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산마을 1167평 부지에 주택·경호시설 예정… 靑 "경호상 이유로 이전" 해명
  • ▲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전경. ⓒ뉴시스
    ▲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전경.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퇴임 후 머물 사저 용도로 최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땅과 주택을 매입한 사실이 5일 확인됐다. 문 대통령의 사저 부지는 지역에서 명당으로 소문난 곳이다. 오는 2022년 5월 퇴임하는 문 대통령은 그동안 "퇴임 후 양산 매곡동 자택으로 돌아가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 약속을 스스로 뒤집은 것이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경호처가 현재의 양산 매곡동 사저 인근에 경호시설이 들어설 수 없다고 판단해 사저를 옮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경호처가 A씨로부터 분산매입한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부지는 총 3860㎡(1167평) 규모이며, 부지 내 2층짜리 단독주택을 포함한 매각대금은 14억7000만원이다. 이곳에는 문 대통령이 퇴임 후 지낼 주택과 마당, 경호원 숙소와 근무시설 등이 지어질 것으로 알려졌다.

    비용은 문 대통령 부부가 10억6401만원, 경호처가 4억599만원을 들였다. 문 대통령 내외의 몫은 대지 2630.5㎡(795평), 건물 795.6㎡(240평)이다. 등기부등본 등에 따르면 부지 매각은 지난 4월29일 이뤄졌지만, 매입을 준비한 건 지난해 말부터인 것으로 알려졌다.

    영축산 정기 모이는 '명당'에 교통 요충지

    문 대통령 사저가 들어서는 부지는 동네에서는 명당으로 소문났다. 마을 주변은 영축산이 둘러싸고, 정기가 모이는 곳이라고 한다. 취미가 등산인 문 대통령에게 안성맞춤이라는 것이다. 한 마을주민은 언론에 "부지 뒤쪽에 야트막한 산이 있는데, 이곳이 '용머리'로 불려 명당이라고 안다"고 말했다. 

    해당 지역은 양산 중에서도 울산·부산과 인접한 교통의 요지다. 경부고속도로와 직선거리로 불과 2㎞ 떨어져 차로 10분이면 고속도로에 진입할 수 있다. KTX 울산역까지는 차로 20분(12㎞)이면 도착하고, 김해국제공항까지는 40분(25㎞)이면 충분하다.

    또한, 대한민국 3대 사찰로 꼽히면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영축산 통도사는 10여 분 정도면 걸어서도 갈 수 있다. 현지 주민이 지내는 민가와 외지인이 지은 전원주택·식당·카페 등도 있다.

    문 대통령이 이곳으로 사저를 옮기면 지난해 작고한 모친의 묘소와 더 가까워진다. 매곡마을과 묘소는 25㎞, 평산마을과는 14㎞ 거리다.

    노무현 사저, 정부 발표보다 6배나 크게 지어져 

    대통령이 퇴임 후 기존 집 대신 거처를 새로 마련하는 일은 '호화 사저' 조성이라는 구설에 오르기 쉽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향인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사저를 신축했다. 노 전 대통령의 봉하마을 사저는 대지 1289평, 경호동 포함 2000평으로 넓은 부지가 논란이 되면서, 당초 청와대 발표보다 6배나 크게 지어져 비난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부동산이 한창 폭등하던 2005년 당시 참모진에게 "퇴임 후 임대주택에 살겠다"고 말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서울 동교동에 사저를 신축했다.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은 동교동 사저를 'DJ 호화 타운'이라고 부르며 "방 8개, 욕실 7개, 거실 3개짜리 저택을 무슨 돈으로 짓는지 밝히라"고 추궁했다. 현재까지도 이 동교동 사저를 놓고 김 전 대통령 차남인 김홍업 김대중평화센터 이사장과 3남인 김홍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간 유산다툼이 진행 중이다.

    김대중 사저는 방 8개, 욕실 7개, 거실 3개 '호화 타운' 

    김영삼 전 대통령은 "청와대를 나가면 옛 모습 그대로의 서울 상도동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수차례 공언했다. 그러나 임기 말에 8억원을 들여 상도동 집터에 사저를 신축했다. 외환위기 와중이어서 여론이 싸늘했다.

    강 대변인은 "새 부지를 마련하더라도 매곡동 자택(111.15평·건물 3채) 규모보다 크지 않도록 하라"고 문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전직 대통령의 '호화 사저' 논란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