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의원, "임차가구 하락" 최근 자료 빼고 유리한 부분 선택 인용… 제안 이유, 2016년 폐기 법안과 같아
  •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성원 기자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성원 기자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임차인이 원할 경우 전·월세 계약을 무기한 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의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전·월세 무한연장법)'을 발의하면서 통계 데이터를 왜곡해 논란이 일었다. 박 의원이 해당 법률안의 근거로 삼은 '자가점유율(자가주택에서 거주하는 비율)'은 2014년까지 하락하다 이후 상승세를 보였는데, 박 의원은 2014년 이전까지 데이터만 잘라 법안에 인용했다.

    15일 국회에 따르면, 박 의원은 최근 '전·월세 무한연장법'을 발의하면서 '제안 이유'에 "우리나라 전체가구 중 주택의 자가점유율은 2008년 56.4%, 2010년 54.3%, 2012년 53.8%, 2014년 53.6%로 지속적으로 하락한 반면, 임차가구 비율은 점점 늘어나고 있음"이라고 적시했다. 국토교통부가 2년마다 발표하는 자가점유율 통계를 인용한 부분이다. 

    박 의원은 이 자료를 근거로 "늘어나는 임차가구의 주거 불안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월세 계약을 무기한 연장할 수 있도록 해 주거비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통계까지만 '잘라 인용'한 박주민

    문제는 박 의원이 국토부 자가점유율 통계를 자신에게 유리한 부분만 잘라 인용했다는 점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자가점유율은 2014년 53.6%까지 하락한 이후 △2016년 56.8% △2017년 57.7% △2018년 57.7% △2019년 58.0%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가장 최근 통계인 2019년 자가점유율은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자가점유율이 늘어나면서 임차가구는 자연히 감소세를 보였다. 같은 통계에서 2014년 기준 전세 비율은 21.5%를 기록했지만, 2019년에는 15.1%로 감소세를 보였다. 월세 비중 역시 같은 기간 23.9%(보증금 있는 월세+보증금 없는 월세)에서 23%로 감소했다. 

    국토부는 해당 통계와 관련 "2014년 이후 자가가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한 반면, 임차가구는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결국 박 의원은 자가점유율이 오르는 현실을 외면하고, 발의 법안의 취지와 맞는 2014년 통계까지만 잘라 인용한 것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일부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 네티즌은 "대학생 과제도 이딴 식으로 선택적 통계를 가져다 쓰면 욕먹는다"며 "통계 조금만 찾아봐도 첫 문단부터 선동을 위한 쓰레기 법안이라는 걸 알 수 있는데, 이딴 법안에 공동발의한 의원이 22명이나 된다는 게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이한상 고려대 경영대 교수는 "자가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한 반면, 임차가구 비율은 점점 하락한다"며 "이를 근거로 중산층도 낮은 주택가격과 주거비 하락으로 주거 문제가 해소됐음을 '증명'한다고 써도 되는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박 의원 논리라면 이제 그 법안을 폐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16년 발의 법안에서 'ctrl+c → ctrl+v'

    더욱 가관인 것은 해당 법안이 '복붙(복사 후 붙이기)' 법안이라는 점이다. 이 법안의 '제안이유'는 2016년 박 의원이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제안이유'와 똑같다. 

    2016년 법안은 2020년 전·월세 무한연장법과 같은 취지의 내용으로 20대 국회인 2016년 12월 발의됐지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해 폐기됐다. 박 의원은 폐기된 법안을 다시 발의하면서 근거가 될 통계조사 수정이나 연구를 전혀 거치지 않고 그대로 제출한 것이다.

    이 교수는 "정말 노력이라고는, 연구라고는 1도 안 하고 똑같이 베끼고 이름만 바뀌었다"며 "법안 연구도 하지 않고 날라리처럼 언론 플레이나 하는 박주민(의 행태)은 국민을 개·돼지로 보는 것 아니냐"고 비난했다.

    전·월세 무한연장법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해당 법안에 따라 임차인을 내보내기 힘들어질 경우 임대인이 전세를 놓더라도 몇 년치 인상분을 한꺼번에 적용해 전세금을 책정할 수 있다. 

    실제로 1990년 임대차 계약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자 전세금이 급등했다. 저금리와 대출규제 등으로 공급이 줄어든 전세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