ 출판소회를 밝히고 있는 저자들(좌측부터 황우섭·조맹기·이석우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박한명 미디어연대 정책위원장)과 북콘서트 사회를 맡은 허성권 KBS노동조합 부위원장(사진 중앙). ⓒ정상윤 기자
    ▲ 출판소회를 밝히고 있는 저자들(좌측부터 황우섭·조맹기·이석우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박한명 미디어연대 정책위원장)과 북콘서트 사회를 맡은 허성권 KBS노동조합 부위원장(사진 중앙). ⓒ정상윤 기자
    "파당정치의 돌격대원 연상케 하는 공영미디어"

    박한명 미디어연대 정책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막말 논란이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는 평가를 보건대, 언론의 이런 불공정한 보도 역시 총선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선거 기간 내내 국민적 관심 사안이었던 코로나19에 대한 보도에서도 정부의 초기 방역실패를 축소·은폐하다 어느 순간부터는 대통령과 정부 쪽 발표를 검증·비판 없이 그대로 보도하거나 오히려 과장·부각시켜 온 국민이 정부의 대처가 잘 되고 있는 것으로 믿게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또한 "선거정국에서 이낙연 후보에 대한 특혜성 인터뷰나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기도 코로나19 방역행보를 적극적으로 보도했는데, 이들이 현재 차기 대권후보 1·2위를 달리는 현실을 볼 때 일반 국민이 여전히 신뢰하는 기성 언론의 역할이 없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중요한 것은 지금 언론 지형이 완전히 기울어져 있고 개선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라며 "미디어연대를 비롯해 언론단체의 균형있는 감시가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시대가 아닐 수 없다"고 강조했다.
  • ▲ 출판소회를 밝히고 있는 저자들(좌측부터 황우섭·조맹기·이석우 미디어연대 공동대표, 박한명 미디어연대 정책위원장)과 북콘서트 사회를 맡은 허성권 KBS노동조합 부위원장(사진 중앙). ⓒ정상윤 기자
    공수처법이 통과된 날부터 총선 직전까지… 104일 간의 기록

    이날 행사는 언론비평 시민단체인 미디어연대(공공대표 조맹기·이석우·황우섭)가 미디어 비평 보고서 '2020 총선 100일의 기록 - 정권의 나팔수들(도서출판 시간의물레)'을 발간한 기념으로 열렸다.

    '2020 총선 100일의 기록'은 미디어연대가 지난해 말부터 지난 총선 직전까지 100일 동안 매주 KBS·MBC·JTBC·연합뉴스 등 선거에 큰 영향을 미친 공영 언론을 중심으로 주요 보도·시사프로그램을 조사·분석·비평해 발표한 '팩트체크 플러스 보고서'를 재정리한 것이다. 여기에 저자들의 핵심비평 후기를 추가한 내용으로 출간했다.

    저자는 미디어연대 공동대표인 조맹기 서강대 언론대학원 명예교수와 이석우 동국대 객원교수(전 총리 비서실장·공보실장), 황우섭 KBS 이사(전 KBS 인재개발원장·심의실장)와 정책위원장인 박한명 파이낸스투데이 논설위원(미디어비평가) 등 4인이다.

    이들 저자는 책의 머리말인 '발간에 부쳐'를 통해 총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보도의 사안과 배경, 이들이 '정권의 나팔수'인 명확한 이유를 각자 명기하면서 언론인으로서, 또는 학자로서의 소명의식과 소회를 밝혔다.

    이어 제1장과 제2장으로 책을 구성하면서 1장은 '이슈별' 분석으로, 2장은 각 주차별 보고서 전문 게재를 통한 '시차별' 분석으로 양자간 동시 파악이 가능하게 했다.

    1장에서는 총선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핵심 사안 8개를 추려내 '주요 이슈별 팩트체크 요약비평'이란 소제목으로 이슈별 보도 내용에 대한 팩트체크와 비평을 가했다. '막말 논란', '코로나 방역과 중국 감싸기 보도 논란', '재난기본소득 보도의 공정성 논란' 등이 그것이다.

    2장에서는 15주에 걸쳐 발표한 '팩트체크 플러스 주차별 보고서' 전문을 재정리해 게재하고 각 주차 보고서 마다 서두에 요약비평을 붙였다.
  • ▲ 18일 열린 '2020 총선 100일의 기록' 북콘서트에 참석한 주최측과 내외빈 인사들. ⓒ정상윤 기자
    ▲ 18일 열린 '2020 총선 100일의 기록' 북콘서트에 참석한 주최측과 내외빈 인사들. ⓒ정상윤 기자
    취재 = 조광형 기자
    사진 = 정상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