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선 11명, 여연 개혁 논의 착수…"당대표가 원장 임명하는 방식부터 바꿔야"
  •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이종배 정책위의장.ⓒ박성원 기자
    ▲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 주호영 원내대표, 이종배 정책위의장.ⓒ박성원 기자
    전략부재로 고민에 빠진 미래통합당이 당의 전략·정책을 수립하는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여연)에 대한 개혁 논의에 착수했다. 초선의원부터 지도부까지 선거에서 제 기능을 못한 여연의 전면 개혁 필요성을 언급하며 옛 위상을 되찾겠다는 구상이다.

    통합당 초선 의원 11명으로 구성된 '초심만리'는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여연 개혁방안'을 주제로 토론를 벌였다. 이번 주제는 모임 공동대표인 박수영 의원이 발제했다. 여연 개혁을 위해 당대표가 이사장을 맡는 현재 운영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 골자다.

    "여의도연구원, 해체에 가까운 개혁 해야"

    박 의원은 모임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여연의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당대표가 이사장을 맡고 이사장이 연구원장을 임명하다보니 원장임기가 1년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원장이 계속 바뀌니 지속적인 연구를 못한다는 독립성 문제가 지적됐다"고 말했다.

    다만 이들은 여연의 해체보다는 '해체에 가까운 전면 개혁'을 제안할 방침이다. 박 의원은 해체를 요구하느냐는 질문에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며 "해체는 고용 문제와 재정 문제로 법률적으로 어렵다. 해체에 가까운 개혁을 하자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들은 모임에서 토론한 내용을 이날 오후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공문으로 전달했다.

    정치자금법 제28조에 따르면 경상보조금을 지급받은 정당은 보조금 총액의 30%를 정책연구소 운영에 써야 한다. 통합당이 해당 보조금을 차질 없이 받으려면 여연을 해체해도 새로운 정책연구소를 세워야 한다.

    여연은 1995년 민주자유당이 설립한 국내 최초의 정당 정책 연구원이다. 여의도연구소로 출범했고, 2013년 새누리당 체제에서 연구원으로 승격됐다. 각종 연구 활동 및 여론조사를 통해 보수정당의 정책 개발을 지원해왔다.

    21대 총선을 5일 앞둔 4월10일 성동규 여의도연구원장은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지역구 전체 253석 중 대략 125~130석 정도를 예상한다"고 밝혔지만 결과는 84석에 그쳤다. 당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여연이 연이은 선거에서 정책 이슈를 발굴하지 못하고 강점으로 꼽혔던 여론조사 결과마저 빗나가면서 위상이 낮아졌다.

    이에 초선의원부터 당 지도부까지 여연 개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6일 여연의 존폐는 "비대위에서 결정할 문제"라며 김 위원장 판단에 따르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김종인 비대위, 당 질서 확립 후 여연 개혁 속도

    김종인 비대위는 당 내부 질서를 확립한 후 여연 개혁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한 비대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여연 개혁을) 주요 의제 중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며 "내부를 다진 후 논의를 활발하게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연이 총선 때 역할 많이 못해줬다는 것이 당내 보편적인 의견"이라며 "여연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당 내에서) 지배적이기 때문에 고심하면서 안을 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차기 여의도연구원장은 현직 국회의원이 아닌 정책 전문가를 선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초선 의원들은 당대표가 여연 이사장을 맡는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대위 역시 여연이 현역 정치인들의 무대가 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기류가 강하다. 

    또다른 비대위원은 통화에서 "정치인들이 이력을 쌓는 용도로 여연 원장 자리를 할당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여연을 개혁하려면 여의도 문화와 독립적인 분들을 모셔 전문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통합당 내에서 이런 분위기는 민주당이 21대 총선을 1년 앞둔 시점에 현역 정치인이 아닌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을 민주연구원장으로 임명하면서 위상이 높아진 사례와 무관치 않다. 

    민주연구원은 지난 4·15 총선에서 빅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선거 정보를 전국 지역구 후보에 제공해 선거 승리를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여의도연구원은 총선 때 제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세연 전 의원이 작년 3월부터 12월까지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냈다. 이후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김 전 의원의 후임으로 여의도연구원장에 임명됐다. 김 전 의원은 총선 전후 통합당 지도부를 비판해 각을 세우기도 했다. 성동규 원장은 총선 참패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